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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고운 Sep 22. 2020

캠핑 대신 바베큐

아이가 좀 크면 베짱이 가족이 되어 함께 캠핑을 다니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살자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자연을 누비며 풀벌레 소리를 듣고,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감수성을 키우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그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남편은 부지런히 캠핑용품을 하나둘씩 사다 모았고 나는 어디 놀러 갈 때마다 우쿨렐레를 챙겨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이는 텐트 치고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좋아했으나 우쿨렐레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편안하고 안락한 콘도미니엄에 가서 자동차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으며, 고기를 굽기도 전에 숯에 불 붙이는 과정에서 흥미를 잃었다. 역시 계획한 대로 되는 건 별로 없다. 아이도 나름의 독립된 인격체니 그 취향을 존중해줘야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취향을 존중받아야 하는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가. 나와 남편은 좋은 숯에 고기 구워 먹는 낙으로 캠핑하는 날을 기대해왔으니 이 정도는 함께 해도 되지 않겠느냔 말이다. 비록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지는 않더라도 야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것저것 구워 먹는 재미도 쏠쏠하니, 아이가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이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는 거다. 다행히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모든 것이 구비된 캠핑장도 곳곳에 있으니, 텐트 치느라 굳이 체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런 곳만 찾아다니는 바람에 기껏 큰 맘먹고 구입한 텐트와 타프는 그대로 창고행이 되었지만.


어쩐지 그게 아까워서 생각한 것이 노지 캠핑. 고기만 구워 먹고 철수할 건데 굳이 돈 내며 야영장 데크 빌리는 것도 아깝고 하니, 아무 데나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 잡아 타프만 치고 고기 구워 먹는 게 가장 이상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노지 캠핑을 할만한 장소가 생각보다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좀 괜찮다 싶은 장소는 취사금지구역인 경우가 많고,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는 노지는 캠핑의 엄청난 고수가 아닌 한 찾아내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냥 한번 떠나보는 거야, 하고 모든 장비를 갖춰서 호기롭게 떠나보았는데 막상 떠나보니 마땅한 장소를 찾아낼 자신이 없어졌다. 그냥 차만 타고 돌아다니다 고생만 하고 들어올 것이 눈앞에 그려지는 데다 마침 비까지 후두두둑 떨어졌다. 이런 비에 타프를 치고 숯에 불을 피울 수 있을까? 아기 데리고 다니는데 너무 고생하는 것은 사양이다.  


고리짝 적 기억을 더듬어 남양주 부근에 바베큐 할 수 있는 카페를 생각해 냈다. 벌써 몇 년 도 더 전 일이라 아직까지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이것저것 검색하니 의외로 금방 찾았다. 상호를 바꾸고 금액을 좀 올린 것 외에는 그 장소에 그대로 있기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고 내비게이션을 가동하여 쉽게 도착했다. 다행이다. 입구에 도착하여 입장료를 결제하고, 아이를 돌보기 쉽게 화장실 가까운 테이블로 잡아 불을 피우고 준비해 온 목살과 새우를 구웠다. 생각했던 리버뷰는 아니었지만 비가 추적추적 오고 정원에는 꽃도 아기자기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굳이 경제성을 따지자면, 야영장 데크를 빌리는 가격이나 바베큐 카페 입장료 및 기타 부대비용을 따지자면 그 돈이 그 돈이다. 인원수대로 입장료를 받으므로 인원이 많다면 야영장 데크가 더 싸게 먹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베큐 카페의 장점이라면,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 쌈채소 등이 구비되어 있는 편리함이니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행선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남이 잘 정리해둔 정원을 빌리는 것도 나름 초대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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