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영화 '어바웃 타임'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2013년 전 세계 극장가를 진한 감동으로 울린 영화 '어바웃 타임' 명대사다.
힐링이 필요할 때, 따스함의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이 영화를 접한 지 벌써 다섯 번째다.
학창 시절 예습보단 복습에 게을렀고, 악기를 연주할 때도 악보의 도돌이표가 너무 싫었던 나에게 영화 재탕이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바웃 타임은 나에게 다섯 번이나 도돌이표를 하게 만든 인생 영화다.
번외 이야기지만 어바웃 타임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억양과 배경이다. 영국 특유의 감성과 억양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영화는 너무나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결혼을 코 앞에 둔 예비 신부 입장에서 다시 영화를 봤다. 사랑과 가족,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는 어바웃 타임.
비가 폭우같이 쏟아지는 행복한 결혼식 장면이 결혼을 앞둔 나의 마음을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이라는 타임슬립 구성을 통해 전개된다. '삶과 시간'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리차드 커티스 감독 특유의 낭만적 감성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매력적 억양 소유자, 남자 주인공 팀이 하는 시간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희망 공상이다. 당연히 우리는 모두 지난날을 바꾸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바꾼 미래가 정말 필연적으로 행복이 동반될까.
영화 속에서의 대답은 'NO'다. 다시 바꾼 과거는 또 다른 미래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팀은 여동생의 사고를 되돌리기 위해 무리하게 시간을 돌리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어린 딸을 마주하기도 했고, 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셋째와의 만남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즉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건, 역설적으로 시간 여행의 불필요성이었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다. 지나간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다.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잘 보낸다면 '시간 여행'이란 필요하지 않은 능력이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계획이 틀어져도 너무나 행복한 팀과 메리의 결혼식 장면은 특히나 인상 깊었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보내는 자세. 그래서 그들의 결혼식이 더욱 빛나 보였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 이렇게 찰나의 순간들 중 아름답게 빛나는 추억이 있다면 우리는 수많은 과거의 후회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혼을 앞둔 나에게, 다시 한번 와 닿는 영화 속 인생 조언.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
결혼은 따뜻한 사람하고 하거라.
메리처럼 빨간 드레스를 입지는 못하겠지만, 끊이지 않았던 유쾌한 웃음들과 OST 'How long will I love you'는 나의 결혼식에도 함께 할 예정이다. 물론 따뜻한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