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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마실 Mar 07. 2017

스웨덴에서 베이킹 하기

생일 축하 케이크 준비하기 (BGM. 소리 없는 아우성)

어렸을 때의 나는 베이킹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 엄마 생신을 기념해서 밥솥으로 베이킹을 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븐을 살까도 생각했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오븐에서 나온 스파게티 (파스타의 한 종류) 그릇을 멋모르고 집었다가 2도 화상을 입는 바람에 (물집) 그 이후론 전자레인지, 혹은 팬을 이용한 베이킹만 하거나 아르바이트할 때만 오븐을 사용했다 (쿠키 집 아르바이트 -혼자 일해서 거의 매일매일 쿠키를 구웠음- 6개월,  카페 아르바이트 1년 반 심지어 일하다가도 계속 화상 입음). 직접 만들고 싶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한국의 상황- 재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도 비쌈 (만드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쌈)-을 생각하며 조용히 마음을 다잡았던 적이 많았다.


스웨덴에 오니 상황은 많이 달랐다. 주방마다 오븐이 있고 (기숙사에도 있음, 한 주방에 2개씩 있어서 사용하기 쉬움) 동네 슈퍼 (ICA Väst, ICA west in English, 사는 곳 바로 앞에 있다)에서도 베이킹 섹션이 따로 있어서 웬만한 베이킹 재료-밀가루, 바닐라 추출액부터 버터크림용 설탕(powdered sugar)까지- 한 번에 구할 수 있고 슈퍼에서 케이크용 팬(Cake Pans) 까지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어렸을 때 (꼬꼬마) 뜨거운 것에 데어서 아직까지 흉터가 있는 사람인 데다 (+ 오븐 무서움) 다치는 데에선 다른 분야에선 안 나오는 창의력 대장이라 (i.e. 화장실에서 향기 나게 하려고 향초 피웠는데 하필 피운 위치가 수도 손잡이+까먹고 8시간 피워놓음 = 수도 손잡이 때문에 2도 화상) 웬만한 부상 위험은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살아남기 위한 조리..?) 오븐 사용하는 것과 베이킹은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그것도 오븐을 사용해서!!


사건의 배경은 몇 주를 거슬러 올라간다.


곧 생일인 (3월 5일) 남자 친구 (과일 안 올라간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함) 에게 생일 선물을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을 때였다. 약간의 훼이크를 위해 옷을 살 것처럼 사이즈를 물어보고 (사실 다른 것을 샀다), 초콜릿 크림이 좋은지 생크림이 좋은지 물어봤다(케익을 사기 위해). 그렇게 물어보니 대답이


"생일 케이크 만들어 주려고? 난 초콜릿 케이크 (ckokoladkaka, chocolate cake in English)가 좋아"


민교씨 고맙습니다 당신의 짤이 날 살렸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케이크 구워주려고?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보통 스웨덴에선 생일 케이크를 사지 않고 구워주나 보다 싶었지만 (아님. 보통 사기보다는 베이킹을 하긴 하지만 생일 선물로 케이크를 반드시 구워야 하는 것은 아님) 일단 어물쩍 넘기고 조용히 있었다. (거기에서 "아니! 난 너에게 반드시 구매한 케이크를 주겠어 (단호)"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함)


그렇지만 사실 친구들의 화려한 베이킹을 보며 (베이킹 능력자들. 코리도-밑에 설명-에 한 두 명씩 존재함. 가끔 케이크 콩고물이 떨어진다) 오븐 공포증을 서서히 극복 중이었고 무엇보다 남자 친구 생일인데 직접 케이크 정도는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물은 이미 샀지만 뭔가 핸드메이드.. 멋짐) 인터넷에서 쉬운 레시피를 찾았다.


쉽고 쿨하게, 난 쉬운 사람...


정말 간단하게 초코빵 + 초코크림 (chocolate buttercream icing for cake decorating, 아이싱으로 결정한 이유는 휘핑기 없는 이상 휘핑 치기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아서 물론 버터크림도 힘들지만 버터크림은 적어도 차갑지 않은 상온에서 해도 된다)으로 정해서 만나기로 한 당일날 재료 쇼핑부터 만드는 것 까지 전부 했다.

