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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마실 Dec 23. 2017

거주 허가 연대기

거주 허가 연장을 받기 위한 사투 (?)

지금 스웨덴은 스웨덴에서 큰 기념일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휴일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상점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으로 반짝거리고, 스웨덴 학생들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유럽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각자의 고향으로 떠난다. 크리스마스 방학은 3주 남짓인 데다 이 기간엔 대부분 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에 국제 학생들은 고향에 가기보단 학기 중에 가지 못했던 유럽 여행을 가곤 한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고향으로 떠나거나 여행을 가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많은 도시인 웁살라는 방학 기간에는 매우 한산하다 (크리스마스 방학, 부활절 휴일 기간, 그리고 여름 방학 기간). 해서, 지금 웁살라는 매우 한산하다. 친구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고향, 혹은 가고 싶었던 여행지로 떠난 상태다. 그리고 나는 웁살라에 남아있다.


나도 남아있고 싶어서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가있는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고 여의치 않으면 가고 싶었던 포르투갈이나 아이슬란드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두 할 수 없다. 나는... 스웨덴에서 나갈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내 비자, 혹은 거주 허가증 때문이다.


나도 여행!!!! 일본!!!! 으앙아아아아앙아아앙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https://www.instiz.net/pt/4448133



해외에서 장기로 거주 중인 분들이나 거주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거주허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아실 것이다. 그리고 유학생이라면 대개 다년 체류증이 나오기 때문에 거주허가로 크게 문제를 겪지 않는 것도 아실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일 년 단위로 거주 허가증이 나오기 때문에 거주 허가를 연장할 일이 반드시 생기고 거주 허가 연장에 문제가 생기면 상당히 힘들어진다. 나의 경우, 거주허가 연장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어필 (appeal)을 했지만 어필 마저 거절해서 지금 내 케이스는 migration court (migrationsdomstolar)에 가있는 상태이다. 나는 거주 허가 없이 허가를 기다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웨덴 밖으로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가능성이 있기에 스웨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다. 소수이지만 분명 거주허가 문제를 겪고 있는 스웨덴 유학생들이 있고, 그 수가 늘고 있다. 그. 래. 서. 오늘은 거주허가 연장과, 연장 조건 중 중요한 것들, 거절을 당했을 시 겪는 일들과 그 과정을 설명하고, 거주 허가 거절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써보겠다.


- 거주 허가 연장

거주허가 연장은 가지고 있는 거주 허가증이 만료되기 전에 신청하는 것으로 이민청에선 거주 허가증 만료 1개월 전에 신청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학기가 종료되고 난 후인 6월에 거주허가 연장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많고 그렇게 해서 보통 거주허가를 받는 데에 큰 문제는 없다. 거주허가의 준비물은 정말 간단하다. 여권 스캔본 (pdf로 많이 한다), 성적표 (보통 학교 포탈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는 계획서 (보통 학과 코디네이터에게 부탁하면 성적표를 포함해서 보내준다) 통장 서류 (사용하고자 하는 통장 3개월 치 거래내역서, 그리고 통장 잔고 증명), 그리고 연장 서류를 내기 위한 돈 (1000 크로나 내외) 정도이다. 보험 같은 경우 국제 학생은 대학교에서 해결해주기 때문에 보험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간단히 말하면, 유학생이 거주허가 연장을 받으려면,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학기 중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야 하고 (일정 기준 이상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말), 계속 공부할 것이 확실하고, 생활할 돈이 충분해 보여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 혹은 문제를 겪는 부분은 바로 '재정 증명'이다. 그리고 나는 이 문제 때문에 거주허가 거절을 당했다.


