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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H Jun 05. 2024

누구도 예기치 못하지만...

언젠가 준비해야 하는 마음 

매일 아침이 되면 내가 잠에서 깨길 기다렸다가 눈을 맞추고, 배를 하늘을 향해 누워 행복하다는 듯 물결을 이루는 춤을 춘다. 그러곤 토끼처럼 내 걸음을 쫓아 깡충깡충 따라다니는 나의 반려견, 맥시. 

어떤 존재가 변함없이 아침마다 이런 인사를 해줄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을 듬뿍 받으며 깨는 순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이다. 


지지난 일요일, 나와 장난감 던지기 놀이를 하다 맥시가 눈을 다쳤었다. 점프하는 맥시를 내가 잘 피했더라면 자책하는 마음이 컸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일요일 밤이라, 24시간 병원을 찾아 다녀왔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잘 호전되고 있었고, 세 번째 체크업시 처음 진료해 주신 수의사님 휴진이라 또 새로운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1-2주 안약을 꾸준히 넣는 것으로 처방을 받았다. 


말 못 하는 동물이라 어디가 불편한지 잘 알기가 어렵다. 1-2주 기간을 내 판단으로만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 지난 목요일 집 앞 맥시 주치의 선생님께 더블체크를 하기 위해 원래 다니던 병원을 다녀왔다. 왼쪽 안압이 떨어져 있어 나는 또다시 사색이 되었다. 월요일 아침에 바로 주치의 선생님을 찾아올 걸이란 후회도 소용없다. 


수의사님 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판단이 다르기에 자신이라면 다른 안약을 처방했을 거라고 하셨고, 좀 더 안쪽 염증을 치료하는 안약으로 다시 일주일을 처방받았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 오픈하는 시간에 병원에 가니, 주치의 선생님이 휴가 중이셨고, 또 다른 선생님 진료를 기다렸다. 


4개월 아주 자그마한 강아지 옆에서 긴 벤치에 앉아 대기를 했고, 1.5개월 차이 친구네 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곧 맥시를 걱정하는 엄마가 오셔서, 자리를 옮겼고, 시간이 흘렀다. 자그마한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소리가 나서 대기하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는데, 급박하게 옆에서 응급상황이 일어났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이별을 맞이한 옆 보호자의 지인들이 달려왔고, 모두가 안타까움과 긴장된 침묵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고작 4개월인데... 빨라도 너무 빠르다. 하늘도 무심하지.


애써 평정한 표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수의사선생님과 짧은 진료를 마치고, 다행히 맥시의 안압은 정상범위로 들어왔단 얘기를 들었다. 조금 전 진료를 받으러 온 또 다른 보호자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당황스러운 순간에 눈물범벅이 되었고, T인 나도 피부가 찌릿하게 떨려왔다.  


그냥 막연하게 반려견과의 이별은 15-20년 뒤일 거라 생각했다. 나 보다 먼저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친한 친구도 "내가 60이 될 때 즈음 내게 엄청나게 슬픈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빠 가족도 모찌가 첫 반려견이고, 나도 맥시가 첫 반려견이라 내게 이별은 먼 훗날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집으로 걷는 동안 가득 찼다.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워 보이는 엉덩이로 산책을 하는 이 아름다운 생명체가 예견된 시간보다 조금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든다. 건강하기만 하자, 맥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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