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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성 Jun 01. 2023

어느 별에서 왔니

콘택트(Contact, 1997) 리뷰

엄청난 공간의 낭비

우주에는 셀 수 없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별(항성)이 있는데, 우리 은하계에만 1,000억 개가 넘는 별이 있다고 한다. 은하는 다시 우주에만 1,000억 개가 넘게 존재한다. 이것도 최소한의 추정치일 뿐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째, 지구는 별이 아니고 태양이 별이다. 둘째, 이것은 관측 가능한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숫자다.


도대체 태양(항성)이 이렇게 많다면 지구(행성)는 얼마나 많을까. 그 지구들의 달(위성)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합리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이런 숫자를 헤아려본다면 우리말고도 분명 어딘가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 없다고 말하는 게 비합리적일 정도다.


확률적으로 생각해 보자. 과연 이 우주에 우리만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반대로 말해 외계 생명체가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있을 확률보다 없을 확률이 더 낮지 않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다. 엄청난 공간이 엄청나게 낭비되는.


이제 수십억 개만 남았네
엘리 애로웨이 (조디 포스터)

공간이 낭비되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와 닮았을까. 영화에서 보던 'ET'같이 생겼을까. 아니면 그곳의 특성으로 인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다. 어쩌면 이 고민은 쓸데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관이 어찌 되었든 우선은 찾아야 한다. 아니면 그들이 찾아오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우리와의 접촉이 있어야 외관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주인공 '엘리 애로웨이'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이다. 별을 무척이나 사랑하던 소녀는 언젠가 잠에 들기 전 아버지께 '다른 행성에도 사람이 살까요'라고 물어본다. 아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만일 그렇지 않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일 것 같구나'라는 대답을 하셨고, 소녀는 아버지의 말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천체물리학자로 성장해 나간다.


수학과 과학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엘리는 어느덧 박사가 되었고, 그녀는 외계에 어딘가에 있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일명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에 열중한다. 엘리는 전파망원경을 활용하여 먼 우주의 날아오는 각종 신호를 수신하고 분석하는데 그중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전파의 원천이 되는 별과 그 주위를 탐색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우주에는 별이 너무도 많다. 가능성 있는 대상을 아무리 추려도 그 수는 수십 억 개에 이른다. 물론 별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엘리에게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꾸준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관측을 해 나간다. 비록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우리는 별을 무척 사랑한 나머지
이제는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북두칠성

조사해야 할 별만 해도 수십 억 개에 이르고 아직 가능성을 확인하지 못한 온 우주의 별은 더 많다. 분명 우주의 공간은 낭비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별이 많은데도 왜 밤하늘은 캄캄하기만 한 것일까. 밤하늘이 밝아질 정도로 별이 더 많다면 차라리 좋겠다. 조사해야 할 수고는 많아지겠지만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닐 가능성도 높아질 텐데. 하지만 밤은 여전히 캄캄하다.


엘리에겐 관측해야 할 별이 수십 억 개라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세상에는 우주에 우리만 있지 않을 가능성을 모르는 사람은 많고, 엘리만큼이나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었다. 방해꾼들은 계속해서 엘리가 사랑하는 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


'아레시보 관측소'에서 한창 연구 중이던 엘리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엘리의 선배 과학자이자 지도교수인 '데이빗 드럼린(톰 스커릿)'이 'SETI'의 실용성을 들먹이며 프로젝트를 중단시킨 것이다. 그리고 엘리에겐 '생명체가 있지만 자네 평생에 조우할 수 없거나', '거기엔 비활성 기체와 탄소 화합물밖에 없으니 즉, 생명체는 없으니'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지 말고 건설적인 연구를 하라고 말한다. 이에 엘리는 '이건 내 인생'이라며 동료들을 모아 다른 뉴멕시코의 'VLA(Very Large Array)' 관측소로 향한다.

미국 뉴멕시코의 VLA / 출처 : 국립우주전파관측소

'VLA'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갖가지 문제가 엘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선 늘 후원자를 찾아다녀야 했다. 엘리는 직접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프로젝트의 후원을 구하려 노력하지만 계속해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찾아간 '해든 인더스트리'에서 극적으로 지원 약속을 받아냈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VLA에서 연구를 하던 엘리는 팀원에게 드럼린이 또다시 연구를 중단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듣는다. 이에 동료들까지도 이제는 포기하자고 할 정도로 엘리가 평생을 바쳐 온 연구를 그만두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결국 이 세상은 '실용성''경제성'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것인가. 별에 대한 엘리의 사랑과 그곳에 놓인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의 승리가 목전에 놓인 순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엘리는 특이한 신호를 수신한다. 신호의 원천은 25광년 떨어진 '베가(직녀성)'. 엘리와 동료들은 곧바로 신호를 해독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신호는 소수(prime number : 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자연수)의 나열이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신호였다. '우주에서 통하는 언어는 수학'이라는 말처럼 소수를 아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엘리의 별에 대한 사랑과 거기에 있는 가능성이 빛을 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엘리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가.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도 있는 순간이다. 두려운 것은 드럼린과 같은 방해꾼이 아니다. 그들은 별을 해칠 수 없다. 캄캄한 밤도 두려운 것이 아니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빛난다. 정말 두려운 것은 언젠가 내가 별을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충실하게 별을 보리라'.


