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 11.5 / 11.6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Pushkin’s use of the Russian language is astonishing in its simplicity and profundity and formed the basis of the style of novelists Ivan Turgenev, Ivan Goncharov, and Leo Tolstoy. His novel in verse, Yevgeny Onegin, was the first Russian work to take contemporary society as its subject and pointed the way to the Russian realistic novel of the mid-19th century.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인용)
또한 그는 선수였다. 숙맥인 척하다가는
농담으로 순진함에 충격 주고,
각본 짜인 절망으로 상대방을 겁주다가
듣기 좋은 아첨으로 상대방을 달래 주고,
감동의 한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순진한 나이의 편견들을
재치와 열정으로 단숨에 압도하고,
저절로 흘러나올 다정함을 고대하고,
상대방의 고백을 애원하며 요구하고,
가슴의 첫 음성을 살며시 엿듣다가
사랑의 뒤를 쫓고, 그러다가 단숨에
은밀한 만남에 성공하고……
그 후에는 단둘이 된 틈을 타서
정적 속에 수업을 가르치고!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시킨 저, 김진영 역, 을유문화사, pp.17-18
왜 우리를 찾아오신 건가요?
잊힌 마을의 촌구석에서
난 영영 당신을 몰랐을 테고,
쓰디쓴 고통도 몰랐을 텐데.
세월 따라 가라앉고
(누가 아나요?),
마음 맞는 사람 만나
정숙한 아내,
온화한 어머니가 되었을 텐데.
[…]
신들의 결정이든……
하늘의 뜻이었든, 난 그대의 사람인걸.
그대와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내 삶은 지금까지 저당 잡혀 있었을 뿐.
그대는 신이 내게 보내 준 사람,
무덤까지 날 지켜 줄 사람……
ibid, p.104
[…]
내 운명을 그대에게 맡기니,
그대 앞에 눈물 흘리고
그대의 보호만을 간절히 애원할 뿐……
[…]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 단 한 번 눈길로
가슴의 희망을 되살리든지
아님, 아아, 응분의 꾸짖음으로
이 힘겨운 꿈에서 깨워 주기를!
ibid, p.106
그 언젠가 우연히 당신을 만나
애정의 불꽃을 발견했던 나는
감히 그것을 믿을 수 없어
달콤한 관습의 길로 나아가지 못했소.
나 자신의 역겨운 자유를
잃고 싶지 않았던 거요.
[…]
가슴이 원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때 난 내 가슴을 떼어 놓아 버렸다오.
모두에게 등 돌리고, 모든 것과 절연한 채,
난 생각했소. 자유와 평온이
행복을 대신하리라. 맙소사!
그것은 실수였고, 내게 내려진 형벌이란!
아니요, 매 순간 당신을 보고,
어딜 가나 당신의 뒤를 따르고,
그 입술의 미소, 그 눈의 움직임을
사랑에 빠진 두 눈으로 붙잡고,
오래도록 당신에게 귀 기울이고, 가슴으로
당신의 모든 완벽함을 이해하고,
당신 앞에서 고통 속에 심장이 멎어
창백해지며 꺼져 가고…… 이것이 최상의 행복이오!
그런데 그것을 잃었소. 당신을 찾아
발길 닿는 대로 헤맨다오.
[…]
ibid, pp.270-271
그때 난 지금보다 젊었었죠.
지금보다 더 나았던 것도 같아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던가요?
당신의 가슴에서 무엇을 얻었던가요?
어떤 대답을? 오직 냉랭함뿐이었지요.
아닌가요? 온순한 처녀의 사랑이 당신에겐 새로운 게 아니었지요?
지금도 ─하느님!─ 피가 얼어붙네요.
그 차가운 시선과
설교를 생각만 하면…… 하지만
당신을 탓하진 않아요. 그 끔찍한 순간
점잖게 처신하신 거니까,
제 앞에서 당신은 정당했으니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ibid, pp.279-280
번잡스러운 세간의 소문과는 동떨어진
황무지에서, 그때는 ─아닌가요?─
날 좋아하지 않으셨지요…… 그런데 왜 지금은
내 뒤를 쫓으시나요?
왜 나를 점찍으셨나요?
내가 지금은 상류층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인가요?
내가 부유하고 지위 높아서,
내 남편이 전쟁의 상이용사여서,
그로 인해 궁정의 총애를 받고 있어서?
나의 치욕이
이제 모두에게 알려짐으로써
사교계의 달콤한 명성이
당신에게 쏟아질 수 있어서는 아닌가요?
ibid, pp.280-281
행복은 그토록 가능한 것이었는데,
그토록 가까이 있었는데!…… 그러나 운명은
이미 결정됐어요. 어쩌면 난
경솔하게 행동했는지 모르죠.
[…]
당신을 사랑해요(숨길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난 다른 남자에게 속한 몸,
영원히 그에게 충실할 것이에요.
ibid, pp.282-283
그러나 우리에게 젊음은
헛되이 주어졌음을,
우리는 언제나 젊음을 배반하고
젊음은 우리를 기만했음을,
최상의 욕망들과 신선했던 꿈들이
비 내리는 가을날 낙엽처럼
하나하나 순서대로 썩어 갔음을
생각하면 슬프도다.
우리 앞엔 똑같은 식사의
기나긴 행렬만 남아 있고,
인생을 의례로 간주하여
견해도 열정도 공유하지 않으면서
격식 차린 군중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건
견디기가 어렵도다.
ibid, pp.282-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