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그림
나는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의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을 미술학원에서 만난다. 같은 주제로 개인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기에 결과물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지만 유독 내가 기록으로 남기곤 하는 그림은 꼭 6살 아이들의 것이었다. 잘 그리고 싶어서 선 하나, 붓질 한 번을 주저하는 고학년에 비해 꼬맹이들은 무엇이든 거침없다. 이 아이들에겐 "기린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하는 것보다 "기린은 어떻게 생겼지?"라고 하는 수업 방식이 훨씬 더 긍정적인 수업 분위기를 만든다.
때로는 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난해 해지는 그림(예를 들면 몸 보다 팔이 더 크거나 실컷 낙서해놓고 로봇이라고 하는 정도의 그림)을 피하려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손길을 막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정답이 없는 아이들의 세상에 어른이 끼어드는 것이 실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그림은 아이들의 눈이다. 놀랍게도 그림을 보면 그 아이의 심리상태나 환경을 가늠할 수 있다. 아이들이 느끼고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표현이 그림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같은 주제임에도 같은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난 이렇게 어린아이들의 그림을 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그 그림에서 영감을 많이 얻기도 한다. 익숙하면서도 굉장히 낯선 그림들의 향연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나중에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하나하나 이 그림들을 소개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