어려운 건 산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엘리의 부친 (데이비드 모스)

충실하게 별을 보기로 마음먹은 엘리였지만 그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방해꾼은 드럼린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엘리를 방해한다. 누군가는 엘리의 공을 가로채고, 누군가는 안보 문제를 들먹이며 엘리를 쏘아붙인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며 신호를 부정하려 한다.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마저 엘리를 가로막는다.


엘리의 발견으로 온 세상이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알게 되지만 이로 인해 엘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엘리는 신호를 수신한 즉시 다른 천문대의 협조를 구하려 세계 각지의 천문대에 신호의 수신여부를 알렸고 바로 다음 날 전 세계의 이목이 VLA에 쏠린다. 곧 드럼린과 대통령 국가안보 보좌관 '마이클 키츠(제임스 우즈)'가 VLA로 찾아오고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베가성에서 온 신호에는 소수뿐 아니라 비디오 신호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해독한 영상은 1936년 나치 독일 '아돌프 히틀러'의 베를린 올림픽 개막 선언이었다. 당시 개막식이 지구 최초로 태양계 밖으로 나갈 정도의 강한 전파출력의 방송이었고, 베가의 외계인들은 이것을 자신들도 받았다는 증거로 다시 지구로 송신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합성출연)의 공식 기자 회견으로 인정되고 전 세계는 엄청난 혼란에 빠진다.


혼란의 여파는 엘리에게도 닥쳐온다. 엘리를 방해하던 드럼린은 자신이 발견의 주축인 양 행동하기 시작한다. 키츠는 연구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신호의 수신 사실을 왜 다른 나라에 알렸냐'며 엘리를 쏘아붙인다. 더구나 VLA 주위에 곧 인산인해를 이루고 각종 소음과 잡음은 관측을 방해하고 누군가는 종교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이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소리친다. 바로 이때 엘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하지만 빛에는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었다.

팔머 조스 (매큐 매커너히)와 앨리

처음 보는 이성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해주셨던 소중한 말을 똑같이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팔머 조스'는 엘리에게 그런 존재다. 언젠가 엘리가 아레시보 천문대에 있을 때 신학자 팔머 조스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서로에게 끌린 둘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대화를 나누다 이내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드럼린으로 인해 연구가 중단되고 엘리가 뉴멕시코로 떠나게 되며 둘은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그랬던 둘은 조스가 대통령 직속 종교 자문으로 일하다 이번 발견을 계기로 열린 대통령 주관 회의에 참석하며 재회하게 된다. 다시 만난 둘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지만 곧 중대한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베가에서 보내온 신호에는 행성 간 이동을 위한 1인승 기계의 설계도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기계에 탑승하기 위한 후보를 가리기 위한 심사가 시작된다. 문제는 엘리와 조스는 각각 후보와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협력해 기계를 만드는 동시에 우주인 후보는 미국인으로 정해지고 엘리를 포함한 여러 후보들이 물망에 오른다. 그러던 중 가장 선발이 유력했던 후보가 가족을 두고 가고 싶지는 않다고 후보자격을 포기하며 최종 후보로 엘리와 드럼린이 남게 된다. 그리고 이내 최종면접에서 베가로 갈 사람은 드럼린으로 결정되는데, 조스의 질문에 엘리가 '신을 믿지 않는다'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였다. 조스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사실 엘리를 베가로 보냈다가 잃어버리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후보가 드럼린으로 결정이 되며 발사를 앞두고 최종 테스트가 진행된 날 엘리는 다시 한번 절망에 빠진다. VLA의 주변과 연회장에서 엘리와 몇 번 눈이 마주쳤던 한 광신도의 자살 폭탄 테러로 기계는 산산조각이 났고 드럼린도 세상을 떠나고 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전에 엘리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던 해든이 기계를 한 대 더 만들어 두었었고 엘리에게 연락을 취해 아직도 가고 싶냐고 물어본다. 엘리는 이에 응하고 기계가 설치된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베가 행성의 설계도를 따라 만든 기계 / 출처 : Roger Ebert

테러 사건을 거울삼아 삼엄한 보안 속에서 엘리는 우주선에 탑승을 앞두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조스가 엘리를 찾아오고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전에 자기가 했던 질문은 사실 엘리를 보냈다가 잃어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정말로 사랑한다면 엘리가 원하는 데로 보내주는 것이 자기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엘리에게 처음 만났을 때 건네주었던 나침반을 손에 쥐어준다.


가장 어려웠던 것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산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려웠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마저 어려웠지만 끝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법이었다. 이는 이성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의미 없는 잡음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말속에서 엘리와 조스는 서로 통하는 메시지를 발견했고 이는 곧 사랑이었다. 이것은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면서 결국엔 원하는 데로 보내주는 것. 마침내 때는 다가오고 그렇게 엘리는 베가로 향하게 된다.


