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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마실 Jun 22. 2018

논문 통과: 논문 기간을 돌아보며

논문 쓸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3일 전 아침 논문 심사 위원인 학과 교수님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논문이 통과되었으니 언어 교정 볼 게 있으면 보고 학교 공식 포털에 출간 (publish)을 하라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논문을 올리는 작업. 이 작업이 끝나면 논문 학기가 완료, 학교 생활이 완전히 끝난다). 논문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생을 했기 때문에 저 말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요일 아침에 받았는데 하루 종일 끝난 것인가... 진짜? 이 생각만 함). 진정이 되고 난 후 내가 논문을 썼던 기간을 되돌아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논문을 처음 써봤기에 (학사를 받기 위한 논문이 없었다) 시행착오가 많은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외에 자잘한 부분에서 '이렇게 할 걸' 이라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나처럼 논문 경험이 없는 다른 분들이 스웨덴에서 논문을 쓸 때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포스팅을 쓴다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Social Sciences를 공부했습니다



-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라

많은 경우 논문을 쓰는 학기엔 수업이 없다 (논문 자체가 30hp로 한 학기 전체 학점에 해당한다). 논문에 집중해서 퀄리티 있는 논문을 쓰라는 것인데, 문제는 아무것도 없는 만큼 자신이 컨트롤하지 않는 이상 흐트러 지기 쉽다는 점이다. 학과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학과의 경우 지도 교수 (Supervisor) 와의 미팅을 제외하곤 중간 점검을 위한 발표 등이 전혀 없었으므로 더욱 딴짓을 하기 좋은 (?) 조건이었다. 물론 며칠 여행을 다니며 쉬었다고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반복되다 보면 문제가 생기고 막판에 엄청 고생한다. 내 경우엔 2,3월에 교환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갔던 남자 친구가 스웨덴에 잠깐 돌아와서 같이 지내느라 정신이 한 곳에 팔려 있었고 심지어 안 하던 게임까지 끝냈다. 이렇게 2, 3월을 보내면 망한다. 보통 학과에서 어떻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알려주는데 되도록 이상적인 스케줄을 짜서 거기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두 스케줄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왼쪽에 있는 스케줄표가 내가 처음에 학과에 제출한 이상적인 표이고, 오른쪽은 실제로 내가 한 것이다 (저러면 마지막에 정말 힘들다). 저 왼쪽 스케줄대로 하는 사람이 과연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우리 반 아이슬란드 출신 친구가 실제로 왼쪽과 가까운 스케줄대로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도 엄청 부지런하기로 유명한 친구이다). 솔직한 말로 대부분 친구들이 마지막에 불을 태우지만 저러고 나면 많이.. 힘드니까 정말로 비추천한다. 저 이상적인 스케줄을 따라가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 추가: Literature Review와 Theoretical Framework는 각각 2,3월까지 계속하는데, 그 이유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난 후 (어느 정도 훑어보고) 내 논문의 방향에 맞게 수정을 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같은 이론을 쓰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쓸지 정한다던지, 어떤 자료를 더 넣고 뺄 것 인지 등등).



- 모르면 찾아보고, 물어봐라

내가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다. 사실 난 논문을 위한 리딩을 공식적으로 논문 학기가 (마지막 학기) 시작되는 1월 20일 경부터 시작했는데,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부족했다. 내가 가장 힘겨워했던 건 Theoretical Frame *이론, 데이터에 적용해야 하고, 또 논문 주제와도 연결이 돼야 한다*이었는데, 학과 논문 가이드 북을 읽어도 감이 안 왔다. 해보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혼자서 하긴 했는데 나중에 직접 부딪히면서 (특히 논문 심사 의원의 신랄한 코멘트를 받고) 해결하게 되었다. 차라리 지도 교수님께 솔직하게 물어보면 훨씬 나았으려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물어보기만 한다면 문제지만 (석사생의 태도가 아님) 정말 모른다면 물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 한 가지 (흔한) 팁이라면 예전에 해당 학과의 학생이 썼던 논문을 참고로 읽어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학교, 학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학과의 경우 잘 쓴 학생들의 논문과 논문 제안서를 예시로 올려놨었는데, 나의 경우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안 올 때 선배(?)들의 논문을 보며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체크하는 용도로 요긴하게 썼다. 



