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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Aug 10. 2024

드디어 중국 푸동공항 도착

드디어 상하이 도착

올해 고3인 아이는 다음 달 9월에 HSK(중국어능력시험) 5급 시험을 앞두고 있다. 예정은 8월 여름방학 중에 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중국여행을 가게 되어 한 달 뒤로 미뤄졌다. 아이는 지난 7월 초 한중우호협회와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했었다. 다행히도 상을 수상했고 부상으로 중국여행을 가게 되었다. 상하이 여행 6개월 만에 다시 중국에 가게 된 아이는 여행 전부터 신나서 들떠있었다. J성향의 나는 시험을 한 달 뒤로 미룬 것이 못마땅했지만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고생한 것을 알기에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여권을 찾아 챙겨주고 마침 여행기간에 아이 생일이어서 생일 용돈을 위안으로 환전하여 손에 쥐어주었다. 아침 8시 30분 중국 우한행 비행기를 타야 해서 새벽에 출발한 아이는 지금은 중국 형주에 도착해서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중국은 없었다

사실 아이에게 중국은 설레는 곳일지 몰라도 나의 해외여행 버킷리스트에 중국은 없었다. 퇴직하기까지 10년 정도 남은 지금, 여권에 20개 나라의 도장을 채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기는 했지만 거기에 중국은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중국이라는 나라를 두고 나와의 인연을 우호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학 과제로 읽었던 공자의 <논어>는 나의 인생책이라 말할 수 있고 '겨우, 서른" 중드를 정주행 했다는 것뿐이다. 중국과 나와의 인연은 실로 미미했지만 이번 상하이 여행을 계기로 나에게도 설렘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출발!

지난 1월 22일,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공항 가는 버스는 새벽 4시 30분에 있었다.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고속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인천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했고 우리는 먼저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앞으로 4박 5일 동안 중식을 먹어야 하기에 메뉴는 한식으로 정했다. 식당가에 들어서니 입구 쪽 식당 외부에 즐비하게 늘어선 트렁크들을 보았다. 이 집이 맛집이구나, 생각에 우리도 트렁크를 밖에 줄 세워놓고 들어갔다. 굉장히 넓은 한식당이었는데도 방학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꽉 찼다. 나는 김치찌개, 아이는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식사를 하면서 정말 중국으로 가는구나 실감 나기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오후 2시 10분 비행기라 시간이 많이 남아 우리는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지난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한 아이는 의자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나는 여행에 대한 설레는 마음 뒤로 살짝 걱정이 밀려왔다.

'아이가 중국어 공부를 하긴 했지만 중국엔 워낙 방언이 많다고 하는데 과연 말이 통할까?'

'호텔까지 무사히 찾아갈 수 있을까?'

'이제 좀 괜찮아졌는데 아프면 어떡하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걱정들을 진한 커피로 달래고 아이를 깨워 짐을 부치고 수속을 하고 들어갔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영화 한 편이 채 끝나기도 전 비행기는 2시간 만에 우리를 상하이 푸동공항에 데려다주었다.





 푸동공항 도착

푸동공항에 내리자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싶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공항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다행이었고 상당히 조용했다. 우리가 어디로 줄을 서야 하는지 몰라 어정쩡하게 서있으니 공항 공안이 우리에게 가야 할 곳을 손짓으로 알려주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중국공항이 신기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사진촬영은 금지라며 공안이 제지했다. 순간 뭔가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고 살짝 긴장감도 맴돌았다. 모두들 조용히 순서를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공항 직원은 열손가락의 지문을 한 손가락씩 검색대에 올려 찍게 하고 그리고도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우리가 제시한 비자와 여권을 돌려주었다. 나오자마자 여권을 펼쳐 중국 도장은 어떻게 찍혔나 궁금해 살펴보니 도장이 없었다. 중국 말을 할 줄 모르니 뭔가 잘못되었나 당황했다. 단체관광객으로 보이는 한국인이 지나가길래 혹시 여권에 도장이 찍혔는지 물어보니 자신도 없다고 해서 일단 안심했다. 알고 보니 별지비자를 발급받으면 여권에는 도장을 안 찍는다고 한다.


