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 풍경이 바뀌었다고 뉴스에서 떠들었다. 북적이는 여행지 대신 캠핑족이 늘고, 캠핑 예절을 지키지 않는 초보 캠핑러들 때문에 기존 캠핑러들이 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거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실소가 새어 나왔다. 어쩌면 우리도 그중 하나일지 몰라서다.
하이원에 가서 아이랑 워터파크도 가고 카지노도 구경시켜주겠다는(입장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계획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 때문에 또 변경되었다. 워터파크도, 카지노도 들어갈 수 없는 하이원이라. 그럼 대체 뭐하지, 하다가 근처에 계곡이 많으니 당일치기 캠핑으로 고기 구워 먹고 오는 걸로 결정했다. 지난번 뙤약볕에서 고기 구워 먹는 고생을 한 후 남편은 타프(그늘막)도 질렀다.
"어차피 우리는 아이 때문에 당분간 텐트에서 자기는 힘들 거고, 고기 구워 먹고 오는 정도로만 간단히 즐기려면 타프가 딱이지."
"타프는 텐트보다 치기 쉬워?"
내가 물었다.
"글쎄, 아무래도 쉽지 않을까."
남편은 장담 대신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하이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바로 도사곡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계곡을 따라 펜션도 지어 놓고 텐트를 치기 위한 데크도 널찍하게 설치를 해 놓은 것이 아이 놀리기에는 아주 딱이었다. 계곡 아래 콘크리트로 평평하게 만들어 놓은 곳도 부분 부분 있어서 돌부리에 발 걸려 넘어지거나 다칠 것이 염려된다면 여기가 최적이었다. 문제는 수량. 몇 주간에 걸친 장마 때문에 불어난 수량이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면서 계곡을 따라 떨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햇볕도 없는데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계곡 옆에만 서 있어도 서늘했다. 아니, 추웠다.
남편은 주섬주섬 장비들을 꺼내어 호기롭게 타프를 치기 시작했는데, 뭔가 모양새가 점점 어설퍼지기 시작하더니이윽고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런, 망치를 안 가져왔네."
"이게, 왜 이렇게, 안 되냐."
"여기서 이것 좀 잠깐 잡아줄 수 있어?"
아기를 돌보고 있는 입장이라 도와주기도 어렵고, 남편이 하는 모양새는 못 미덥고, 타프를 세우기 위한 두 기둥은 자꾸 고정이 안 되어 쓰러지는데 이건 누가 보아도 나 초보요, 하여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텐트 치는 게 더 편하지 않아? 타프는 혼자 치기 힘든 건가 봐."
점점 보채기 시작하는 아이를 안으며 내가 말했다.
"텐트를 안 가져왔어."
망치 대신 주변 돌멩이로 핀을 열심히 박으며 남편이 말했다. 핀은 땅에 박힐 기미가 안 보였다.
마침 하늘도 우중충하고 햇볕이 나올 기미도 안 보이니 그냥 고기만 후딱 구워 먹고 가려고 하는데, 옆 데크에 있던 남자 셋이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도와드릴게요. 여기 망치도 있어요."
누가 보아도 프로의 향기가 물씬 나는 세 남자는 타프 기둥을 잡고 로프를 여기저기 척척 걸더니 망치로 뚝딱뚝딱 핀을 박아 금세 타프의 모양새가 나도록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준비한 로프가 부족한지 자신들의 차에 가서 로프를 가져와 돌아갈 때 돌려달라며 쿨하게 건네고 옆 데크로 유유히 사라졌다. 남편이 달타냥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들에게선 삼총사의 포스가 느껴졌으며 덕분에 후광까지 보일 뻔했다. 특히 로프를 건넨 자는 아토스의 과묵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너무 고마운 마음은 드는데, 무어라 말을 꺼내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내가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저희가 타프는 오늘 처음 쳐보는 거라서. 이건 혼자 치기 힘든 건가 봐요."
셋 중 가장 사교적으로 보이는 포르토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한 명이 잡아주기만 해도 수월한데, 아마 아기를 보셔야 하니 힘드셨을 거예요."
삼총사 덕분에 무사히 타프를 쳐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데 하늘이 점점 우중충 해졌다.
"햇빛이 하나도 안 나서, 이거 안 쳐도 되었겠어."
그러자 곧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더니 금방 장대비가 되었다. 우리는 타프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