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kuniversitet, 한국어를 배우는 스웨덴 학생들
스웨덴 대학원 진학이 결정되고 나서 한동안 스웨덴어를 어느 정도 미리 배워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나는 스웨덴에서 제대로 내 전공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 스웨덴에서 일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스웨덴어 교육기관을 찾아봤는데, 시간도 안 맞고 가격도 비싸서 (한 달에 최소 30만 원.. 스웨덴에서 생활할 돈을 마련하는 중이었기에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 중요했다) 스웨덴에서 스웨덴어를 배울 생각으로 인터넷으로 숫자나 기본 인사 등만 배우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았다. 스웨덴에서는 거주허가가 나온 사람에게 무료로 스웨덴어를 가르쳐준다 + 대학교에서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스웨덴 오시는 분: 거주허가받는 분들은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비싼 돈 주고 배우실 필요 없어요.) 한국에 있는 스웨덴어 교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문득 "스웨덴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에이 설마, 스톡홀름에는 있을 것 같다. 이 정도의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웨덴에 오고 나서 이런저런 일에 치여서 (...) 그 생각은 아예 잊고 지냈었다.
그러다가 11월에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언니가 스웨덴에서, 그것도 스톡홀름 그리고 웁살라 두 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도인 스톡홀름뿐만이 아니라 비교적 작은 도시인 (엄청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스웨덴에서 Top 3 에 드는 도시는 아님: Stockholm, Göteborg, Malmö 순**) 웁살라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기관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웁살라의 한국어 코스는 Folkuniversitet (Folk University, 성인이나 학생 등이 학교 교육 외 문화, 언어 등을 배울 수 있는 코스를 제공하며 스웨덴 밖에서의 코스와 국제 규모의 프로젝트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의 다섯 개 도시:Stockholm, Uppsala, Göteborg, Lund and Umeå 에서 Folk University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대학생들은 Folk University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 기관 외에는 특별한 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보가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아래는 Folk University 한국어 교실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웁살라 내 한국어 코스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스웨덴 친구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한국어를 배우는 스웨덴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웁살라 Folk University에서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신 한국인 언니분에게 학생들의 '일일 한국어 대화 상대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혼자라서 고민하던 차에 같이 가주시겠다는 친절한 한국인 오빠 (우메오 대학교 석사과정을 하고 계시지만 웁살라에서 1년 간 와계시면서 논문 및 연구를 하신다) 덕에 용기를 내어 2월 2일 Folk University를 가게 되었다.
수업은 7시부터 9시 정도까지 진행이 되었다. 수업을 하는 장소인 Folk University는 웁살라 역에서 매우 가깝고, 자전거로 이케아를 가다 보면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은 데다 밤이라서 건물을 찾는데에 애를 먹었다. 게다가 수업을 하기도 전에 내가 스웨덴어로 학생들한테 한국어 선생님이 어딨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학생들이 내 존재를 미리 알아버렸다 ㅋㅋㅋ (미안합니다...)
우리 셋은 미리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고 (나랑 언니, 나랑 오빠는 아는 사이지만 언니랑 오빠는 처음 보는 사이였다)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서 교실 문을 열었다. 여섯 명의 학생들은 교실 근처에서 기다리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Folk university & 교실 칠판)
학생들이 나이는 대부분 어렸다 (중학생부터 대학생 까지). 하지만 선생님(언니)의 말에 따르면, 한국어 수업을 꾸준히 수강하고 계시는 나이가 조금 더 있는 분도 계시는데 아쉽게도 그날엔 뵐 수 없었다.
오늘 수업은 나와 오빠가 돌아가면서 두 그룹의 학생들과 (두 개의 그룹을 나누었다) 주제를 정해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이런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이용해서 수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코스 마지막 날은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데 우리와 대화하는 것이 그 특별한 무언가 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원어민'인 것이니까. 우리가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 원어민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일까? 학생들 중에선 이미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태권도를 배웠다던지 한국 음식에 관심이 있다던지, 다들 한국과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리고 다들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어 수준이 엄청 높은 편은 아니었기에 완벽하게 한국어로만 대화를 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학생들은 한국어를 쓰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예뻐 보였다!
(FIKA & 윷놀이!)
그렇게 열정적인(?) 대화를 하고 나서는 학생들이 준비해온 음식으로 FIKA를 했고 (얻어먹어서 미안합니다... 근데 학생 한 명이 직접 준비해 온 마카롱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후에 선생님이 손수 준비해온 윷놀이 도구(설날 연후 직후에 하는 수업이었다)로 윷놀이를 하였다!
한 두 판 밖에 하지 못했지만 학생들도 나도 즐거웠다.
다음번에도 기회가 되면 가기로 했는데 그땐 좀 더 좋은 한국어 발음과 쉬운 어휘를 준비해 가야겠다 (나름 표준어와 쉬운 어휘를 쓰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안돼서 학생들이 힘겨워했다...ㅠㅠ).
그리고 절 초대해준 선생님(혜림 언니)과 저의 초대에 응해준 오빠 (설종 오빠) 고마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