- 스웨덴 식 '재정적 안정성' 기준

내가 실수를 한 부분은 바로 스웨덴에서 말하는 '재정적 안정성'의 기준을 간과한 것이다. 이민청에서 강조했던 것이 재정 증명을 할 때 부모 등 가족을 통해서 개인의 재정증명을 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점은 다른 나라와도 확연히 달랐다. 예를 들어 내가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기 위해 재정증명을 했을 때는 가족 관계 증명서를 제출한 후 아빠 계좌로 재정 증명을 해도 됐었는데, 스웨덴에선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심지어 부모님에게 재정적으로 지원을 받아 유학을 하는 것이라고 해도 지원을 받은 후에는 개인이 그 돈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3개월 치 거래 내역서가 중요하다. 만일 3개월 사이에 그 돈이 빠져나갔다가 들어온다면 스웨덴 이민청에서는 학생의 재정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의 입장에선 어차피 부모님 돈이고 부모님이 날 지원해줄 건데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스웨덴 이민청에선 그 돈이 내 수중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반드시 본인 통장으로 재정증명을 해야 하고, 그 돈을 해당 통장에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스웨덴 은행 계좌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민청에선 스웨덴 은행이건 한국은행이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거주허가를 거절당하고 이민청 직원에게 직접 찾아가서 물어본 결과 스웨덴 통장, 그것도 주요 은행 통장이 가장 좋다고 한다 (Handelsbanken, SEB, Nordea, SwedBank, Danskebank 등). 아는 중국인 친구는 ICA Bank에서 통장을 만들어서 쓰고 있었는데 충분한 기간 동안 충분한 돈을 넣어 놨음에도 불구하고 5번이나 통장 서류를 업데이트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스웨덴 친구 말로는 ICA Bank는 은행이라고 하긴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고 한다. 그래서 ID 카드가 발급되자마자 스웨덴 주요 은행사에서 통장을 만들고, 거주 허가 연장 신청 4개월 전인 2월이나 3월에 충분한 돈을 스웨덴 계좌로 옮겨놓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 것을 충고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이 이유 때문에 거주 허가 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참, 스웨덴에서는 통장을 만들면 지출용 계좌, 보관용 계좌 두 개가 기본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돈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지금 부터는 거주 허가 연장 거절을 당하면 겪게 될 일, 소요 시간,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점을 강조해서 쓰겠다.


1. 거주 허가 연장 거절 후 어필 서류 제출 (3주)

거주 허가 연장 거절이 되면 등록되어 있는 집주소로 결정문이 담긴 편지가 온다. 서류에는 거주허가 거절 이유와 결정문에 쓰인 날짜로부터 3주까지 결정에 대한 어필을 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결정된 날로부터 4주 내에 스웨덴을 떠나야 한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그리고 결정문에 다른 나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닌 거주할 권리가 있는 나라로 돌아가라는 종이가 포함되어 있는데 아마 한국처럼 여권만 있으면 쉥겐 지역에서 얼마간 머물 수 있는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포함된 서류가 아닐까 싶다. 편지에는 어필할 수 있는 기간이 3주라고 쓰여 있지만 최대한 빨리 서류를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민국 추천사항). 그리고 말이 3주지 준비하는 것이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데, 그 이유가 우선, 모든 서류는 스웨덴어로 쓰여있기 때문이다 (쉥겐 지역에서 머무르지 말고 돌아가라는 내용만 영어로 쓰여있다). 게다가 서류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이민청에 전화를 하면 보안상의 이유로 알려줄 수 없으니 가까운 이민청으로 가라고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온다). 나 같은 경우는 한국 통장을 스웨덴 통장과 같이 사용핬기에 어필을 위해서는 두 통장 모두 재정증명을 다시 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 한국으로 위임장 서류를 보내야 했기에 (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이기 때문)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정 증명은 스웨덴 은행으로’만’ 하는 것이 좋다(이민국 추천사항)


결정 날짜가 쓰여있고 Case number가 쓰여있다. 오른쪽은 유일하게 영어로 쓰인 부분.



