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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기한 Jan 09. 2020

확신이 없는 결혼도 괜찮은 이유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함께 울어주는 사람

확신으로 가득차 내린 선택, 내 인생에서 있었나 싶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 때 확신에 근거한 결정은 없었다.  

선택지들 중 더 나아보이는 선택지를 택한 후 그 선택이 '괜찮은 선택'임을 바랄뿐 장담한 선택은 없었다. 


그런 나한테 '확신에 가득찬 남자'가 왔다. 

자신의 행복을 확신하는 남자, 이 남자의 확신을 따라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건 각자 퇴근을 하고 방에서 시시콜콜한 전화 통화를 하다가였다. 


- 우리 50대에 뭐하고 있을까?

- 넌 어떨거같은데?

- 음... 난 남편하고 아이들 한두명 낳아서 키우고 있지않을까? 오빠는?

- 난 내 앞에서 우리 아이들이랑 웃고 있는 너가 보이네


전화기 너머로 이 얘기를 듣는데 눈물이 흘렀다. 

'나 자신도 내 미래의 행복을 장담치 못하는데 이 남자는 어떻게 내 행복을 이렇게 장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한편으론 그의 말처럼 정말 미래의 내가 행복해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복잡다단한 기분에 휩싸여 눈물이 그냥 나왔다.


- 아니... (코 훌쩍) 오빠는 어떻게... 나보다 내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있어...

- 그렇게 될거니깐!

 

이때 '이 남자는 뭐지.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지'라는 생각과 이 남자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해 내 마음도 조금씩 열린 것 같다. 

나는 결혼이란 제도 그 자체는 믿지 않는다. 내가 오랫동안 만나왔던 이 남자를 믿는거지. 

어리석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믿는다는게. 


『82년생 김지영』에서 그의 남편이 나름 최선을 다해 육아를 돕고 아내를 위했지만 김지영씨가 단지 여자였기에 받아야했던 차별적인 시선때문에 아팠던 것처럼 결혼이란 선택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계속해서 있다. 


남녀차별적인 집안 분위기, 보수적인 시댁,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는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건 과거, 현재, 미래에 해당하는 우리 주변의 김지영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파서였다. '아직' 내게 그런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영화에서 나온 상황들은 내일 나에게 벌어져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공감치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혼이란 선택을 집어든건 이 영화를 보며 같이 울어주는 남자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왜 울어?"라고 묻지 않고 자신도 훌쩍대면서 조용히 자신의 소매를 내주는 사람. 

영화에서 묘사된 아내로써의, 남편으로써의 상황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

문제가 생겼을때 우린 우리의 방식대로 함께 삶을 꾸려나갈거란 약간의 기대감과 희망.  


결혼에 확신은 없지만 기꺼이 그와 함께하기로 한 이유다. 




행복의 모습은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내가 했던 생각과 감정이 비슷해서 기억에 남았던 별의 인터뷰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
"나는 두려움이 많고,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하하는 자신감이 넘치고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하하가 그랬다. 보란 듯이 정말 행복하게 살 거야.
훌륭한 아빠가 될 거고, 내 아이 정말 행복하게 키우면서 아내랑은 정말 화목하게 살 거라고.
연예인끼리 결혼하면 행복하지 못 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함께 할 미래에 자신감이 있다는 게, 여자한테는 정말 크더라. 
널 너무 사랑해보다, 본인 자체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심과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라서 내가 이 사람이랑 살면 내가 행복해질 것 같다고 생각해 결혼을 결심했다"
- SBS <힐링캠프>에서 별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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