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호 May 30. 2023

조용필과 열정


 라디오에서 음악 흘러나온다. 혹시 조용필의 노래인가? 음악이 끝나길 기다리니 디제이는 조용필의 신곡이라고 한다. 올해로 조용필 가수의 데뷔 55주년이라고 한다. 그 많은 세월 동안 음악을 하고 아직도 신곡을 발표하다니 역시 가왕답다. 


  음악에 관심이 많고 음악을 좋아해서 신곡이라는 소식에 귀가 반응했나 보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면서부터이다. 그 경험이 나에게 많은 음악을 선사해 주었다. 지역에서는 규모가 있는 레코드 가게라서 각자 담당 파트가 있었다. 경력이 제일 오래된 언니는 클래식 담당, 그다음 언니는 가요 담당, 신참인 나는 팝 음악 담당이었다. 입사하니 제일 먼저 받은 것이 외국 음반회사 가이드 책자였다.  그 책자를 가져와 매일 밤 음반 공부를 했다.  그 공부가 싫지 않았다. 좋아서 하니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그렇게 노력한 덕에 A부터 Z까지 가지런히 정리된 수많은 LP 사이에서 손님이 어떤 음악을 찾아도 그 얇은 LP 한 장을 망설임 없이 찾아냈었다. 나뿐 아니라 경력이 더 많은 언니들이 음반을 찾아내는 것을 보면 요즘 말로 AI와 같았다. 가요나 팝은 어느 정도 알아도 클래식이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클래식 파트 최고참 언니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요를 담당했던 언니는 조용필의 열성팬이었다. 조용필의 앨범 중 어떤 노래가 어느 음반에 수록돼 있고 심지어 몇 번째 곡인지까지 다 알고 있었다. 그게 마냥 신기해서 쉬는 시간이 되면 언니에게 조용필 노래 문제를 내며 함께 조용필 세계에 빠져들곤 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라이브극장에서 조명 인턴으로 있을 때 마침 조용필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라이브극장에서 일하는 장점은 그야말로 그 당시 모든 가수의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년도 지난 일이지만 수많은 가수의 공연 중 조용필의 공연은 최고의 공연이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전까지는 이선희, 윤도현, 동물원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가창력은 물론이지만 그때의 팬덤은 어마어마했다. 엄마뻘 같으신 분들이 감동으로 바라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조용필 덕후 언니는 이제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열정이 있는 사람이 빛난다. 그 언니가 조용필을 이야기할 때 그랬고 조용필의 신곡 "feeling of You'가 그렇다. 나의 열정도 꺼뜨리지 말고 잘 살려내자. 지금은 내가 열정을 불어넣는 것은 책 읽기와 글쓰기이다. 아이들의 시간으로 채워져 늘 부족했던 시간들이 이제 아이들을 놓아주면서 서서히 많아지고 있다. 이 시간의 무게를 힘겹게 느끼지 말고 풀어놓아보자. 오늘도 글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양양둘레길이 행복으로 다가온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