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큰 동반자 - 떡볶이
떡볶이.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하굣길, 학교 옆 작은 포장마차엔 항상 떡볶이가 있었다. 500원만 내면 주인 아주머니가 종이컵 한가득 떡볶이를 담아주셨다. 떡볶이는 초등학생의 코묻은 작은 돈으로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 가면 더 맛있는 요리를 엄마가 해주었는데, 학교 끝나고 친구랑 같이 먹는 떡볶이가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도 학교 앞 작은 분식점이 있었다. 야자가 끝나고 뭔가 모르게 출출한 시간,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라볶이 하나를 포장해서 간다. 대단한 조리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학창 시절에 먹었던 음식은 왜이리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계속되는 공부에 지쳐있던 고3 시절, 기숙사 친구들과 라볶이를 호호 불며 신나게 먹었다. 떡볶이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고, 심심할 때든 힘이 들 때든 항상 먹는 음식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엽떡이란 걸 먹게 되었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맵고 많은 양의 떡볶이가 나에겐 조금 부담스러웠다. 원래 지나치게 매운건 잘 못 먹기도 하고, 떡볶이를 이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에겐 떡볶이가 마음먹고 큰돈을 주어 사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언제나 적당한 가격에 손쉽게 살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미친 듯이 가격이 올라 특별한 날에 시켜먹는 음식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엽떡 같은 프랜차이즈 떡볶이보다는 집에서 혼자 떡볶이를 해먹는 편을 택했다. 유난히 힘이 드는 날에는 청양고추를 하나 썰어 넣기도 하고, 소시지나 치즈를 넣어 조금 더 호화롭게(?) 만들어 먹기도 했다.
매콤하면서도 짭쪼롬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떡볶이는 언제나 나의 힐링푸드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깨진 날에도, 연애에 실패해 엉엉 울고 난 뒤에도 떡볶이를 먹었다. 떡볶이를 먹으면 언제 그 힘든 것들이 있었냐는 듯 스르르 마음의 응어리들이 풀어졌다. 눈앞의 일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떡볶이는 언제나 무언의 위로를 전해주었다. 이쯤 되면 떡볶이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사는 게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떡볶이는 나에게 헤어질 수 없는 애인과 같은 음식이라서 오랜만에 떡볶이에 대한 상념을 길게 늘어놓아보았다.
누군가에겐 떡볶이가 치킨이 될 수도 있고, 따뜻한 엄마 밥이 될 수도 있고, 갓 구운 고기가 될 수도 있다. 맛있는 걸 먹는 것은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실제로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눈앞의 맛있는 음식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많다.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며, 붙잡고 있던 인간관계들이 하나하나 멀어지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 혼자 버티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익숙해지고 있다. 힘든 것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들 하지만 내 경험상 너무 많은 것들을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면 고통이 배가 되기도 한다. 그럴땐 그냥 퇴근길에 맥주 한 캔과 떡볶이를 사서 힘들었던 마음을 혼자 달래본다.
누군가 나에게 '너는 나에게 떡볶이 같은 존재야'라고 말한다면 정말 감동스러울 것 같다. 말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말할지 몰라도 나에게 떡볶이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음식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가득한 날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저녁은 정말이지 행복하다. 행복에 관해서 이리저리 고민하고 있는 요즘인데 '내가 제일 행복한 순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오늘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으며 저녁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은 짧고, 우리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 할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