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미의 NO.29 사용법

by 산호

아미 입문기


작년 추석연휴에 티비로 본 조용필 공연이 여운이 많이 남아있었다. 혹시 콘서트 표가 있을까 매일 공연예매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방탄소년단 진의 월드투어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천 앙콜 공연이 예매 중인걸 보게 되었다. 무심코 들어가 봤는데 대기자 5000명이 넘었다. 콜드플레이 공연을 예매하면서 이미 겪었던 터라 대기자가 많아도 참을성 있게 기다리니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표가 다 매진이겠지...'

하며 별 기대 없이 클릭을 한 순간, 이런 표가 있었다. 떨어진 좌석으로 2장이 있어 우선 한 장을 얼른 예매하였다.


'두둥~~!!'

예매 성공이었다. 내가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다 가다니! 혹시나 해서 얼른 다시 들어가 다른 표가 있나 확인했더니 벌써 역시나 매진이었다. 아마도 내가 취소표를 운 좋게 예매한 듯했다. 사실 표를 예매를 하긴 했지만 표가 한 장이라 혼자 공연장에 가야 해서 가기 전날까지 망설였다. 이 나이에 아이돌 콘서트라니 주책맞다 싶다가도 내 생에 언제 방탄 콘서트를 갈 수 있겠어, 두 가지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BTS 데뷔가 2013년으로 활동 10년이 넘었으니 의외로 30-40대 팬들도 많다. 그리고 BTS는 보통 자녀들이 좋아하다가 엄마들이 입덕하는 경우가 많다고. 나 또한 그러했다. 작은 아이가 좋아해서 알게 된 아이돌이었다. 언젠가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함께 캘리그라피 수업을 간 적이 있는데 강사님이 쓰고 싶은 문구를 생각해 오라고 숙제를 내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가 적어간 문장은 BTS의 노랫말 중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이었다. 이런 낭만적인 노랫말을 사용하는 아이돌이라니,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노래는 BTS의 노래였다. 저녁 먹고 운동삼아 산책을 나갈 때면 어김없이 이어폰을 꽂고 방탄의 노래를 들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BTS의 앨범이 "7"이었다.


11월 1일, 공연 장소인 인천 문학경기장에 도착했다. 초행길이라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데 앞서 두 분이 걸어가고 계셨다. 나이는 나와 비슷해 보였는데 먼저 말을 걸어오셨다. 진 공연을 보러 왔는지 물었고 맞다고 하니 흔쾌히 같이 가자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 두 분 덕분에 처음해 보는 페이스 인증도 하고 BTS 굿즈도 구경했다.


공연 좌석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그분들과 헤어진 후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내 좌석은 2층으로 공연장 좌측으로 거의 끝이었고 내 자리 양옆으로 외국인들이 자리했다. 공연장에는 꽤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진은 무대가 아닌 운동장 트랙을 천천히 달리며 입장을 했다. 사실 내가 앉은 좌석에서는 가수가 진짜 아주 작은 점으로 보여 대형스크린으로 공연을 봐야 했는데 바로 아래 트랙을 지나가는 진을 가까이서 보니 믿기지 않았다. 진실로 아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걸 느꼈다. 공연에는 제대 후 처음 무대에 선다는 지민과 장난기 다분한 뷔가 게스트로 나와주었다. 방탄소년단 7명 모두의 군백기 동안 기다려준 아미들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냥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아미들이었다. 공연을 볼 당시만 해도 나는 아미는 아니었다.


공연 초반에 트랙을 돌았던 진은 마지막 앵콜을 부르며 커다란 풍선을 타고 공중에서 객석을 내려보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공연 중 폭죽을 많이 터뜨려주어 정말 원 없이 불꽃놀이를 보았다. 콘서트에서 아낌없는 쏟아내는 진에게 아미들도 문 노래 부를 때 노란 조각달로 진을 응원하였고, 파도타기로 함께 콘서트를 축하하였다. 이 파도타기가 은근 재미있었다. 언제적에 해봤던 건지. 가수와 팬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연이었고 공연 말미에는 가수도 아미들도 헤어지기 싫어 많이 아쉬워했다.


그동안 공연을 자주 다녀봤지만 아이돌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순한 맛" 공연이었다. 아미들이 아미밤을 들고 있으니 보통 노래가 끝나면 나오는 박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박수소리 없는 공연이라니, 의아했지만 대신 바로 옆 아미의 함성과 비명을 많이 들었다. 박수 대신 아미밤을 흔들며 박수보다 더 큰 목소리로 화답했고 아이돌과 팬들의 끈끈한 애정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선 호기심에 위버스 앱을 깔았고 집으로 돌아와선 위버스 멤버스에 가입하고 당근에서 아미밤도 샀다. 그냥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공연이었고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았던 콘서트였는데, 지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콘서트를 다녀오고 여기까지 글을 저장해 놨어요. 이어 씁니다.)





NO.29 사용법


기다리던 방탄의 앨범이 나왔다. Swim, Body to Body, Normal, Like Animals 등 좋은 음악들 사이로 눈에 띄는 곡이 있다.. NO.29! 이 곡은 1분 38초의 짧은 곡이다. 가사도 없다. 단지 종소리 한번 울리는 것이 전부이다.


NO.29는 우리나라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의 소리이다. 즉 신종의 종소리를 앨범에 담은 것이다. 지난번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에서 들었던 그 소리였다.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조용필 님의 콘서트를 보러 서울에 간 김에 국중박에도 들렀었다. 박물관 중 제일 좋았던 공간이 '사유의 방'과 범종 울림을 체험하는 '감각전시실'이었다. 감각전시실 의자에 앉아 종소리를 들으면 의자까지 진한 진동이 느껴졌었다. 그 묵직한 울림과 전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연거푸 들었고 마지막 박물관 나오기 전에도 한번 더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종소리를 방탄의 앨범에서 듣게 되다니 감동이다. 또한 전 세계인이 우리의 아름다운 종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50대 아미는 요즘 이 곡을 틀어놓고 명상을 한다. 아침에 차에서 시동 걸고 잠깐, 점심 먹고 일 시작하기 전에 잠깐, 저녁에 다 씻고 자기 전에 잠깐의 시간을 활용한다. 눈을 감고 종소리에 집중한다. 단 한 번의 종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여운. 두 눈을 감으니 시끄러운 세속을 떠나 조용한 산사와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30초도 눈감고 있기 힘들었다. 이제는 좀 적응이 되었다. 하루 종일 모니터와 씨름하는 눈에게 휴식을 주고 머리의 생각은 비우고, 심호흡도 천천히 해본다. 1분 38초의 명상으로 눈과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정돈됨을 느낀다. 오늘도 NO.29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https://youtu.be/8wZNqBR8MOw?si=D2xIBZFx_u93pC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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