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트럭은 늘 한 박자 늦게 흔들린다.
그 틈으로 서늘한 공기가 뺨을 스친다.
나는 그 차가움으로 오늘의 속도를 가늠하며, 신호 앞에 멈춘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건물 사이, 갈라진 틈으로 한라산이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눈을 잔뜩 품은 채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행기와 렌터카와 발바닥의 열을 다 써야만 겨우 마주치는 저 산이,
핸들을 조금 꺾은 내게 거대한 침묵을 너무 쉽게 건네준다.
가까우면 흐릿하다는데, 오늘 산의 윤곽은 유독 또렷하다.
문득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가까이 가도 보이지 않고, 오래 곁에 있어도 모르는 얼굴로 남는 것들.
다 보여달라는 게 아니라, 표지판처럼 “나 여기 있어”라고 한 번만 걸려 있다면.
오늘만큼은 마음의 빗장을 조금 느슨하게 걸어두고 싶다.
누가 열쇠를 들고 오지 않아도, 잠깐 비친 백미러 속에서 서로를 지나치지 않게.
저 산처럼, 거기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