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잇는 두 꽃의 약속
하루를 열고 닫는 꽃
내 하루는 시계로 흐르지 않는다.
꽃이 피고 지는 리듬으로 열리고 닫힌다.
그 리듬의 첫 박자는 이른 아침,
반려견의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시작된다.
밤의 그림자가 채 걷히지 않은 푸른 공기 속,
울타리에 기댄 나팔꽃이
세상의 첫 빛을 온몸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그 연약한 꽃잎이 어떻게 밤새 굳어있던 세상의 문을 밀어 여는지,
어떻게 가장 먼저 아침을 한 모금 머금어 저토록 시원한 빛을 피워내는지.
그 푸른 숨결 앞에서 나는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한낮의 열기가 사그라들고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잦아들 무렵,
하루의 마지막 리듬이 고요히 울려 퍼진다.
어둠이 내려앉은 자리에 스스로 등불을 켜듯,
노란 달맞이꽃이 조용히 피어난다.
누구를 위한 약속도 아닌데,
그저 제시간에 맞춰 말없이 어둠의 한 귀퉁이를 밝히는 다정함.
그 노란 온기 앞에 소란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고단했던 하루의 어깨를 기댄다.
꽃은 그렇게 나의 하루를 가만히 닫아준다.
아침의 꽃은 저녁의 꽃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스러지고,
저녁의 꽃은 아침의 꽃이 다시 피어날 밤을 지켜낸다.
시계의 초침처럼 서로를 재촉하는 법 없이,
그저 물 흐르듯 이어지는 그들의 약속 속에서
나의 하루는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원을 그린다.
그리하여 내 삶의 시간은 몇 시 몇 분으로 기록되지 않고,
푸른빛과 노란빛의 교차로 기억된다.
그 살아있는 리듬 덕분에
나는 오늘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순간의 충만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