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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고운 Sep 13. 2022

아들의 뇌│곽윤정│북토크│북리뷰

     

  


우리 집에는 이제 곧 만 5살이 되는 아들이 하나 있다. 

워낙 성별로 특정 짓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성을 특정 짓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건 예를 들어,

“남자애가 뭘 그런 거 가지고 울어.” 라거나

“남자애는 분홍색 옷 안 입어.” 라거나

“남자애가 무슨 인형이야.” 등등의 발언이다.

물론 스스로를 완벽하게 검열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노력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들을 키우면 키울수록 느끼는 건 정말 ‘아들로서의 타고난 성향’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인형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자동차를 압도적으로 좋아하고, 역할놀이도 좋아하긴 하지만 인형이 아니라 공룡이나 로봇 같은 사물로 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사람을 그리는 게 아니라 사물(보통 자동차)을 그린다. 레고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소리를 지르고 갑자기 달려드는 거친 행동은 아들 또래의 여자아이들에게서는 잘 본 적 없는 행동이다. 이렇게 아들만의 고유한 특성이 존재한다는 걸 키우면서 알아가고 있다.


당연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여자로 태어나 딸이라는 역할을 사회적으로 요구받으면서 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릴 때 그림을 그리더라도 대부분 예쁜 여자를 그렸고, 레고 같은 블록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으며 자동차 장난감에는 눈길도 안 줬다. 태권도를 배우긴 했지만 에너지 분출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도 우니까 좀 씩씩해지라는 엄마의 바람이 낳은 결과였다. 남편은 곧잘 아들의 행동을 보고 “아빠도 어릴 때 그랬어.”라고 공감을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해본적이 없다. 나는 어릴 때 그래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교보문고에서 ‘아들의 뇌’라는 제목을 책을 봤을 때 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키우면 키울수록 아들의 행동과 반응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초보 엄마는 궁금한게 너무 많았다. 안에 내용을 보니 제법 읽을 게 많아보여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오랜만에 구입한 책인데다 궁금한 게 많아서인지 앉은 자리에서 책 절반을 읽어내려갔다. 과연,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궁금한 것들에 대한 답답함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답답함을 알았다고 해서 문제가 곧장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몰라서 답답한 것보다는 알고 납득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아들의 행동 양상이 딸과 다른 이유를 뇌 구조에서 접근한다.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아들과 딸 키울 때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건데, 뇌구조적 접근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제법 학습효과도 있다. 사람의 뇌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뇌간은 생명 유지를 담당, 변연계는 감정을 담당, 대뇌피질은 생각을 담당한다고 한다. 두 번째 변연계에서 감정이 발생을 하면 여자는 그 감정을 대뇌피질로 보내어 처리를 하는 반면, 남자는 뇌간으로 보내어 반응을 한단다. 그래서 여자애들은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도 수다를 떨면 기분이 풀리는 반면, 남자애들은 뇌간으로 가서 보다 공격적인 반응이 즉각적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는 완벽히 공감하기 어렵긴 하지만, 아직 뇌 성숙이 덜 된 사춘기까지의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보다 공감되는 예시는 뇌량의 크기에 따른 남아와 여아의 차이이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뇌량의 크기가 1/3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기인하는 현상인데, 뇌량이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다리를 말한다. 이 뇌량이 두꺼울수록 좌뇌와 우뇌의 정보 교환이 활발해서 여자들은 눈치가 빠를 수밖에 없는 뇌구조이지만, 남자들은 뇌량을 통해 감정뇌에서 이성뇌로 옮겨가는 정보처리가 느리기 때문에 척하면 딱,이 될 수 없고 하나 하나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 이 현상은 아들 때문에 수긍했다기 보다는 남편 때문에 납득을 했는데, 남편 역시 남자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눈치가 없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하는 평소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여자라면 아마 여기서 굉장히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뇌량이 얇은 게 눈치라는 측면에서는 취약하겠지만 보다 전문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 처리를 함에 있어서 감정과 이성을 혼동하지 않고 일은 일로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있을 수 있다고 해석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정도가 되려면 뇌가 성숙을 해서 감정이 변연계에서 발생했을 때 뇌간으로 보내지지 않고 대뇌피질로 보내져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하겠지만.


이 책 후반부에는 초등학생 때, 사춘기 때 상황들을 이야기하면서 아들을 대하는 방법도 함께 보여준다. 아직은 어린 아들이라 그 예시들이 잘 와닿지는 않지만, 나중에 아이가 커서 그런 난관에 봉착했을 때 두고두고 꺼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들의 뇌’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보는데, 너무 어릴 때 읽으면 공감되는 부분이 적을 것 같고, 너무 커서 보면 미연에 방지할수도 있었을 실수를 저지른 후가 될 지도 모른다. 적당히, 미취학 일때, 갈등의 골이 없을 때 읽는 것이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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