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하루를 웃으며 보내고 싶어

feat. 나태주 시 <오늘>

by 희온


IMG_3327.jpeg 나태주, <오늘>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반기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가 가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인상을 잔뜩 찌푸리거나

퉁명스럽게 말을 툭 뱉을 때,

제 마음도 같이 구겨질 때가 있어요.

어쩌면 학교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엄마한테 화난 마음을 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아이가 습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제 기분도 엉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습관을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의 마음을 챙겨줘야 하는 것도 맞지만

제 감정의 평화도 소중히 지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제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안 해도 좋아.

(아이가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싫어해요)

그런데 네가 화나고 짜증 난다고

엄마한테 감정을 풀지는 마.

'오늘 좀 속상했어'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네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사람한테 토스하지 마."

글로 써 놓으니 차분하고 친절하게 말한 것 같지만

제가 단호하고 엄숙한 말투로 말했기 때문에

아이는 엄마가 화났다고 생각하고 제 말에 주눅이 들었어요.

(사실, 화난 게 맞습니다.

저는 누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는 싫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다시

나태주 시인님의 <오늘>이라는 시를 읽었어요.




화내지 마세요

오늘이 얼마나

좋은 날입니까

슬퍼하지 마십시오

오늘이 얼마나

감사한 날입니까

얼굴 찡그리지 마십시오

당신이 얼마나

귀한 사람입니까


<오늘>, 나태주


이 시를 읽고 나서

문득 아이에게 이 말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들려주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날인지,

지금 여기에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리고 너라는 존재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그것을 말이나 훈육으로 전하기보다,

그저 이 시 한 편을

조용히 읽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

이 시를 써서 벽에 붙여놓으려고요.


(말로 하면 잔소리로 듣는데

제가 필사해서 써놓은 글은 꼭 읽어보더라고요.

필사의 효용이 이렇게 큽니다!)




오늘 하루를 소중히 다루고 싶어요.

아이도, 엄마도

가끔은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만

우리는 모두 '오늘'이라는

단 한 번뿐인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오늘, 지금 이 순간을

기쁘게 맞이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화내거나


슬퍼하거나


얼굴 찡그리는 건


오늘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나태주,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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