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개울의 합창

서툴러도 괜찮아, 넌 결국 날아오를 테니까

by 희온

후드득--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와 함께

메마른 개울가에서 작은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던 나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개울 아래를 내려다봤다.


보이지 않는 포식자의 기습이라도 받은 걸까?

고양이나 뱀 같은 천적의 등장에 놀란 걸까?

그러나 빽빽하게 우거진 수풀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새들은 거대한 갈색 파도처럼,

또 한 몸이 된 벌떼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는 개울가 나무로 향했다가,

이내 다시 마른땅의 풀숲으로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포식자를 피하는 움직임이라면 멀리 달아나야 마땅한데,

그들은 떠나지 않고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끝없는 날갯짓의 소용돌이,

그 이상한 움직임의 의미를 헤아리고 있을 때였다.


혼돈의 날갯짓 사이로,

가늘고 앳된 소리가 들려왔다.


삐악, 삐악―


그건 공포에 질린 비명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서툰 재잘거림 같은,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투박하고 미숙한 울음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아, 저것은 필사적인 도주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습이구나.


IMG_3718.jpeg 메마른 개울의 합창, 희온


올여름, 가뭄은 유난히 길었다.


물이 흐르던 기억조차 잊은 듯

개울은 바닥을 드러냈지만,

역설적이게도 물이 사라진 그 자리에

짙은 수풀이 우거져 그들만의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그저 메마른 풍경 속 푸른 생명력에 감탄하며 걷고 있었을 뿐,

그 초록의 그늘이 작은 생명들의 요람이 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봄과 여름에 태어나 둥지를 떠난 새끼들이

독립을 배우는 시기가 7~9월이라 하니,

저들은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무리일 것이다.


9월의 하늘 아래,

갓 날갯짓을 시작한 어린 새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비행을 익히는 시간.


그들은 외치고 있었다.


"우린 아직 서툴지만, 함께 있어."

"우린 결국 날아오를 거야!"


메마른 개울의 풀숲은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벅찬 합창의 무대가 되었고

나는 우연히 그 공연의 유일한 관객이 되었다.


메마른 텅 빈자리가

이토록 충만한 생명이 깃든 무대가 되었다니

가슴속에 웅장함이 밀려왔다.


어쩌면 삶도 그렇지 않을까.

비어 있는 듯한 자리에서도

우리는 날개를 퍼덕이며 배우고,

서툴지만 나아가는 법을 익힌다.


새들은 나에게 속삭인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날개를 펼쳤다는 사실이야.

너는 결국 날아오를 거고, 우린 함께 있어."



IMG_3717.jpeg 메마른 개울의 합창, 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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