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시스템으로 넣는 법
요 며칠 아이에게 지속해서 하는 잔소리가 있어요. "독서록 빨리 제출해야지, 이제 곧 마감이잖아." 이렇게 마감이 눈앞에 있어도 행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책을 안 읽었는데..." 아이의 답은 언제나 같아요. "책을 읽으면 되잖아, 전부를 읽고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핸드폰 들고 있는 시간이면 벌써 몇 권을 썼겠구만.')
시간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지 않아요. 숙제처럼 읽어야 하는 책들임에도, 이 역시 벼락치기로 해 치울 요량인가 봅니다. '우리 아이가 어릴 때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없으니까요.' 많은 부모들의 공통된 '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많이, 잘 읽는 친구들도 있어요. 많이 읽는 것을 떠나 책을 읽는 행위가 귀해지고 있습니다.
그럼, 엄마는 어떨까요? 우리도 시간이 없을까요? 없습니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나의 관심이 책에 닿기가 쉽지 않아요. 닿아 본 사람만 지속하게 되는 독서의 습성이 있는 것 같아요. '먹어 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와 비슷할까요? '책도 읽어 본 사람이 읽는다.' 그렇다면 독서 자산 역시 빈익빈부익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에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해야지." 큰돈 드는 것도 아니고,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아니고요. 책 한 권 들고 동네 카페에 있으면 '폼'도 나고요. 충분히 좋은 과시의 효과가 있음에도 참 어렵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독서록을 계속 미루는 이유와 같을지도요.
저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나름 책을 많이 좋아하는 청소년기를 지냈는데요. 대학 1, 2학년때만 해도 독서 토론 등을 활발히 했어요. 하지만, 전공 공부가 어려워지면서 책을 손에서 놓게 되었어요. 결혼해서 육아를 하면서는 육아서, 부모 교육서 위주의 제한된 책 편식이 있었습니다. 도서관에도 열심히 '어린이실'만 다니게 되었고요. 아이들 책은 몇 무더기를 빌려와도 저의 책은 없는 시간이 아주 오래 지속되었어요. 그러니, 다시 책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책을 아주 열심히 읽습니다. 어느 순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저절로 그리 되진 않을 거예요. 나름의 전략을 갖고 실천했습니다. 책 읽기를 강제하는 시스템 만들기. 뭐든 관심이 생기는 단계를 넘어서면 실천의 문제가 됩니다.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영역이 많아요. 자율적인 의지가 강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런 시스템이 필요했어요.
독서모임, 서평 활동
제가 만든 시스템은 북클럽과 서평단입니다. 북클럽 리더로 활동하기도 하고, 단순히 회원으로 참여하기도 해요. 리더를 하는 이유는 책임감 있게 책을 읽기 위해서입니다. 모임을 주도하는 역할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있었어요. 답을 얻고 시작하진 않았습니다. 하다 보면 좋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 반 용기 반으로 시작하였고, 지금 2년째, 모임을 계속하고 있어요. 두 개의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고요. 한 달에 4권의 책을 읽어야 합니다. 비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독서모임도 있기에, 한 두 권이 더 추가됩니다.
서평단 활동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포터스 활동이 있고요. 또 하나는 개별 책에 대해 서평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책을 협찬받아 읽고 리뷰를 올리는 것이에요. 보통 책을 받고 2주 정도 후에 리뷰를 해야 하기에 부지런히 읽습니다. 약속에 대한 책임감이 있기에 지금까지 약속을 어긴 경우는 없어요. 마감 약속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출판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리뷰를 위한 책을 읽는다 생각하면 재미가 없어요.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선정을 하고, 무작위로 주어지는 책에 대해서는 편독을 막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읽습니다. 이렇게 서평 독서를 하는 것도 책 읽기를 강제하게 됩니다.
독서 모임, 서평 활동 등의 책만 모아도 월 6-8권 정도 되지요. 이 외에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읽게 되는 책, 그리고,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을 추가하면 10권 내외의 책을 읽는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저는 매월말에 독서 회고와 함께, 다음 달 독서 계획을 세웁니다. 북클럽 일정과 서평 마감일, 도서관 희망도서 대출, 도서관 반납일 등 기한이 정해진 일들이라 생각하고 독서 다이어리를 작성해요.
'마치 숙제처럼 책을 읽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억지로 하는 독서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게 하는 시스템인 것은 확실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래요. 숙제 같은 독서일지라도 우선은 유지하려 합니다. 억지로라도 읽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하기에 지속하려 해요. 저의 독서단계가 올라가면 좀 더 여유롭고 내실 있는 시스템이 운영될 것이라는 바람을 담고요.
오늘도 기다리는 소식이 있습니다. 어려운 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 성향의 출판사 서포터스를 신청해 놓았어요. 선정이 될까요? 기대하는 마음에 아침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미약한 저의 깊이를 키우고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