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북리뷰

by HH

사람의 '마음'을 스스로도 명확하게 헤아릴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어두운 이면을 숨기고 싶어 한다. 더군다나 나와 세대가 다른 타인의 마음을 통찰한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청년과 선생님의 교류의 시작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상, 중, 하로 나뉜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의 유서의 세 가지 챕터를 통해 인간의 걷잡을 수 없는 복잡한 심리를 파고든다. 그중 특히 한 지식인의 고백을 다루는 '선생님의 유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고독의 심연에 스스로 고립되어, 고독감과 죄책감을 지고 살아간 한 인간의 숨김없는 고백이 위태로운 심리를 잘 표현한다. 선생님도 친구 K의 마음의 시작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고 제멋대로 판단하였기에, 더욱 그의 감정을 궁지로 몰아가며 타인의 마음을 배제한 것이 아닐까?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예기치 못했기에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굴레를 벗어나는 방식 또한 친구와 같은 방식의 끝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 직전에 자신의 고독과 죄책감과 선택에 대해 마주하고, '유서'라는 매개를 통해 비로소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달 읽은 태가트 머피의 '일본의 굴레'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메이지의 유산"에 관해 스치듯 접했다. "과거를 그토록 지워 없애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 이야기할 수 없었던 메이지 시대에 대한 가장 깊은 고찰은, 20세기 초 가장 위대한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1914년 걸작 『마음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이자 ‘선생’이라고만 나오는 노년의 남성은 어두운 과거를 끌어안고 산다. 수십 년 전 자살한 친한 벗의 죽음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설의 세 번째 부분을 이루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서야 그 사건과 자신의 죄책감에 대해 비로소 얘기한다. 평론가들은 소세키가 방금 막 내린 메이지 시대를 선생으로 표현하고, 친한 벗과 그의 자살은 각각 전통적 일본과 일본의 생존을 위해 사라져야 했던 것들을 상징한다고 입 모아 얘기한다(선생이 편지를 보내는 대상인 젊은이는 당시 갓 시작된 다이쇼大正 시대를 상징한다."


'일본의 굴레'를 읽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메이지 시대의 종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개인의 비극이 시대의 흐름과도 맞물릴 수 있구나를 이해하게 된다. 극적인 시대의 전환기에는 큰 혼란이 함께한다. 그 혼란 속에서 누군가는 허무와 고독을 느낄 것이다. 작품 속에서는 선생님이 자살을 결심하는 계기로 '노기 장군의 순사'를 언급한다.


문득 260년간의 평화로운 에도 막부의 쇄국정책이 끝나고 급격한 근대화와 서구 문화와 문명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였던 메이지시대의 변화는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접해야 할 AI 시대의 당혹감과 유사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란 소설은 사람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였다. 타인의 말 못 할 속사정과 고독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선생님이 평생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유서’라는 형태로 털어놓은 것은, 완전하지 않더라도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마지막 의지이다. 결국 인간은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기에 쓸쓸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할 솔직한 용기만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연결시킬 수 있다. 처음에 와닿지 않았던 나와 선생님의 교류처럼 그 불완전한 이해가 있기에 사람은 사람에게 끌리기도 하겠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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