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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마실 Dec 19. 2017

12월, 밝게 안전하게!

스웨덴에서 12월을 나는 법: 조명과 기념일, 그리고 운동 필수 아이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겠지만 12월은 스웨덴에서 가장 어두운 달이다. 해의 길이가 가장 짧아서 아침 9시가 다되도록 해가 뜨지 않고 3시 전에 해가 진다 (스톡홀름 기준). 우리나라처럼 스웨덴도 동지 (Winter Solstice)가 있는데 올해는 12월 21일로, 21일에는 해의 길이가 6시간 4분 52초로 가장 짧지만, 그 이후로 계속 길어질 예정이다 (즉, 2-3일만 버티면 해가 다시 길어진다! 힘을 내보자 ㅠㅠㅠ).


https://www.timeanddate.com/sun/sweden/stockholm?month=12


북쪽 지방은 해가 더 늦게 뜨고 빨리 져서 아예 해가 안 뜨는 지방도 있다고 하니 웁살라에 살아서 그나마 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하나 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우울한 달은 12월이 아니라 11월이다 (설명 예정). 적어도 12월은 겨울 중에선 가장 밝고, 포근하기 때문이다.


1. 길거리, 집 조명, 기념일

앞서 11월이 가장 우울한 달이라고 언급했는데 그 이유는 날씨가 추워지고, 해의 길이가 급속도로 짧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12월이 해가 더 짧긴 하지만, 12월은 11월보다 체감상 덜 우울하고 환하게 느껴진다. 색깔에 비유하면 11월은 진한 회색이고, 12월은 남색 바탕에 반짝이들이라고 하겠다. 즉, 12월은 어디에나 반짝이는 것들, 즉 조명이 가득하다.


12월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화려한 조명이 가득하다. 12월 시작부터 조명이 많이 보이지만 본격적으로 화려한 조명과 포근함은 12월 13일부터 느낄 수 있다. 이날은 성녀 루시아의 날로 여러 단체 (종교 단체, 학교, 직장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에서 사람들이 초로 가득한 왕관을 쓰고 길거리 혹은 실내에서 많은 공연을 한다.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루시아 관처럼 머리에 띠를 두른 사람들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루시아 데이를 기념하고 초를 켜는 이유는 루시아 데이의 기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12월 13일은 본래 교회에서 성녀 루시아의 달인데, 루시아는 '빛'의 성녀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12월 13일은 중세 달력에서의 동지이기도 해서 성녀 루시아가 가장 길고 어두운 밤인 동지를 밝혀준다는 의미도 된다. 스웨덴 에서의 루시아 데이는 18세기 말 경 스웨덴 서쪽 지방의 사제들과 신도들 사이에서 루시아 데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시작으로, 이후 스웨덴 전역으로 퍼졌고, 지금까지 계속 루시아 데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행해지고 있다. 현재 루시아 데이는 스웨덴에서 큰 기념일로, TV에서 루시아 데이 기념 콘서트를 방영하기도 한다 (사실 스웨덴 뿐만 아니라 북유럽 전체에서 큰 기념일이다. 하지만 내 포스팅은 스웨덴에서의 루시아 데이니 스웨덴 관련 정보만 다루도록 하겠다). 스웨덴에서 큰 기념일인 만큼, 이날은 웁살라 대학교 이곳저곳에서도 이벤트를 하는데, 나는 작년에 이에 올해도 역시 이코노미쿰 (Ekonomikum: 경제, 법, 통계, 미디어 등을 공부하는 친구들의 주요 건물. 여긴 밤샘 공부를 하기엔 여기가 딱이다-다른 건물은 밤샘 공부가 안된다. 이코노미쿰 화석이 되는 중) 에서 학생들이 이벤트를 하는 것을 보고 루시아 번 (Lussekatt: 사프론이 들어간 번으로 보통 루시아 데이에 많이 먹는다. 해서 Safron bun이라고 함) 냄새를 맡으며 공부를 하고 후에 길거리에서 친구와 함께 루시아 머리띠를 두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작게나마 루시아 데이를 느꼈다.


루시아 데이, 이코노미쿰에서 루시아 데이를 작게나마 기념 하는 학생들
루시아 데이를 기념하는 장식과 초, 이코노미쿰 매점에서 볼 수 있었다!
Lussekatt (Lucia bun), 시내 중심가에 있는 카페 Storken에서


두 번째는 크리스마스이다. 스웨덴에서 크리스마스는 매우 큰 명절이다. 우리나라의 설날처럼,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끼리 모여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서로 선물을 골라준다 (추측해보건대 그래서 짧은 3주의 겨울방학 이름이 Christmas break 인 듯). 그만큼 큰 계절이라 크리스마스보다 한참 전부터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선물을 누구에게 줘야 할지 고민한다 (그만큼 스웨덴 사람들은 선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이 스트레스가 경제적인 부담으로 직접적으로 어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나이 때와 자신의 경제적 사정에 맞춰서 주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크게 축하하는 스웨덴 사람들인 만큼, 곳곳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장식들이 정말 많다. 한국 같은 경우 크리스마스 조명 및 장식을 볼 수는 있지만 대부분 상점들이 많은 중심가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스웨덴은 어딜 가도, 심지어 주택가를 지나다녀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한 집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번 달 초에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재림을 기다리는 촛불 (아기 예수 탄신일까지 초를 하나씩 켜는 것)부터 크리스마스 조명까지 갖춰져 있는 집을 보고 (혼자 사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깜짝 놀랐다. 그 당시에는 이 친구가 유난히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생각 했는데 코리도 (스웨덴의 학생 기숙사 형태 중 하나)에 사는 스웨덴 친구가 크리스마스트리를 위해 (작은) 나무의 일부를 베어 오는 것을 보고 (...) 새삼 스웨덴에서의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큰 기념일인지 실감했다 (작년에는 스웨덴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어서 이정도 인줄은 몰랐다). 나도 작년에는 별 조명을 달아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위해서 조명을 사기보단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 (손바닥만한 크기)나 크리스마스 색깔 초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볼 생각인데 아직 사지 못했다. 그래도 길거리를 보며 나름의 크리스마스 휴일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두 번째 줄 가장 오른쪽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택가를 찍은 것이다. 어느 곳에나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다.



