고치는 법을 배우자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아이들의 책상은 사뭇 다릅니다. 어떤 아이의 책상은 주체하지 못할 만큼의 지우개 밥이 쌓이고요. 어떤 아이의 책상은 지우개 가루정도만 있는 모습입니다. 누가 더 공부를 잘하는지 판단하는 근거는 물론 아닙니다.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어떤 학생은 유독 많이 틀리고, 어떤 학생은 특히 잘하는 단원이었을까요?
지우개 밥이 많은 학생은 조금만 틀려도 필기 내용을 모두 지워야 합니다. '그렇게 다 지울 필요 있나? 옆에다 다시 풀어봐.'라고 해도 지워야 속 시원한 그런 학생들입니다. 교재에 풀던, 연습장에 풀던 종이가 찢어지고, 인쇄된 내용이 지워져 문제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지웁니다.
반면, 지우개 가루가 적은 학생은 상대적으로 지우는 일이 적어요.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풀이해놓은 필기를 보고, 덧대어 수정하는 것입니다. 잘 푼 단계는 그대로 따라오다가 틀린 부분을 찾아내어 조금만 수정하거나 지우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학생뿐 아니라 어른인 우리도 같은 비교가 가능합니다. 노트에 내용을 적다가 틀리면 약간의 수정을 통해 바로 잡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처음 제목이 틀린다거나 노트 포맷을 잘 못 잡으면 지우거나, 페이지를 찢어내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게 찢어내다 보면 어느새 노트가 제 두께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습니다.
삭제하기!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타이핑을 하는 중에도 오타가 생기면, 화살표 키를 이용하여 찾아 수정하는 것보다, backspace키나 delete키를 이용하여 지우며 찾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맞게 잘 쓴 단어도 지우며 찾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쓰지요. 적어도 요즘의 저는 그렇게 하더라고요.
하지만, 매번 지우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풀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찾아보고 수정하기
잘 못 쓴 페이지라 해도 나중에 수정해서 다른 용도로 써보기
자신의 풀이를 복기하며 실수와 오류를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처음부터 틀린 제목을 썼더라도 다른 기회로 그 페이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여유를 갖길 바랍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까지는 아니어도 오점을 허용하지 않는 마음은 다른 것들에 이로울 수 없습니다.
자신의 흔적을 복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하지만, 다시 따라가다 보면 백지에서 볼 수 없는 나의 생각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서 다시 시작하면 될 거라 생각해요. 어차피 모두 지워도 같은 과정을 쓰게 될 거거든요.
틀린 부분에서 또 틀리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실수를 봐 내는 것. 그리 용기가 필요한 일은 아닐 거예요.
어제는 줄이 잘 못 그어져 놔두었던 페이지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어진 형태를 이용하는 아이디어가 떠 올랐지요. 이미 줄이 그어져 있었으니 시간도 절약되고요. 노트를 찢어 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요.
'수정해서 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네!'
실수는 바로 잡으면 됩니다. 오류는 다시 배우면 됩니다.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실수이고 오류일 거예요. 고치는 법을 배우면 좋겠어요. 시간도 절약되고, 지우개도 절약이 되고요. 지우개 밥을 치우는 수고를 덜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