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앞에 마주 앉은 두 후회

by heelight

바람에 모자챙이 흔들렸다.
손에서 놓인 모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먼지를 조금 일으켰다.


그 여편네 얼굴만 보면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나를 위해 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쩐지 남편 없이 아들을 키운 사람을 얕보는 눈처럼 느껴졌다.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짜증을 냈다.
모자를 땅에 집어던지며 그동안 쌓인 화를 털어냈다.


그러고 나면 늘 같은 생각이 따라왔다.
다시 만나면 말을 조금 곱게 해야지.




낯선 택배 일을 하다 보면 문득 멈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신호를 기다리던 앞차를 콩, 하고 박았다.
차에서 내려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보험 접수를 하고 다시 차에 앉았다.


아이… 오늘 왜 이러지.
내가 뭐 하는 거지.
이렇게 힘든 일을 왜 시작했지.


혼잣말이 점점 거칠어졌다.


이 못난 놈.


한참을 나에게 화를 냈다.
그러다 문득, 또 미안해졌다.


나에게 괜히 화냈네.




저녁이 되자 두 후회가 밥상 앞에 마주 앉았다.


밥그릇에서 김이 조용히 올라왔다.
된장국 냄새가 방 안에 천천히 퍼졌다.


어머니는 말없이 반찬을 한 번 더 가운데로 밀어 놓았다.
나는 젓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어머님, 이거 먼저 드세요.


말이 밥상 위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어머니는 잠깐 나를 보다가
웃는 것처럼, 아닌 것처럼 말했다.


고생한 아들 먼저 먹어.


서로 권하는 말이 몇 번 오갔다.
밥은 그대로였고, 김만 계속 올라왔다.


어머니 손등의 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하루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내 손도 가만히 놓여 있었다.


밥에서는 김이 계속 올라왔다.


우리는 아직
수저를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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