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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성 Jul 05. 2024

울지 않은 밤

울고 싶은 밤

무엇이 그리 슬펐는지 뭘 그 정도로 울던 밤에는

슬픔은 늘 마르지 않고 솟아오르는 샘이었죠

굳이 마음먹지 않아도 넘쳐흐르는 눈물이

실컷 베개를 적시면 잠에 들 수 있었어요

아침에도 축축한 눈에는 빛이 비치었죠


그게 싫었어요

더는 울고 싶지 않았어요

눅눅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발걸음이 주르륵 흘러내려 늘 주저앉았거든요

혹시 눈을 뜨게 된다면 조금은 달라졌기를 바랐어요


어른은 울고 싶어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어른이 되지 못하려나 정말 많이 걱정했어요

슬퍼할 겨를 없이 바쁘게 나아가고 싶어서

달려가는 손을 꼭 붙잡고 일어났어요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어요


빠르게 달라졌어요

더는 울지 않게 되었어요

건조한 하루 끝에 마른 베개를 베고

눈을 뜨면 비추는 햇빛이 아침을 깨워도

마르길 기다리지 않고 그저 달려 나가면 되었어요


이제는 어른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 찰나

거울 속 눈과 마주쳤을 때 낯선 모습

누구의 것인지 처음 보는 눈동자

이런 모습을 원하지 않았아요

어른도 나도 아니었죠


해가 저물면 그 사람은

잠에 들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오늘도 쉽사리 밤이 오지 않아요

지쳐도 지칠 수 없는 것을 알아요

그 사람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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