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하지?
무슨 검사를 한다고 한다. 전기 검사.
지난주부터 계속 공지 안내가 나온다. 게시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전이라고. 지금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2시간여의 시간이 지난 뒤에 정전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2시간이나.
이렇게 길게 정전이 이어지는 경험은 오랜만이다.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때는 내가 주부가 아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단속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엘리베이터도 운행이 중단되기에 마트 배송은 오후로 맞추어 놓았다.
그런데 서점에서 오는 택배가 있을 것이다. 설마 오늘따라 오전에? 그러지 않을 것이다. 늘 같은 패턴의 동선으로 움직이겠지. 오전에 우리 집에 방문하는 사람은 없음을 체크한다. 우리 집은 고층이다.
에어컨은 둘째치고 선풍기도 쓰지 못한다. 부채를 찾아야겠다. 다행히 비가 오기에 기온이 아주 높지는 않다. 비 오는 오전 시간이니 냉방기 없이 지낼만하다. 비 오는 날씨가 감사하다. 하지만, 살짝 고민해 본다. '차라리 일찍 집을 나설까? 근처 카페나 도서관에 가면 되는 거잖아' 그러던 중 안내 안내 문자를 받는다. '오늘 09시 00분 호우주의보 발효' 이럴 때는 집에 있는 것이 상책이다.
냉장고, 냉동고가 가장 문제이겠다. 음식이 상하진 않을까? 다른 집은 어떻게 대처하지? 하지만, 대형 아이스박스라고 생각하면 2시간 정도는 냉기가 유지될 것이다. 김치는 좀 더 익을 것이고, 살짝 얼음이 녹는 일은 있을 수 있겠다. 그 정도는 괜찮다. 냉장고에 뭐가 많지도 않다. 그러니 오케이!
노트북은 그때까지 충전을 하면서 사용하면 변함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고, 충전해야 하는 기기들은 미리 다 해놓으면 되고, 주방의 가전제품들은 현재 작동하고 있는 것이 없으니 이것도 오케이. 대신 얼른 커피 한 잔은 내려 마셔야겠다. 원래 안 마시는 것보다 참기 어려운 것이 못 마시는 거니까.
이 정도면 2시간의 전기 없는 시간을 버틸만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어두울까? 밖은 흐렸고. 조명은 모두 꺼질 텐데.
아침에 읽어야 할 책을 놓치면 안 되겠다. 정전이 되기 전에 얼른 읽어야 한다.
정전이 된 2시간 동안 무얼 하지?
물론 노트북은 쓸 수 있다. 충전이 되어있고, 화면의 밝기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쓸 수 있다. 역시 배터리 문제가 없고, 데이터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을 볼 수도 있다. 태블릿 역시 충전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전이 되면 집안의 많은 소음이 차단된다. 평소 의식하지 못하는 가전제품들이 돌아가는 소리도 멈추고,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면서 불필요한 사람 소리도 적어질 것이다. 이런 시간을 만나기 쉽지 않다. 산으로 들로 나가서 만나는 그런 상태가 아닌 것이다.
정전을 즐겨봐야겠다.
무얼 하며? 아니다. 무엇도 안 하면서.
안 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