-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마라

내가 저질렀던 실수 중 가장 나를 괴롭히는 실수였다. 나 자신의 능력을 믿기보단 그냥 사람의 능력을 믿는 것이라고 하는 게 가까운데, 예를 들면 '발등에 불 떨어지면 하게 되어있다', '끝날 때 되면 어떻게든 끝낼 수 있다' 뭐 이런 것들인데 (...) 이런 건 과제가 4000 단어에서 5000 단어인 (15 ~ 20장) 짧은 과제일 경우이다. 이런 것도 2주 이상 투자를 해야 하는 것들인데, 석사 논문의 경우 20000 단어에서 30000 단어 (60 ~ 80장) 정도이다. 물론 기본적인 틀이 (Literature review, Theoretical framework, Data gathering, etc) 완성되어있다면 10일의 기적을 쓸 수 있긴 한데 (ㅎㅎㅎㅎ) 일단 힘들고, 힘들기에 기본적인 리뷰를 할 시간이 부족해서 (언어 교정 등) 전체 논문의 퀄리티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달 만에 할 수 있어!', '다른 것이랑 같이 하고도 할 수 있어!' 가 아닌 논문에만 집중하자! 마인드가 가장 좋다. 내 경우 논문 기간 대부분에 논문 + 스웨덴어를 같이 했고 (주중 매일반), 마지막 논문을 수정하는 기간부터 주중에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듣는 직업 프로그램 (다음 포스팅에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쓸 예정이다)을 듣기로 하는 바람에 막판에 정말 엄청 고생했다 (5월 2일 날 1차 제출 > 5월 15일 디펜스 및 시험관의 피드백 받음 > 6월 5일까지 최종 제출. 해서 5월 16일 이후부터 최종 제출일까지 시간을 비워놓는 것을 학과에서 권장). 어떻게는 하겠지 였는데 결국 마지막 1주일은 따로 부탁해서 결석을 허락을 받은 다음 논문에만 집중했다. 결국 통과를 하긴 했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썼고 쓰고 나서 완전히 지쳐버렸다. 저처럼 사람의 의지와 능력을 (?) 과신해서 힘들게 하지 마시고 다른 분들은 여유를 두고 쓰시길 바란다.  



-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논문을 쓰는 내내 나를 괴롭혔던 생각은 '나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다 여유롭고, 또 잘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다른 친구들을 보면 여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이랑도 잘 만나면서도 논문을 여유롭게 하는 것 같았는데 (이래서 힘들 때 SNS를 하면.....) 나는 모르는 것도 많고, 끙끙대고 여행도 못 가네? 이 생각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사실 나의 경우 사정이 좀 복잡하긴 했다. 비자 문제가 있어서 논문을 쓰는 내내 비자 문제를 계속 신경 써야 했고, 비자 문제가 있으니 해외여행도 갈 수가 없었다 (노르웨이도 못 간다. 거주 허가 연대기 참고). 각설하고 논문을 쓰는 내내 여유로워 보이는 다른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논문을 제출하고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다들 논문 기간 동안 나처럼 힘들어했고, 나랑 비슷한 부분에서 고생을 했다 (차이는 있지만). 즉, 힘든 건 다들 마찬가지라는 점!



마지막으로:

내가 석사 기간 내내 늘 생각했던 것은 '나만 부족해', '나만 몰라' 같은 말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선 첫 학기에 영어 문제로 힘들어했고, 아카데믹 라이팅에 관해서도 '다들 나보다 경험이 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움츠러들었다 (경험이 거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정도로 움츠러들 필요는 없었다. 경험 유무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나랑 같은 수준의 석사이고 (박사도 아님), 다들 처음 하는 석사인데 내가 뭐가 그리 부족할 거라고 생각해서 자신감도 떨어뜨리고, 자신을 낮췄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때문에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소심하게 했었고, 그게 내 태도에도 반영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곧 석사를 시작하는 분들 중에서도 저처럼 많은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너무 걱정을 많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있어 웁살라 대학교에서의 석사는 단순히 학문을 공부하는 곳이 아닌 (학문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부족함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자세로 극복을 해야 하는지 알게 해 준 중요한 시간이었다. 곧 석사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 지금 석사를 하고 계신 분들도 모두 파이팅하시길 바란다! 다음 포스팅은 위에 썼던 대로 스웨덴에서 취업준비하기가 될 예정이다 (5일 내로 올릴 예정임).



Reference:

https://goo.gl/CNuuH5

https://goo.gl/xeE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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