무사히 공항을 나와 마그레브를 타러 갔다. 표지판에 중국어와 영어가 함께 표기되어 마그레브 타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었다. 창구에서 핑크색 티켓을 구입하고 상당히 쾌적한 마그레브 좌석에 앉았다. 최신식 시설의 마그레브는 정말 시속 300킬로가 넘달렸고 불과 8분 만에 목적지 도착했다. 우리는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야 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제일 걱정은 무사히 호텔까지 도착하는 것이었다.

 




지하철표 판매기에서 지하철 표를 구입했다. 신기한 것은 지하철 탑승 시 비행기 탈 때처럼 짐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일일이 사람이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검색대 같은 곳가방이나 짐을 올려놓으면 기계로 자동으로 검사해서 나오게 된다. 혹시 누군가 내 가방을 훔쳐가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중국에 있는 동안 그런 일은 없었다. 지하철에서의 짐 검사는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지만 중국인의 흔한 일상이었다.


난징동루역에 도착해 지하철 출구로 나가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중국의 아름다운 불빛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제 걸어서 숙소까지 찾아가면 오늘의 최대 미션은 끝나는 것이다. 아이는 바이두 지도를 보며 걸어가고 나는 뒤를 이어 걸어갔다. 상하이의 휘황찬란한 불빛 사이로 말이다.





우리가 묵을 호텔 건물은 공사 중이라 출입구를 못 찾아 근처를 조금 헤매다 찾을 수 있었다. 숙소는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늦으면 식당들이 문을 닫을까 봐 얼른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중국에서 첫 식사는 하이디라오에서

아이가 중국에서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하이디라오에서 가보는 것이었다. 숙소 근처에 하이디라오가 있어 그곳으로 출발했다. 도착하니 만석이라 잠깐 대기하다 들어갔다. 대기하는 동안 식당 안에서 직원들이 생일축하 공연을 해주는 것을 2번이나 구경했다. 하이디라오가 중국 젊은이들의 핫플인가 보다. 대부분 젊은이들이 많았고 우리처럼 가족동반 손님들도 있었다.


우리의 첫 중국음식은 훠궈였다. 우선 주문하는 것부터 난이도가 상이었다. 우리나라처럼 테블릿으로 주문하게 되어있었고 주문은 물론 아이가 하였다. 탕은 4개(백탕, 마라탕, 토마토탕 등)주문하였다양한 야채와 소고기, 새우 완자도 주문했다. 아이는 마라탕이 좋았다고 하고 나는 토마토탕이 입맛에 맞았다. 새우 완자는 직원이 와서 직접 동글동글 만들어 탕에 넣어주었는데 탱글탱글한 완자 맛이 지금도 생각날 정도이다.


사실 훠궈보다 더 반한 것이 있었다. 중국에서 처음 먹어본 수박이었다. 노랗고 작은 것이 아삭아삭 엄청 맛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프지만 셀프바에서 그래도 자신 있게 가져다 먹은 것이 이 수박이었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하이디라오는 처음이라 우리가 어설퍼보였는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작은 그릇에 간 고기와 셀러리를 넣고 토마토탕 국물을 넣어 수프를 만들어 주었다. 이것이 진국이었다. 약간 느끼할 것 같았은데  셀러리가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첫날밤 오열하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야시장도 구경했다. 금방 저녁을 먹은 터라 야시장에서는 산사열매 탕후루만 하나 맛보았다. 맛을 본 아이는 탕후루는 산사열매가 시큼하다며 한국 탕후루가 맛나다고 한다. 야시장을 나와 숙소 근처에 바로 미니소가 잠깐 들렀다가 과일가게에서 하이디라오에서 먹었던 수박과 아침에 먹을 사과, 아이가 호기심에 먹고 싶다는 용과를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간단히 야식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중국말 일도 못하는 엄마를 데리고 머나먼 중국으로 여행을 와서 맘고생이 심했나 보다. 혼자 여행 계획을 짜고 무수한 검색을 하며 노선을 정리하며 준비하느라 말이다. 엄마인 나도 중국 도착해서부터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아이도 하루종일 내색도 못하고 잔뜩 긴장한 채 보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꺼이꺼이" 우는 아이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괜찮아. 잘했어!
호텔까지 오지도 못할 것 같았는데 잘 왔잖아.
엄마가 우리 딸 덕분에 호강하네.
중국도 다와 보고!
내일 힘들면 호텔에서 쉬지 뭐.
울지 마,
아니야, 내일은 더 잘할 거야.






01화 모녀의 상하이 여행 준비기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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