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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PD Apr 13. 2022

브런치가 좋은 이유

따뜻하고 다정한 글쓰기 플랫폼


어렸을 적부터 난 SNS를 좋아했다. 싸이월드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지금의 브런치까지. 기록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기도 했고, 타인의 기록들을 보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


각각의 SNS는 다 다른 매력이 있는데 오늘은 각각 하나씩 그 장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싸이월드

지금은 추억 속으로 들어갔지만 학창시절 나는 싸이월드에 열광했었다. 안 그래도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 싸이월드 속 배경음악과 나만의 허세 가득한 몽상이 합쳐져 다시 펴볼 수 없는 나만의 일기를 잔뜩 쓰곤 했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내 사진을 포함한 지인들의 사진도 항상 잔뜩 찍어 사진첩을 한가득 채우기도 했다. 그 시절 좋아하는 사람의 미니홈피를 몰래 보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의 마음속 생각이 궁금해 일촌들의 다이어리를 자주 들여다보기도 했다. 말 그대로 그 시절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SNS. 요즘 다시 부활한다고 하는데 그때의 감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남들에겐 못 보여주고 나 혼자 가끔 펴 키득 키득대는 비밀 일기장 같은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지나간 추억의 SNS다.


2.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대학을 들어가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격변기에 20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혼돈의 신입생 시절을 페이스북에 고스란히 담았다. 새로 만난 다양한 대학 친구들과의 소통은 페이스북이 9할이었다. SNS의 장점은 내가 올린 글에 대한 실시간 반응과 소통이다. 동시에 단점은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시끌벅적한 SNS를 같이 본다는 것. 페이스북은 즐거운 나의 한때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외로움과 소외감도 같이 느끼게 하는 SNS기도 했다. 누가 더 행복한지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자동으로 비교하게 되었고, 즐거움과 동시에 우울함도 안겨주었다. 가끔 길고 무거운 글을 쓰기도 했지만 페이스북 특성상 살짝 맞지 않았다. 대학시기를 지나며 페이스북은 차츰 그 인기를 잃기 시작했고, 나도 더 이상 친구들과 지인들이 없는 페이스북엔 들어가지 않게 됐다. 다만 싸이월드처럼 시절 SNS라고 해야 하나. 가끔 들어가서 페이스북 글들을 보고 있자면 활기차고 감정이 격변했던 나의 20대 초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어 재밌게 보곤 한다.


3.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살짝 지고 있던 어느 날, 마이너한 감성을 좋아하는 친구가 인스타그램을 알려줬다. 페이스북처럼 시끄럽지 않고, 내가 기록하고 싶은걸 사진위주로 올릴 수 있다며. SNS를 좋아하는 내가 또 이걸 놓칠 순 없지. 원래도 사진기록을 좋아하는 터라 바로 인스타그램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해시태그라는 새로운 방식도 신기했고, 지인들과의 소통 이외에 관심 있는 주제로 글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내가 올린 사진들이 하나하나 쌓인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개방형 SNS에 지쳐있던 사람들은 곧이어 인스타그램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발자취를 옮겼다. 하지만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부터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자기 인생의 찬란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한다. 좋은 곳에 갔을 때, 즐거운 한때, 나의 가장 예쁜 모습을 주로 올리는 SNS는 언제나 즐거울 수만은 없다. 취업준비를 하게 되면서 인생의 우울함을 잔뜩 안고 있던 시기, 열심히 하던 인스타그램을 없애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20대 시절 다양한 SNS들은 한 사이클을 마치고 있었다. 시험에 합격하고 다시금 인스타그램을 시작해 지인들과 소소한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데, 확실히 예전보다는 조금 다른 모양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엔 주로 피드보단 스토리를 올리는 추세이고, 많은 사람들이 예전만큼 SNS를 기록용으로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다. 인스타그램 다음에 나올 SNS가 궁금한데 아직까지 그만큼의 신드롬을 일으킬 SNS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


