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기록

D-day를 대하는 자세

별일은 별일 아니게, 별거 아닌 일은 별일처럼

by 부키

'받아 놓은 날'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예전 어르신들이 많이 쓰시던 말이에요. 뭔가 이벤트가 정해진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보통 D-day라고 합니다. 약간의 어감 차이는 있어요. 그날의 중요도에 따라 대하는 마음도 많이 다릅니다.


'오늘이 그날이었어? 완전히 잊고 있었네!'

이 정도의 중요도가 있는 날이 있어요. 그야말로 소소한 이벤트가 있어요. 없었다가 생긴 느낌의 이벤트일 수도 있고요. 없었어도 그만인 그 정도의 날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다 응모해 놓은 각종 이벤트 같은 거죠. 커피 쿠폰을 준다던가, 또는 '한 번 해볼까'하고 응모해 놓은 서평단 발표일 같은 거예요.


어떤 '그날'은 보다 중요성을 갖고 있어요. 중요한 날이어도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요. 무슨 일이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 날과 예측할 수 없는, 다시 말해 결과를 기다리는 '그날'입니다.


집안의 대소사가 있는 날, 크게는 결혼식, 생일, 제사, 아들 입대일 등의 이벤트와 작게는 출장, 여행 등이 정해져 있는 날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날'의 의미도 있지만, 준비하는 시간도 중요해요. '그날'을 잘 맞기 위한 사전 준비의 시간들입니다. 행사를 준비하기도 하고요. 여행 일정을 정하고 준비하는 기간도 포함되지요. 그러한 준비를 어떻게 잘하는지에 따라 '그날'의 운이 정해져요. 내가 준비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그날'입니다.


하지만, 내가 만들 수 없는 '그날'이 있습니다. 하늘의 결과를 겸허히 기다리는 날입니다. 최근 그런 날이 뭐가 있었을까 생각해 봤어요. 아이들 대입, 고입 발표일, 남편 발령일, 그리고 가족 또는 나의 건강 검진 결과 나오는 날 등이지요. 조마조마한 마음 한 가득으로 몇 날 며칠을 기다려야 맞이할 수 있는 '그날'들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긴장감이 다시 밀려오는 그런 날들이에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결과를 기다려 보자."

미리 무언가를 준비하고 알아본다면서 허둥대는 시간들, 온갖 결과를 상상하며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들, 대응 매뉴얼쯤 정해야지 하지만, 쉽사리 마음이 정리되지 않던 기억들.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면, 그때 내가 가져야 했던 것은 '겸손함과 담대함'이었습니다. '별일'이 되어버린 결과에는 담대하게 별일 아닌 것처럼 그렇게 상황을 직시하고 해결해 나가야 했어요. '별거 아닌 일'이 되었다면 '없던 일'이라 여기지 말고, 다음에도 '별일' 아니도록 마음에 새겨야 하는 것이었어요.


'별일'을 '별일'처럼 호들갑을 떨면 방향을 잃고요. '별일 아닌 것'을 '별일 아닌 것'으로 무시하면 다음에 '별일'로 돌아오더라고요.


인간의 행복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해요. 문제없는 인생이 있을까요? 대신, 좋은 문제들로 채워야 한다고 합니다.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문제'라고 아쉬운 마음 가득해도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더 소중한 행복을 얻은 경험이 있을 거예요. 이 역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입니다.


오늘도 지인분이 '그날'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부디 '별일' 아니지만, '별일'처럼 마음을 쓰게 되길 바랍니다. 저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겸손함'과 '담대함' 이번에는 잊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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