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 하이랜드 RWD 구입기
대학교 3학년 때 운전면허를 딴 이후 40대 중반까지 뚜벅이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프리랜서라 재택근무인 데다 별 일이 없으면 집콕모드였다. 대처할 수 없는 변수에 대해 스트레스받는 성격이고, 간혹 있는 약속도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을 선호하는 까닭에 비교적 정확한 지하철이나 버스전용차선으로 다니는 급행버스로 서울 나들이를 했다.
여행지도 뉴욕, 파리, 런던, 도쿄와 같이 대중교통의 불편함이 없는 도시가 좋았고, 미국 유학 결정 시 다른 도시로 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할까 싶었지만, 3년 동안 맨해튼 안에서만 머물러도 만족했다.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지만 패션보다는 기계에 대한 로망이 더 컸고, 의류 쇼핑이야 일 년에 두세 번 인터넷 쇼핑으로 만족했다.
그러던 내가 2014년 즈음이었나?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차에 대해 관심도 전무하고 문외한인 내가 배우 김윤진 씨가 출연한 ABC 드라마 '미스트리스'를 보다 내가 모르는 차량 로고라 찾아본 것이 계기였다. 그렇게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고, 한계를 넘는 지성에 대한 동경으로 그의 팬이 되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사고 싶은 차가 생겼다. 그래서 2016년 4월 5일 화요일 모델 3을 덜컥 예약을 하고, 한동안 한껏 들떠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엔 이렇게 예약자에서 선물 같은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아쉽게도 일 년이 지난 2017년 5월에 그 계약을 취소했지만 이 예약자 미니 카탈로그를 아직까지 버리지 못했다.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 충전시설의 부재와 그 당시엔 수퍼차저도 많지 않았고, 여러 가지 우려되는 사항들과 주변의 부정적인 의견들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그때까지 재테크나 투자에 무관심했던, 간도 콩알만 해서 환불받은 계약금과 별반 차이 나지 않는 투자금치곤 푼돈으로 그 해 가을 테슬라 주식을 10주를 샀다. 순전히 일론머스크의 팬심으로 산 것이라 주가가 반토막이 나든, 환율과 주가 상승으로 20배가 되든 무덤덤했던 것 같다. 그 10주는 150주로 분할이 되었고, 지금도 주가는 늘 요동을 친다. 아마도 투자금이 작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일 테고, '테슬라'라는 브랜드가 아주 오랜 시간 후에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심어둔 아주 작은 씨앗아, 잘 자라렴!
세월이 어느덧 흘러 2024년이다. 아직까지 미혼이자 중년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난 오랜 고민 끝에 인생의 동반자로 반려견의 보호자가 되었고, 가끔이더라도 퍼피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다. 그동안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데, 누군가에겐 불편함이나 기피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게다가 앞으로 중성화수술이나, 미용 등을 받아야 하는데 70대가 된 엄마의 도움을 매번 받는 것도 미안했고, 부모님도 나이가 드시니 앞으로 내가 모시고 다녀할 일들이 점점 더 생기겠구나 염려가 더해지기도 했는데, 마침 기다리던 업그레이디드 모델 3가 출시되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계약과 차량 인도가 너무 급박하게 진행이 되었고, 강아지의 보호자로서 야행성인 내가 아침형 인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 와중이라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딜러 없이 진행된 계약과정이라 재밌어서 기록해 두었다.
두둥! 5월 8일 어버이날 8시에 오신다면 탁송기사님이 7시에 빨리 도착했다고 전화를 주셨다. 방금 기상해서 목소리도 잠긴 채 통화를 하고 "10분 안에 가겠습니다." 답변을 했는데, 이제 실감이 된다. 20년 넘게 장롱면허인데, 급하게 10시간 도로연수받고, 원페달 드라이브까지 적응할 수 있을까?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버스정거장도 위치해 있고, 마침 출근시간이라 통행량도 적지 않은 데다, 단지로 들어오는 우회전하는 차량을 진입 방해하는 형국이라 눈초리가 따가웠다. 다행히 탁송기사님이 차분하게 작동법을 설명해 주셔서 얼른 듣고, 인증샷 사진촬영할 새 없이 단지로 들어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데, 마침 지하주차장 청소라고 지상주차장이 만차였고, 아파트 뒤쪽에 외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살펴보았다.
타인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고, 나도 더 조심해야 해서 '초보운전' 유리창 부착 스티커를 주문했는데 뒷유리의 각도가 가팔라 시인성이 안 좋을지 모르겠다. 하단에 자석 스티커도 2개 더 부착! 안전히 동네운전으로 조심운전 해볼게요.
시간이 또 흘러 운전을 잘하게 된다면 뮤지엄산이나 구하우스 미술관, 남양성모성지 건축물도 보러 가고 싶어졌다. 그동안 불편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차가 생기니 새로운 경험을 다시 꿈꾸게 된다. 점점 기동성을 높여보자.
어젠 차를 받자마자 가볍게 율동공원도 한번 가 보고, 오늘은 분당 중앙공원을 가봤는데 중앙공원은 주차장이 폐쇄되어 있었어 금밤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동안 운전을 안 해서 굳어버린 버릇이 없으니, 단 하나 좋은 점은 원페달도 기어봉이 없는 것도, 버튼식 깜빡이도 적응이 빠르단 것이다. 아직 매뉴얼도 찬찬히 살펴보고, 익혀야 할 사항들이 넘쳐나지만, 매일이 신선하다. 늘 집콕해서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던 것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해, 요금제를 변경하고, 핫스팟도 처음 접해보고, 하이패스 기기도 등록해 보고, 업데이트할 때 차량에서 머무르지 않기 위해, 아마존 재팬에서 갤럭시 SCR01 라우터도 직구해 보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태산이 되었다.
차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너무 아름답지만 운행 중에 여름 햇살을 견딜 자신이 없다. 틴팅 없이 탈 거라서 공홈에서 선쉐이드만 주문해 본다. 너무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늘 느릿하게 살아가는 삶이었는데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간 중년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차 이름은 뭘로 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