* 엘리가 베가에 무사히 도착해서 외계인을 만났는지는 영화를 통해서 확인하도록 하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장 1절-
미켈란젤로 '아담의 창조(1512)'

14살 때였다. UFO 관련 미스터리를 보고 외계인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이것은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성경과는 상충되는 믿음이었다. 왜냐하면 성경에는 외계인이 있다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기대하고 교회 어른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리 썩 좋지 않은 감정이 실린 말이었다. 다른 종교는 모르겠지만 내가 믿는 종교는 외계인을 부정하고 있었다.


과학은 어떠한가. 눈부신 발견으로 성경에는 없는 여러 가지를 정의하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신을 부정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내고 있다. 아마 외계인의 존재가 가장 강력한 증거가 아닐까 싶으며, 높은 확률도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발견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페르미 역설'과 같은 여러 가지 가설과 이유가 있지만 명쾌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자가용 위에서 전파를 듣고 있는 엘리. 현실의 엘리들도 이런 모습일까.

우리는 어떠한가. 신의 존재도 외계인의 존재도 언젠가 한 번쯤 고민해 볼만한 문제라고 생각은 하지만 여기에 충실하지는 않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으며, 또 굳이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어딘가 현실 세계의 '엘리'와 조스들'이 알아서 잘 찾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나는 신과 외계인의 존재 둘 다를 믿는다. 신은 마음으로 외계인은 머리로. 외계인이 우리와 같은 신을 믿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 생각은 신의 존재에 회의적인 칼 세이건이 쓴 소설원작의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더욱 확고해졌다. 그와 동시에 신과 외계인과 여기에 대한 여러 생각과 많은 입장과 이야깃거리가 떠올랐으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것들은 핵심이 아니었다. 내가 느낀 영화의 메시지는 신을 믿는 종교도 신을 부정하는 과학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 지구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한 말은 '우주 영화인척 하는 사랑 영화'다. 그 사랑은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류애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원작 소설 작가이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사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 잘 적혀 있다.


여기서 창백한 푸른 점은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를 설명한 말이다. 위의 사진은 언젠가 보이저 1호가 뒤를 돌아 촬영한 사진으로 그 안의 지구의 모습은 과연 창백한 푸른 점과 같다. 모니터의 한 픽셀에 담길 만큼 작은 존재로 우주가 커다란 방이라면 그 구석의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다. 이것은 과학이 발견한 진리 중의 하나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일깨워 주면서도, 그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는 (외계인의 유무를 떠나) 유일한 존재기에 서로 아끼고 보듬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말을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성경이다. 성경에 적힌 모든 것이 진리라면 그중에서도 제일인 진리 중의 진리는 사랑이다. 아무리 신령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경박한 존재일 뿐이고, 신에 대한 믿음보다도 위에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우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가여운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과학도, 사람은 신이 만든 존재이자 그 존재를 위해 신이 죽었다 부활하실 정도로 우리가 특별한 존재라고 말하는 성경도 결국에는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과학적인 위대한 발견과 종교적인 신에 대한 믿음보다도 위에 있는 것은 사랑이었다.

I, for one, believe her

어릴 적부터 가졌던 신앙과 우주 영화인척 하는 사랑 영화를 보고 남은 최종적인 의문은 두 가지로 첫째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이며, 둘째는 '그 대상은 누구인가'다. 여기에 대해서 최대한 영화에서의 접근으로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지극히 종교적인 결론이 나왔다. 첫째는 사랑은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과 둘째는 그 대상은 나를 포함한 '모든 죽어가는 것'이다. 한 때는 신마저 죽어가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랑장'이라고 불리는 신약의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정의한 사랑의 처음과 마지막 정의는 오래 참는 것과 견디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좋은 면뿐만 아니라 사랑할 수 없는 점까지 감내하는 것이다. 때로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마저 사랑해야 하는 그런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것이 사랑이라면 단순히 사랑한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사랑하려 노력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말 아닐까.


물론 언제나 노력할 수는 없다. 때로는 갖가지 이유로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많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많다. 하지만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가장 어렵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산 사람뿐이라는 것을. 시인의 말을 빌린다면 그 대상은 '모든 죽어가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유한한 존재들이 사랑할 수 있을 때는 살아있을 때뿐이다.


인간은 별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이 정확히 무거운 원소를 만들던 별의 죽음으로 인해 생긴 원소들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지구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구성하는 성분은 저마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것이 사랑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엘리의 대답
1분과학 -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꼭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DF1CB4x_XGQ&t=328s



*영화의 남주 '팔머 조스'는 먼 훗날 '인터스텔라'의 우주선 조종사 '조셉 쿠퍼'가 된다.

**원작 소설과 영화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등장인물, 탐사 인원, 결말까지도. 관심이 있다면 영화를 본 뒤에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북두칠성을 자세히 보면 사실 7개가 아니다! 위에 직접 찍은 북두칠성 사진에도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칠성인 이유가 있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아이스크림 이름은 참 잘 지은 것 같다. 작명 비하인드와 아이스크림 이름 때문에 생기는 일도 재밌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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