토핑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왼쪽이 빵 레시피고 오른쪽이 크림 레시피이다.

재료를 미리 사면 참으로 좋았겠으나 그 주 (2월 27일부터 3월 3일)가 하필 죽음의 주(Take-home exam: 72시간 동안만 레포트를 씀, 주제도 바로 주어짐 그리고 리서치 인턴 중간 결과물 제출과 또 다른 과제....)였기 때문에 도저히 미리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약속 당일에 (생일은 3월 5일이지만 4일에 만나서 축하해주고 5일에도 축하해 주었다) 모든 재료를 사고 바로 만들기까지 했다 (+ 스웨덴 생일 축하 노래 연습. 아직도 따라 부르고 있음ㅋㅋ)


모든 재료는 한 군데 (ICA)에서 사도 되지만 팬이랑 베이킹 도구를 찾는다고 시내에서 엄청 돌아다녔다... (+ 우리 동네 이까에 가끔 재료가 다 떨어질 때가 있음)







재료들 사진! 은 이러하다!

재료를 목적 별로 분류해보면,

빵:백설탕, 다용도 밀가루, 계란, 바닐라 추출액 (바닐라 엑스트렉, 바닐라 에센스와는 다르게 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오븐 등에 굽는 것에 사용), 베이킹파우더, (끓는 물, vegetable oil도 있었다)

크림: 무염버터, 버터크림용 설탕

공통: 우유, 코코아 파우더


이렇게 된다.


정말 재료를 사 오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만들었다 (약속시간 대략 18시. 14시 40분경에 집 도착. 크림 때문에 약속 15분 미뤄달라고 했다..ㅠㅠ)


아래는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이다.


위에는 빵을 만드는 과정

아래는 크림을 만드는 과정


ㅎㅎㅎㅎㅎ옷 저거 입고 생일 축하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휴 니트는 베이킹할 때 입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나름 소심하게 반죽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망했음)


이건 반죽하는 과정 (정신줄이 나가는 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보았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한 손으로 돌리느라 제대로 찍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눈물이 조금...

빵 반죽 중, 사실 크림 반죽이 어렵지 빵 반죽은 신이난다... (BMG: Clearest Blue)


베이킹 시간은 준비시간까지 포함해서 대략 두 시간 이상이 걸렸다 (빵을 두 번에 걸쳐서 구웠고 버터크림은 뜨거운 빵에 바르면 안 될 것 같아서 냉장고에 어느 정도 식히고 했다) 빵 굽는 시간이 좀 걸리는데 (빵 두 개를 하나씩 구웠음) 굽는 시간 중간에 버터크림을 만들면 편할 것이다 (심지어 빨래도 했음 하지만 이미 버터 냄새나는 내 옷은 망했..).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더니 칼로리도 자비가 없었는지 모두들 한 조각을 먹으면 (나중에 친구들도 먹었음) 배를 부여잡게 되었다. 게다가 버터크림은 다 못 발라서 냉장고에 남아있다 (과제하다 열 받을 때 먹을 예정이었으나 이미 대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먹고 있다).


베이킹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 재밌기도 했고 누군가한테 만들어주는 재미도 있어서 다음에도 또 만들 생각이다 (+ 조각 케이크를 사는 것이 아닌 같이 나누어 먹을 한 판 케이크를 사는 것은 보통 미리 특별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즉, 구하기 쉽지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음). 다만 칼로리 조절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겠다 (이번에도 기름을 반으로 줄여서 넣었는데도 엄청 배불렀다..)



스웨덴에서의 핸드메이드 1호 케이크 (토핑은 집에 있던  Fazar 크리스마스 한정판 초콜릿:계피맛과 쿠키맛 이남. 쟁여놓고 있다. 두 조각 먹고 찍은 나란 인간.. 모양은 저래도 맛은 괜찮았다) 사진을 끝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



Korridor, 한 복도(통로)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숙소 형태. 학생 기숙사가 대개 이렇다. 주방을 공유함. 가끔 화장실 혹은 샤워실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 코리도는 주방만 공유


Reference:

http://savorysweetlife.com/2011/04/chocolate-buttercream-frosting/

http://allrecipes.com/recipe/17981/one-bowl-chocolate-cake-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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