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까지, 그 집은 늘 그랬수다
비가 얇게 흩뿌리던 오후였다.
골목 끝에 차를 세우자 젖은 돌담에서 흙냄새가 올라왔다. 대문 옆, 색이 바랜 작은 문패가 눈에 들어왔다.
‘6·25 참전유공자의 집’
빗물이 글자 위에 맺혀 있었다.
이 집은 늘 같은 말을 남겼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 앞까지 넣어주세요.
쌀포대를 어깨에 멜 때면 숨이 한 번 막혔다. 무게 때문만은 아니었다. 담장 안에서 먼저 들려오던 소리 때문이었다. 쇠사슬이 바닥을 긁고, 곧 짖음이 이어졌다. 녀석은 담장 옆 말뚝에 묶여 있었다. 줄이 짧았는지 몸은 잘 보이지 않았고, 얼굴만 담장 위로 올라왔다. 눈과 이빨이 먼저였다.
나는 그 소리가 커지기 전에 일을 마치려 했다. 쌀을 내려놓고 소리 나지 않게 돌아서는 게 어느새 습관이 됐다. 예전에 배송하다가 개에게 물릴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짖음은 몸을 먼저 움직이게 하는 신호가 됐다.
그날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비가 마당을 적시고 있었지만 쇠사슬 소리도, 짖음도 없었다. 이상하네 생각하며 대문을 열었다. 마당을 건너 신발장 앞에 쌀을 내려놓았다.
돌아서려는 순간, 종아리에 무언가 닿았다. 밀어내는 힘이 아니라, 가만히 기대는 감촉이었다. 따뜻했고, 생각보다 가벼웠다.
고개를 숙였다. 그 개였다. 이번엔 짖지 않았다. 젖은 코로 내 바짓단을 한 번 건드렸다.
자세히 보니 왼쪽 뒷발이 없었다. 앞발 두 개와 오른쪽 뒷발 하나로 서 있었다. 몸이 조금 기울어 있었고, 균형을 잡느라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 그랬구나.”
손을 내밀자 녀석은 가만히 머리를 맡겼다. 젖은 흙 위에 세 발이 가만히 닿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짖음을 피하지 않았다.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잘 있었니” 묻는 시간이 생겼다. 녀석은 여전히 세 발로 먼저 나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녀석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안쪽에서 마른나무가 바닥을 짚는 소리가 났다.
“매번 고맙수다.”
문 안에 서 있던 어르신의 왼쪽 바짓단이 접혀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왜 늘 문 안 까지였는지.
마당에는 세 발이 있었고, 문 안에는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 서 있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세 개의 발자국과 목발 자국이 나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대문을 천천히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