나는 거주 허가 연장 거절 편지를 10월 4일 경에 받았는데, 결정문에 쓰인 날짜는 9월 28일 이어서 애가 타고 화가 났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배송회사인 Postnord 잘못이기 때문이다. Postnord는 종종 배송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없었으므로 그다음 날 이민청 > 스톡홀름에 있는 대사관 (대사관에서 위임장 업무를 해준다. 여권 사본을 본인이 준비해야 하고 위임장 한 장당 32 SEK를 내야 하고 현금이어야 한다) > 웁살라에 돌아가서 DHL로 위임장을 한국에 보내기 를 한꺼번에 했다 (DHL로 보내면 최소 3일에서 최대 5일 소요). 기껏 일찍 해놨더니 한국이 하필 추석 황금연휴여서 10월 10일까지 은행이 열지 않았다 (.. 휴... 지금 생각해도 고구마..). 그래서 10일까지 편지 준비하면서 기다렸다가 (어필 서류를 설명하고 왜 결정이 번복되어야 하는지 편지를 써야 한다) 11일 날 바로 내버렸다. 서류를 내는 방법은 이민청으로 직접 서류를 보내기 혹은 이메일로 서류를 보낼 수 있다. 이민청으로 직접 보내더라도 혹시 모르니 서류는 스캔해 두는 것이 좋다. 열심히 서류를 준비했지만 확인 메일은 오지 않았고 결정은 서류가 확인이 된 지 2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 났다. 거절이었다. 내가 이렇게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민청 사무실로 직접 전화해서 물어봤기 때문이다. 이민청에서는 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확정 메일을 보내주지 않고, 결정 번복이 된 것이 아닌 이상 신청자에게 결정 사항을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 이민청이 왜 거주 허가 연장 서류는 꼼꼼히 보고 어필 서류는 빨리 보는지 모르겠다. 이건 나만 겪은 게 아니라 어필 서류를 낸 모든 친구들이 서류를 내자마자 하루 혹은 몇 시간 만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모두 전화해서 확인함). 이민청을 비난하기는 싫지만 이러한 이유로 행정의 효율성과 절차의 공정성이 의심된다.


2. 이민청 법원 (Migrationsdomstolar) (6개월 - 12개월)

법원에 가게 되면 이메일, 혹은 우편으로 당신의 케이스가 법원에 도착했다는 편지가 온다. 나는 이메일로 달라고 부탁했고 (역시 미리 전화함) 이메일로 암호화된 서류를 받아서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조깅하다가 열었는데 암호화돼서 서류가 날아가서 다시 서류를 달라고 부탁했다 ㅠㅠ). 이때부터는 장기전이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웁살라 대학교의 경우 학생이 거주 허가 관련해서 문제를 겪을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기간이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물어본 결과 (두 달간 수소문해서 한 시간당 2000크로나를 내고 상담 받았다^^) 지금은 언제든지 서류를 낼 수 있는 오픈 케이스지만 1차 결정이 나고 나면 그걸 할 수 없으니 오픈 케이스일 때 기존에 낸 것이 아닌 새로운 서류를 내는 것을 추천했다 (물론, 새로운 서류와 연계해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같이 내도 됨). 나는 10월 달에 스웨덴 통장으로 돈을 모두 옮기고 계속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계좌 증명과 거래내역서 (전에 같은 양의 돈을 한국 내 계좌에서 보관하였다는 서류를 같이 제출), 그리고 학기가 지났으므로 성적표를 내고(추가로 통과한 과목이 있으므로 나는 Academically active 하다는 말이 됨) 마지막으로 전에 왜 큰 단위의 돈이 나갔다가 들어온 건지 (예전 것도 설명하라고 해줌), 내가 왜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인지, 앞으로 이를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2장 (이지만 아티클처럼 써버렷!!)으로 압축해서 썼다. 6개월에서 12개월 걸린다고 나오지만 이것보다 빨리 걸리수도 있다. 그래서 서류를 낼 수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해서 내는 것이 좋고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어떻게 편지를 써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잡는 것을 추천한다.


Migration Court 공지, 나는 이메일로 받았다



3. 법원에서 거절 시 어필 서류 제출

아직 겪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낼 수 있는 서류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웬만하면 법원 기간에 제출하는 것이 좋고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학기가 끝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고 해도 스웨덴 이민청이 정한 원칙대로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 스웨덴 내 전문가에게 법적 자문 구하기)


사실 지금은 이렇게 차분하게 글을 쓸 수 있지만 판결 받은 후 몇개월 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스웨덴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도 힘들지만, 혹시나 문제가 생겨 나중에 스웨덴에서 체류하는 게 힘들어질까 걱정되었다. 지금은 여행 욕심은 모두 내려놓고 (일본... 일본...) .. 크리스마스를 즐기고자 사진도 찍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지만, 가족, 친구 혹은 연인을 만나러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ㅠㅠㅠㅠㅠㅠ). 마음을 비우고 결정을 기다리고, 후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포스팅을 하겠다. 질문 있으신 분은 이 글을 잘 읽어보시고 해주시길! 변호사 상담내용에 대해서는 각자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올리지 않았다. 그럼 저는 이만 잠을 청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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