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엄마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꿈을 꾸었다. 꿈이라서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 꿈속에서도 엄마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꿈에서 본 엄마는 수술을 한 번도 받지 않았을 때의 건강한 모습이었고 머리도 긴 단발 파마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우리가 어렸을 적 젊고 건강했던 시절의 모습이었는데 언니와 나는 다 큰 어른이 되어 있었다.
꿈에서 언니와 나는 우리가 어렸을 적 함께 살았던 고향 동네의 작은 빌라에 같이 살고 있었고, 거기에 엄마는 없었다. 나는 회사에 주차해 둔 차를 가지러 가야 한다며 출근하는 언니 뒤에 딱 붙어 신발을 신었고, 잠깐 걷는 동안 언니와 나는 사망신고가 끝난 엄마를 어떻게 모실지에 대해 얘기하다가 길을 잃었다. 잠깐의 방황을 뒤로하고 나는 차를 찾아 퇴근하는 언니를 픽업했고,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이삿짐을 꾸리고 있었다.
''왔나?''
''엄마, 뭐 하는데?''
꿈에서의 나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를 반기는 엄마의 목소리가 좋아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어제 이 집 팔아서 우리 이사 가야 된다.''
''아니, 혼자 하면 힘든데 좀 기다리지.''
''느그 오기 전에 쪼매 해놓을라고 그랬지. 우리 세 식구 짐 싸는 건데 뭐, 많지도 않다.''
'...???''
우리 세 식구라는 말을 듣고 거실에 걸려있는 여동생의 결혼식 사진을 보았다. 가족사진 한번 찍자고 해도 어느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어, 결국 여동생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이 유일한 가족사진이 되었는데, 그 사진에는 아빠와 남동생이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엄마와 언니, 나, 그리고 여동생 부부만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짐을 싸고 있는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엄마, 사실은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거가?''
''내가 아니라 송이 니가 이렇게 살고 싶었겠지.''
모든 시간과 공간이 뒤틀려 있었다. 엄마는 죽었다가 젊어진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백수인 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으며, 대학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도망가버린 언니가 고향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엄마 말대로, 내가 꿈꾸던 가족을 꿈속에서 내 멋대로 그려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늘 이런 식의 판타지만 꾼 것은 아니었다. 현실에서 있었던 일을 몇 번이고 되뇌고 곱씹도록 여러 번 꾸는 꿈도 있었다. 엄마한테 미안했던 일이 한두 개가 아닐 텐데 하필 그날의 기억이 몇 번이나 되살아났다.
평소처럼 엄마를 내 차에 태워 거리가 좀 먼 시장에 갔을 때였다. 엄마와 나는 가장 잘 붙어 다니면서도 가장 많이 싸웠던 만큼, 그날도 그랬다. 아주 사소한 언쟁으로 시작해 결국 장을 다 볼 때쯤에는 서로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올 테니 무거운 거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서 나는 얼른 차를 빼왔지만 엄마는 이미 그 무거운 장바구니를 양손 가득 든 채 버스를 타고 가버린 뒤였다. 아, 싸우지 말걸.
도대체 이 기억이 나한테 뭐길래, 그 수많은 미안한 일들을 뒤로하고 몇 번씩이나 내 꿈에 나타나 괴로운 마음이 들게 했던 걸까.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