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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Sep 11. 2019

단연코, 단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평_<Growth IQ>_티파니보바

어떻게 계속 늘어나는 고객의 기대를 앞질러 충족할 수 있을까? 단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방법을 결합해야 한다.
-Jeff Bezos-



이미지 출처: http://www.thisisgame.com/webzine/nboard/4/?page=647&n=6352

    초등학생 시절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달려가던 곳이 있었다. 바로 동네 문방구. 그 시절 문방구 앞에는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쪼그려 앉아서 하는 게임기가 있었다.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게임은 '철권', '킹 오브 파이터'라는 격투기 게임이었다.


   그곳에서는 나름 대결의 룰 같은 것이 있었다. 게임기가 2인용이기 때문에 1:1로 대결을 치르게 되는데, 챔피언에 대응하는 도전자들은 오락기 위에 100원짜리 동전을 올려놓고 본인의 대결 순번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게임에서 진 도전자는 다음 순번의 도전자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자존심을 건 남자들의 결투였고, 성전이었다. 그곳에서는 희망과 꿈, 도전과 좌절, 성공과 실패, 시기와 질투, 배신과 음모,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희로애락의 장소였다. 지금 돌이켜보니 씁쓸하고 달콤한 인생에 대해 8할은 그곳에서 배웠다.


    그 시절의 권력자 계급은 바지가 한쪽으로 살짝 내려갈 정도로 두둑한 주머니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소위 말해 자본가들. 그들은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타나 끊임없이 도전을 했다. 심지어 그들은 선심을 베풀듯 친구들에게 동전을 빌려주는 대부업도 행했다. 하지만 피라미드 계급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포식자는 그들이 아니었다.


   단 돈 100원만 넣고 수십 명의 도전자들을 물리치는 챔피언이 최고 권력자였다. 나는 그때부터 게임에는 젬병이었는지라, 줄을 서서 나의 순번을 기다리는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대기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자연히 챔피언의 성공법칙을 캐내기 위해 열심히 그들의 손과 게임 화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들의 승리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조이스틱과 버튼을 무작위로 누르던 나와는 분명 달랐다.


1) 첫째, 일정한 패턴으로 조이스틱의 방향을 조작하고 버튼을 특정 순서대로 누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예를 들면 ↙↓↘+A버튼+B버튼을 누르면 상대방 캐릭터를 무력화시키는 궁극기 스킬이 발동되었다. 그 조작 방식에는 '순서'가 있었고 '결합'이 있었다.


2) 둘째, 상대방 캐릭터가 어떤 속성이냐에 따라서 그들이 구사하는 스킬과 전략들은 제각기 달랐다. 혹은 상대방 캐릭터와 자신의 캐릭터의 HP 수준에 따라서도 달랐다. 혹은 상대방이 어떤 스킬을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그들의 전략은 달랐다. 즉, 게임의 '맥락'에 따라서 다른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3) 셋째, 공격과 방어의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마치 1초 단위로 쪼개서 플레이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현란한 손놀림과 판도의 흐름을 읽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타이밍'을 재면서 움직였다.



 

   그렇다. 오늘 이야기할 명저 Tiffani Bova<Growth IQ>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기업의 10가지 성장경로, 즉 성공적인 기업전략의 핵심은 각각의 경로들의 '결합', '순서', '맥락', '타이밍'이다. 이 책을 지은 저자 Tiffani Bova는 가트너에서 애널리스트이자 연구원으로 10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현재는 세일즈포스에서 근무 중이다. 그녀의 이력 특성상 수많은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깨우친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비밀들을 이 책에 모두 녹여놓았다.


올해 8월에 간 뉴욕 여행 숙소에서 바라본  <Growth IQ>의 저자 Tiffani Bova가 근무하는 Sales Force 빌딩

 

   Tiffani bova의 <Growth IQ>에서 말하는 '10가지 성장경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1. 고객경험: 추가 구매와 지지를 부추긴다.
2. 고객층 침투: 기존 고객에게 기존 제품의 판매량을 늘린다.
3. 시장 가속화: 기존 제품으로 새 시장에 진입한다.
4. 제품 확장: 신제품을 기존 시장에 판매한다.
5. 고객/제품 다각화: 신제품을 새 고객에게 판매한다.
6. 판매 최적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 노력을 능률적으로 기울인다.
7. 고객 이탈 최소화: 고객 유지율을 높인다.
8. 제휴 관계: 제 3자 동맹, 채널, 생태계를 활용한다.
9. 협조적 경쟁: 시장이나 업계 경쟁사와 협력한다.
10. 비인습적 전략: 현재 사고를 파괴한다.

<Growth IQ>_Tiffani Bova_Andromedian -p17-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은 책의 구성이다. 성공을 위한 성장경로 10가지를 개념화하여 전체적으로 설명하고, 각각의 경로에 대한 수많은 기업들의 케이스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각 경로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가 끝나면 총정리를 하는 세션이 중간중간 끼어들어가 있다. 레드불, 아마존, 쉑쉑버거, 맥도날드, 넷플릭스, 애플 등 친숙한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케이스를 광범위하면서도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래서 독자들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굉장히 친절한 책이다. 무엇보다 리마커블 한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메시지에 대한 근거가 단순 뇌피셜에 근거한 추정이 아닌 기업 통계분석자료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굉장히 밀도 있는 책이다. 이처럼 깔끔한 구성과 논리적 전개 방식은 한 편으로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 책이 완벽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 책이 명저인 진짜 이유는 저자의 메시지 기저에 깔린 사상과 철학에 있다. 티파니 보바는 10가지 성장경로들을 설명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성공과 성장을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특수성과 보편성의 양극단에서 적절한 균형을 일관성 있게 취한다. 그리고 그러한 긴장상태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로 다시 수렴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저자의 사상과 철학을 베이스로 완벽한 논리적 구성이 완성된다. 그것이 이 책을 명저의 반열에 올려놓는 Killing Point이다.


성공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기업이 선택한 성장 전략이 아니라 전략을 배치하는 맥락과 계획의 결합과 순서다.

<Growth IQ>_Tiffani Bova_Andromedian - P16-
달리 표현하면 문맥, 결합, 순서가 중요하고 여기에 타이밍이 추가된다.

<Growth IQ>_Tiffani Bova_Andromedian -p376-

 

   저자는 각각의 기업이 처해있는 시장환경의 변화와 맥락을 고려하고, 상황에 맞는 성장경로들을 결합하는 순서가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를 집행하는 타이밍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저자의 통찰은 굉장히 날카롭고 현실적이다. 자영업을 하는 사업가이거나 기업체에 속해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만약 10가지 성장경로가 그 자체로 성공을 위한 유일하고 절대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면, 이 책을 명저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면, 신입사원도 현장의 베테랑인 과장의 안목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내용들을 반복숙달하여 완벽하게 이해하면, 회사 전체의 시스템을 파악하는 부장의 안목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적용해서 창의적인 전략을 구상해서 실천하여 성과를 창출하기까지 한다면, 앞으로 조직이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임원의 안목을 가질 수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오락기 앞에서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을 씹어먹듯이 공부하고 체화해서 현업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광스러운 챔피언의 자리에 우뚝 서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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