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설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누군가 소설이 좋아지면 나이 든 것이라고 하던데 나이가 들었나 보다.
지난 12월부터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었다. 밤중에 열감으로 잠이 깨면 다시 쉽게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새벽에 휴대폰을 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하였고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잠이 안 오는 새벽엔 건전하게도 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새벽에 읽게 된 첫 소설은 정대건 작가의 <급류>였다. 하루 만에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소설이었다. 급류를 읽고 나자 갑자기 소설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내 인생의 지금 이 순간, 무언가 몰입할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새벽시간 나를 붙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두 번째 읽은 소설은 중국 작가 위화의 <원청>이다. 지인에게 위화의 <인생>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위화의 다른 소설 <원청>을 추천하였고 고맙게도 며칠 뒤 책을 빌려주기까지 하였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왜?라는 물음과 누가?라는 궁금증에 몰입해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다. <원청>의 경우도 과연 아내를 찾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나를 책에 붙잡아 두었다. 한 사람의 온생애를 단지 상상력만으로 그려낼 수 있는 소설가는 우리와 분명 다른 눈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다음 소설은 양귀자의 <모순>이다. 이 소설은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는데 다시 역주행하고 있다고 해서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찾아 읽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었지만 지금 썼다 해도 무방할 문체였다. 책을 다 읽고 나의 경우는 주인공보다 주인공의 엄마와 쌍둥이인 이모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 소설을 읽고 눈물짓기는 오랜만이었다.
네 번째 소설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127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지만 워낙 명성이 있는 책이라 금방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하루에 조금씩 나눠 읽었고 하루에 5페이지씩 필사도 하였다. 이 책은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한 헤밍웨이가 8주 만에 완성한 책이지만 200번의 퇴고를 거듭했다는 바로 그 소설이다. 20대에도 이 소설을 읽어보려 했던 기억이 있다. 삶에 재미난 것이 너무 많았던 젊은 시절이라 그랬는지 나에게 이 책은 도무지 재미가 없어 몇 페이지 읽다 그만둔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이가 들어서 이제 내공이 쌓인 건가 싶었다. 긴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게 될 무언가를 가지고 오랜 시간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라는 것. 인생의 경험치가 쌓였기에 패배하지 않았고 결국은 돌아온 것이고 잠든 노인의 곁을 지키는 소년의 우정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안도하며 책을 덮었다.
다섯 번째 읽은 소설은 무레 요코의 <카모메식당>이다. 이 책은 오래전 영화로 먼저 보았다. 넷플릭스에서 "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보았더니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추천해 주었고 그다음엔 카모메식당을 추천해 줘서 보게 되었다. 사치에라는 여성이 핀란드에서 낯선 일본인으로 자신만의 식당 카모메식당을 열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며 생활해 나가는 이야기로, 잔잔하지만 그 잔잔함이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는 책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 바이러스 카모메식당 2호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작년 첫째 아이가 생일 선물롤 받아 책장에 꽂혀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다시 찾아 읽었다. 갑자기 추리 소설이 재미나서 히가시노의 다른 책 <가공범>도 읽었고 요즘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녹나무의 파수꾼>도 빌려와서 대기 중이다.
새벽시간 잠에서 깨면 소설을 읽는 습관은 주말 낮 시간에도 이어졌다. 요즘은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일주일 동안 읽을 책을 빌려 오는 게 휴일 루틴이 되었다. 오늘은 새로 생긴 어린이영어도서관까지 운동삼아 걸어갔다 왔다. 책은 5권까지 빌릴 수 있지만 2권씩만 빌려온다. 그래서 책을 고르는데 더 신중하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을 빌리게 된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말똥말똥해지는 정신을 책 속에 풍덩 담그면 마음이 편해진다. 소설읽는 시간은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갱년기라는 아이를 잘 받아들이고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잘 써나가보자 나에게 얘기해 본다.
어제까지 나의 완벽한 장례식을 읽었고 오늘부터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있답니다.
다음으로 읽을 소설이 필요합니다.
재미나게 읽은 소설 있으시면 추천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