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유년의 윗목'
운동장 끝,
마중 나온 엄마와
우산을 쓴 친구들이
하나둘 빠져나갈수록
풍경은 조용해졌다
엄마는 늘 바빴고
엄마가 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나는 까치발을 들고
교문 쪽을 바라보았다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그게 마음까지 젖는 일인 줄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된 지금,
갑작스러운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우산을 들고 아이의 학교로 간다
"이 정도 비는 맞아도 돼."
겸연쩍게 웃는 아이에게
나는 기어코 우산을 건넨다
아이의 작은 어깨를 감싸는 우산이 되고 싶다
그 시절의 나에게도 작은 우산 하나 씌워주고 싶다
어린 시절, 엄마는 늘 바빴고
나는 혼자인 것에 익숙한 아이였다.
엄마의 부재가 당연했던 나는
외로움을 느끼기 보다는
고독을 선택하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가 된 지금,
그 시절의 어린 내가 안쓰럽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던 텅빈 운동장과 수많은 밤이
아직도 나의 가슴에 남아있는 줄은 몰랐다
어느 날,
기형도 시인의 <엄마 생각>을 읽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엄마 생각>
이 시를 읽고
무서움에 떨며 이불 뒤집어쓰고 아랫목에 누워있던
수많은 밤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고 기억하는 줄도 몰랐던 과거였다.
그때였는지도 모르겠다.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알려주는 시가 있어
내가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