2. 반사 조끼

앞서 말했듯이 스웨덴의 12월은 해가 매우 늦게 뜨는데 보통 사람들이 출근하는 7시-9시 사이에도 해가 뜨지 않는다. 출근할 때 차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스웨덴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웁살라는 스톡홀름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상당수가 자전거 혹은 버스를 타고 중앙역까지 와서 통근기차(Pendeltåg)를 타고 스톡홀름으로 출퇴근을 한다. 예전 포스팅에서 자전거에 대해 설명할 때 자전거에 기본적으로 반사판이 있어야 하고 어두울 때는 반드시 자전거의 앞, 뒤에 조명을 켜고 다녀야 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보통 이 정도지만 겨울에는 사람들이 (필수는 아니지만) 한 가지를 더 추가하기도 한다.  바로 반사 조끼 (reflexväst)이다.


반사 조끼, 즉 반사 안전 피복 (High-visibility clothing)은 개인용 보호구 (personal protective equipmetn)의 한 종류로, 어떤 옷이든 반사성을 지니거나 어느 배경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색깔을 지닌 것을 통칭한다 (wikidepia, 2017). 보통 형광색 옷이 많은데, 노랑, 주황, 분홍, 초록 등이 대표적인 색깔이고 보통 기찻길이나 차도, 공항 등 운송 수단이 다니는 곳이나 어두운 곳에서 일하는 직종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입는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해가 매우 짧은 겨울에 안전을 위해서 많이 입는데 스웨덴에서는 한국보다 해가 많이 짧다 보니 반사 조끼를 입고 자전거를 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reflexväst (반사조끼)를 *글에 쳐보았다. 아직 반사조끼를 입고있는 닭은 보지 못했다.


사실, 스웨덴에서 반사 조끼의 용도는 정말 다양하다. 자전거를 탈 때뿐만 아니라 해가 지고 나서 조깅을 할 때도 사람들은 반사 조끼를 입는다. 혹시 반사 조끼를 입는 것이 의무인가 싶어서 검색을 해봤는데 (스웨덴어, 영어) 내 실력이 부족한 건지 아님 아닌 건지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본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밤에 야외에서 운동을 할 때 반사 조끼를 입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 많이 조깅을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다 (빈도는 다르지만) 조깅을 한다..). 심지어 산책을 같이 하는 애완동물에게도 반사 조끼를 입히거나 반사가 되는 목줄을 채워서 데리고 다니는 것이 절대다수였다. 생각해보면 조깅을 할 때 인도에서 조깅을 하더라도, 인도와 자전거 도로는 붙어있는데 밤에 가로등이 없는 곳에서 반사 조끼 없이 달리다가 자전거를 보지 못하고 자전거 이용자 역시 보행자를 보지 못하면 많이 위험한데, 반사 조끼를 입으면 서로 조심할 수 있으니 그래서 입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스웨덴 사람들에겐 중요하다: 사시사철 검정 옷을 사랑하는 스웨덴 사람들이 겨울이라고 형광 옷을 입고 나다니진 않을 것이니..). 스웨덴 사람들은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겨울에도 유모차 끌고 조깅하는 아빠들, 혹은 엄마들을 볼 수 있다!) 본인, 그리고 주변인을 위해 조끼를 많이 착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왜인지 모르겠는데 항상 형형색색의 반사 조끼를 입고 있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반사 조끼 혹은 반사복을 입고 선생님과 떼 지어 걸어 다니는 모습은 매우 사랑스럽다. 심장에 좋지 않다). 아마 야외활동을 할 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많이 입히는 듯하다.


http://www.ecoprofile.se/thread-2795-Ar-det-foraldrarnas-fel-att-de-skjutsar-barnen-for-mycket.html


나는 스웨덴에 와서 조깅의 즐거움을 알게 돼서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조깅을 하게 됐는데, 어느 날 해가 지고 난 후에 조깅을 하다가 나를 미쳐 보지 못한 운전자가 놀람과 분노의 경적 (;;)을 울리는 것을 듣고 크게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려 힘들게 집에 돌아온 경험이 있다. 그 이후부터 해가 떠 있는 아침에나 점심에만 조깅을 하다 (...) 아침 점심 모두 어두운 겨울이 되고 나서야 반사 조끼를 샀다. 스웨덴의 겨울은 해가 짧기도 하지만 햇빛이 나는 시간도 매우 짧은데, 일출 후에도 해가 보이지 않다가 태양이 남중하는 시간인 11시 50분 전후에 해가 잠깐 뜨고 그 후에는 해가 다시 숨어버리는 날이 많아서 웬만하면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반사 조끼를 입고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눈이 쌓인 날 아침에 반사 조끼를 입으면 매우 유용하다. 반사 조끼는 어디서나 찾을 수 있지만 이케아 (IKEA)나 클라스 올슨 (Clas Ohlson)에서 사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참고로, 형광 노란색이 가장 보편적인 색인 듯하다. 스웨덴에 계신 분이라면 겨울나기 파이팅하시고 야외 운동하시면서 겨울 추위를 이겨내시길 바란다!


겨울 운동복 세트. 바람막이, 조끼, 열쇠를 넣는 팔찌 그리고 안보이지만 귀보호용 머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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