4. 네이버 블로그

사실 블로그는 SNS 느낌이라기보다는 나의 큰 기록장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다. 20대 초부터 시작했는데 누구에게 알리거나 소통을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편하게 긴 글들을 기록하곤 했다. 그리고 기존의 SNS들과 다르게 블로그는 많은 양의 사진과 글들을 하나씩 '발행'하는 느낌으로 글을 썼다. 여행 기록을 예로 들자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한두 개의 잘 나온 사진과 짧은 글을 실시간으로 올린다치면 블로그는 여행을 다 마치고 여행의 경로•맛집•후기 등을 길게 정리하여 올린다. 내 인생 기록을 좀 더 상세하고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렇게 한두개씩 글을 올리곤 했는데 가끔 네이버 검색 키워드에 걸려 방문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제까지 했던 SNS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블로그는 기록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다양한 대외활동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20대 시절 많은 기업들은 블로그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젊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대외활동과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었다. 블로그는 그런 활동들을 지원하기에 든든한 포트폴리오였으며 동시에 내 20대를 즐겁게 기록할 수 있게 하는 자유로운 기록장이었다. 지금도 블로그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좋은 것 위주로 올리는 다른 SNS와 다르게 진솔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하고, 유용한 글들을 올리는 다양한 블로그들을 이웃 추가하여 받아볼 수도 있기 때문. 물론 블로그도 피로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검색에 잡힌다는 이유로 많은 홍보글과 체험단, 그리고 수익을 위한 블로그들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플랫폼이라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이용할 예정이다.


5. 브런치

사실은 브런치가 좋은 이유에 대해 쓰려고 시작한 글이었다. 브런치의 장점을 쓰려고 하다 보니 내가 좋아했던 다른 SNS들이 생각났고, 그와 비교하여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위와 같이 플랫폼별로 특징을 나눠보았다.

브런치는 타 SNS만큼 활발한 매체는 아니다. 우선 '작가'라는 타이틀을 따로 승인받아야 하며, 짧고 단발적인 글이 아닌 정돈된 글들이 많은 매체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브런치 론칭 초창기에 작가를 신청했었다.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은 이용자가 없었기에 수월하게 작가 통과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보통 블로그에 자주 내 생각을 쓰곤 하는데, 그중 주제가 좀 뚜렷하거나 다른 글보다 정돈된 느낌으로 써진 글들을 브런치에 업로드했다. 브런치 초, 우연인지 행운인지 몇 개의 글들이 다음카카오 메인에 소개되었고, 조회수와 구독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글쓰기에 부담이 생겨버렸다. 이후 브런치는 정말 아주 가끔만 업로드하고 주로 타인의 정돈된 글들을 보는 정도로만 이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안 쓰던 브런치였는데, 취업 후 너무 힘든 날 가끔 들어와 몇몇 글들을 보다가 별것 아닌 내용이었는데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최근 읽은 책 중 한 구절이다

그러고 보면 책만큼 취향이 갈리는 분야가 또 있을까. 내가 처한 상황과 고민에 따라 베스트셀러 책도 다르게 해석되고, 와닿는 바가 다르다.
-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_ 저자 신미경 -



위 문구처럼 내가 처한 상황과 고민에 따라 똑같은 글도 다르게 읽히는 날이 있다. 브런치는 그런 글들이 많은 매체이다. 피로감이 많은 다른 SNS들에 비해 정돈된 글들이 많고, 깊은 고민 끝에 써진 글들이 많아 공감되는 정도가 타 매체에 비해 높다. 나는 그래서 브런치가 좋다.


물론 모든 글들이 나의 모든 때에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 빈도가 타 매체에 비해 높다. 책을 읽기는 싫고, 그렇다고 가벼운 SNS를 둘러보기도 싫은 날 나는 브런치에 와서 타인의 글들을 읽는다. 어느 글엔 공감하기도 하고 어느 글은 마저 다 읽지 않고 넘기기도 한다. 내가 넘긴 글은 어느 누군가 힘든 날 읽기도 하고 그날의 상황에 맞게 위로받기도 하겠지. 이렇게 다양하게 자기 생각과 삶을 기록하는 진중한 매체들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재미만을 따르는 SNS 말고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매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다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타인의 글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 모든 걸 응원하고 도와주는 브런치가 참 좋고 오랫동안 이 서비스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참 다정한 취미생활이다. 화제성, 휘발성이 가득한 요즘 매체들 사이에서 따뜻하게 그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브런치가 부디 많은 이용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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