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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Sep 13. 2019

왜 태어났니?

서평_<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 버지스 (Feat.미션/사명/비젼)

 

    장난기 가득했던 코흘리개 어린 시절, 우리들은 친구의 생일이면 다 같이 모여 박수를 치며 늘 이 노래를 불렀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생일 축하 노래 멜로디에 개사를 해서 부른 노래였다.


    거의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이 잘 안나는 친구들의 노랫말이 여전히 귀를 때린다. 그때는 서로를 놀리기 위해 다소 짓궂은 장난으로 부르던 노래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렸을 적 우리는 참 철학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체 왜 태어났을까?',  조금 더 정제된 언어로 바꿔 표현하면 '왜 살아가는가?',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이 철학적 논제는 그 당시에는 몰랐던 개념인 미션/사명(Mission) 혹은 비전(Vision)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미션/사명(Mission), 비전(Vision)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에 대해서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책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_피터 드러커, 프랜시스 헤셀바인, 조안 스나이더 컬_다산북스_p17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_피터 드러커, 프랜시스 헤셀바인, 조안 스나이더 컬_다산북스_p25


    깔끔하면서도 구체화된 정리이다.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처럼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삶에 대한 이유와 목적을 찾고 싶어 한다. 일상적인 삶에 특수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면 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꿈'이라고 표현하건, '미션/사명'이라고 표현하건, '비젼'이라고 표현하건 "왜 사는가?"에 대한 탐구심과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지금 당장 명확하지 않더라도 좋다. 삶의 이유에 대한 탐구의식과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부여는 삶에 있어 빈번히 등장하는 힘든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연료가 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He who has a why to live, can bear with almost any how)

- 니체 -


    그들은 답을 지금 당장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이를 기어코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내고자 적극적으로 세상에 노출된다. 이러한 '노력'과 '적극성'이라는 삶의 태도는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무력감'을 이겨내고 '자기 효능감'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여정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다.



    스테파니 버지스 작가가 저술한 <초콜릿 하트 드래곤>이라는 책은 위에서 어렵게 설명한 내용들을 Story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갈래를 나누자면 '판타지+성장 드라마'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을 단순히 타임 킬링용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일단 이 소설은 2017년 시빌 어워드 장르소설 분야 수상작이며 출간 직후 아마존 6월 이달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대중성을 갖춘 소설이다. 소설이라 함은 인물/사건/배경의 3요소를 잘 버무려서 어떠한 Message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갈래이다. 갈래 자체가 빗대어 표현하는 문학 장치인 '비유'에 가깝다는 것을 기억하자. 따라서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사건/배경의 요소들의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Message가 보일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벤추린이라는 어린 드래곤이다. 여기서 어리다는 표현은 생물학적으로 미성숙하다는 표현을 넘어서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유를 아직 찾지 못한 단계를 의미한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라 멋지게 포효할 수 있는 성체의 드래곤이 되기 위해서는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벤추린은 아직 자신의 '사명/미션', '비젼'을 찾지 못한 어린 드래곤이었다. 어벤추린은 자신도 다른 가족들처럼 성체의 드래곤임을 증명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조언을 무시하고 홀로 영역 밖으로 나갔다가 초콜릿 마법사의 마법에 걸려서 인간 소녀의 몸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의 모험과 성장을 다룬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앞서 말했던 '존재이유', '미션/사명', '비전'을 찾아가는 것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명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시련과 고난으로부터 비롯되는 무력감을 이겨내고 자기 효능감을 가지게 하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어벤추린은 처음부터 '존재이유', '미션/사명'을 분명하게 가졌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벤추린은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적극적으로 세상과 부딪히는 치열한 노력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원동력은 무엇에 있었을까?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나는 드래곤이다." 어벤추린은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바뀌고 나서도, 힘든 시련 속에서도 항상 이 말을 독백했다.

"드래곤은 포기하지 않는 법!"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79 -

"비늘이 있든 없든 나는 엄연히 드래곤이다."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139 -

"지금도 나는 본질적으로 드래곤이다."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253 -

"드래곤은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206 -


바로 '자기 효능감'이다. '자기 효능감'은 곧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서 '자존감'을 형성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존감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사명을 찾아 반드시 이룰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이러한 믿음은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게 만드는 '삶의 태도'로 완성된다.


"무엇이든 완벽한 수준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고 정진해야 한다."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126 -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건 변명조차 안돼! 망한다면 뭐 어때? 그럼 다시 시작하면 되지."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236 -

"다시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영원히 안전한 곳에 숨어만 있을래? 아니면 이미 쉬어버린 네 삶의 한 부분은 내다 버리고, 새 반죽을 만들어서 그걸로 최대한 훌륭한 결과물을 끌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워 볼래?"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239 -


결국 본인의 사명을 찾아서 이를 달성해나가는 어벤추린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게 제 사명이에요."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112 -

"드디어 내 사명을 찾았다고요!"  - <초콜릿 하트 드래곤>_스테파니버지스_Veritas_p 311 -


    모든 책이 그렇지만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는 작가가 혼자 만들어내는 작품이 아니다. 독자들이 그 의미를 발견해내고 자신의 삶과 현실에 빗대어보고 둘 간의 간격을 채워나가면서 완성되는 작품이다. 이 책의 가치는 결국 독자들로부터 만들어질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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