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엄마와 우산

나를 울린 '유년의 윗목'

by 희온

엄마와 우산


운동장 끝,

마중 나온 엄마와

우산을 쓴 친구들이

하나둘 빠져나갈수록

풍경은 조용해졌다


엄마는 늘 바빴고

엄마가 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나는 까치발을 들고

교문 쪽을 바라보았다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그게 마음까지 젖는 일인 줄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된 지금,

갑작스러운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우산을 들고 아이의 학교로 간다


"이 정도 비는 맞아도 돼."

겸연쩍게 웃는 아이에게

나는 기어코 우산을 건넨다


아이의 작은 어깨를 감싸는 우산이 되고 싶다

그 시절의 나에게도 작은 우산 하나 씌워주고 싶다


IMG_3238.jpeg '몸'만 자란 내 안의 나를 어른이 된 내가 안아주는 장면을 그리고 싶었다




▷ 시를 위한 짧은 글


어린 시절, 엄마는 늘 바빴고

나는 혼자인 것에 익숙한 아이였다.


엄마의 부재가 당연했던 나는

외로움을 느끼기 보다는

고독을 선택하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가 된 지금,

그 시절의 어린 내가 안쓰럽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던 텅빈 운동장과 수많은 밤이

아직도 나의 가슴에 남아있는 줄은 몰랐다


어느 날,

기형도 시인의 <엄마 생각>을 읽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엄마 생각>


이 시를 읽고

무서움에 떨며 이불 뒤집어쓰고 아랫목에 누워있던

수많은 밤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고 기억하는 줄도 몰랐던 과거였다.


그때였는지도 모르겠다.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알려주는 시가 있어

내가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IMG_3239.jpeg 나 자신에게 가장 견고하고 믿음직한 우산을 씌워주기로 해요,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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