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두 돌이 되던 겨울, 우리는 스키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기에게 새하얀 눈밭을, 설경을 보여주자는 명분이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삼 년간 못 가본 스키장 분위기에 대한 그리움이, 명분으로 합리화되었다. 스키는 못 탈지라도 눈썰매장만 가도 충분할 것 같았다.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 부근에 조성된 눈썰매장에 아기를 내려놓았을 때, 아기는 그야말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무장을 한다고는 했지만 칼날처럼 스치는 강한 바람과 추위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것일 테니, 어른인 우리도 추운데 두 돌 아기는 오죽하랴 싶었다. 그러나 이내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이 신기하기는 한지 만져도 보고,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미끄러져 보기도 했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긴 줄을 기다려 드디어 눈썰매를 탈 차례가 되었을 때, 울음을 터뜨려버려 급히 철수했다. 아기를 안고 내려오는 곤돌라에 타자마자 추위에 지쳐버렸는지 금세 잠들어 버렸다. 덕분에 아기를 안은 채로 카페에 두 시간을 앉아 있어야 했다.
그렇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기가 커 감에 따라 조금씩 여행하기가 수월해졌다.분유를 떼지 못했을때는 여행가방이 이삿짐 수준이었는데, 분유를 떼고 이유식도 떼면서 짐의 부피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러다 기저귀만 떼면 해외여행도 가뿐하겠다 싶을 때 전 세계적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보류해야 했다.
바이러스가 자꾸 퍼져서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날이 풀리니 아이는 자꾸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 했다. 어마어마한 운동량과 체력이 발산되지 못하니 아이도 그렇고 우리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이 붐비지 않을 곳을 찾아 집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여행도 좋았고, 둘만의 여행도 유쾌했다. 셋이 하는 여행은 감정이 다양하다. 당연히 힘들고 그보다 더 즐거우며 훨씬 많이 느낀다. 혼자서는 무계획이었다면 지금은 철저한 계획(적어도 숙소만큼은)도 하고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경험해보도록 코스도 더 넣는다. 재미있는 기억을 많이 새겨주고파서 공부도 더 한다. 그러면서 나도 하나 더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