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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Sep 16. 2019

서평, 어떻게 써야 하는가?

<서평 쓰는 법-독서의 완성>_이원석_유유출판

[Getting Done: 독서의 끝은 무엇인가?]


    시작이 있으면 무릇 끝이 있어야 한다. 끝을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는 반면 차라리 시작을 안하는게 나았을 법한 경우도 생긴다. 시작(Getiing started)보다 중요한 것은 끝내는 것(Getting done)에 있다.


 

   독서의 시작은 간단하다.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의 끝은 무엇인가? 적어도 성장하고 변화하기 위한 독서라면 읽은 내용을 해석하여 삶에 적용, 실천하는 것이 독서의 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독서를 할 수 있는가?'로 논의의 방향을 좁힐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서평쓰는 법-독서의 완성>의 저자 이원석은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서평을 쓰는 것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서평이야말로 독서의 심화이고, 나아가 독서의 완성입니다. 좋은 책과 어려운 책을 만날 때마다 서평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책을 온전히 누리고, 어려운 책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서평을 쓰는 가운데 책에 대한 이해를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책을 읽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중략) 책에서 얻은 것을 나누려고 할 때에도 역시 서평부터 준비합니다. 이때의 서평은, 말하자면 독서모임을 위한 대본인 셈입니다. (중략) 서평이야말로 제 독서의 결산인 셈입니다. 서평으로 독서가 일단락 되는 것이지요. (p10)

독서는 그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책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해석은 계속됩니다. (중략) 해석은 언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말과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독서는 완결됩니다. 읽은 것을 가지고 남에게 말하고, 읽은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매우 합당하고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p43)


[서평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서평은 무엇인가? 어떤 대상의 정의를 쉽고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 단어의 어원을 살펴는 것. 둘째, 다른 대상과의 차이를 대조하고 비교하여 구별해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서평'에 대해서 알아보자.


    서평 (book review, 書評)의 어원은 '글 서'에 '평할 평'이다. 단어 그대로 볼때 서평의 대상은 책이요, 방법은 비평인 것이다. 책을 비평하는 것은 곧 그 책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더 나아가 책의 가치를 평가함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책의 가치를 평가함으로써, 잠재적 예비독자(서평의 독자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가 책을 읽는 것이 이로울지, 읽지 않는 것이 나을지를 판단지어 주는 것이 서평이다. 타인에게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서평은 큰 틀에서 설득의 글쓰기이다.



    저자인 이원석은 서평을 독후감과 비교함으로써, 아래와 같이 3가지의 차이점이 있음을 밝힌다. 이를 통해 서평의 정의를 보다 날카롭게 조명한다.   


1) 우선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이다: 독후감은 감상을 담는 정서적 반응인 반면, 서평은 사유를 담는 논리적 반응인 것이다.

2) 독후감이 내향적이라면 서평은 외향적이다: 서평은 독백에 가까운 독후감과 달리 서평의 독자이자 그 책의 예비 독자에게 나아가는 대화이다.

3) 독후감이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이다: 서평은 설득이 목적이다. 서평자의 해석과 평가를 독자에게 전달해서 독자가 그 책을 집어 들거나, 그 책을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서평은 타인을 중심으로 작성되는 것이고, 서평을 쓴 사람이 의도한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므로 관계적이다.


    정리하자면 서평은 독자에게 의도된 행동을 유발시키기 위한 촉발제이며, 설득의 글쓰기라는 점에서 독후감과 구별된다.

독후감이 보여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까요. (p37)

좋은 서평은 잠재적인 독자가 선택하게 만들고, 움직이게 합니다. (p57)

서평은 책과 잠재 독자 사이를 연결하거나 반대로 단절하는 것을 의도합니다. 서평은 무엇보다도 잠재 독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입니다. (p51)


[서평의 효용]


    그렇다면 서평을 쓰는 것은 누구에게, 어떤 효용이 있는가? 읽는 것도 버거운데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써야하는 것인가? 저자인 이원석은 다음과 같이 명백하게 정리하여 논하지는 않았으나, 맥락을 고려하여 재구성하자면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개인적 효용이다. 서평을 씀으로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은 서평가 자신이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능동적 학습, 인출식/아웃풋식 학습에 해당된다.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 고영성 작가는 정보를 습득하고 난 직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는데, 망각을 저지하고 뇌과학적으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식은 아웃풋식 학습이라고 말한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 인풋식 정보습득이다. 결국 다음페이지로 넘어감과 동시에 망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호흡이 길거나 난해한 책의 경우 다 읽고 나서도 '대체 무엇을 읽었는지' 당췌 기억이 안나 황당한 경우가 있다. 결국 단기기억을 장기기억화 시키기에 가장 좋은 독서법은 서평을 쓰거나 타인에게 읽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습득한 정보를 조합하여 언어화하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평을 쓰면 책의 내용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읽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중요한 것들이나 통찰을 얻어내는 경우도 빈번하다. 무엇보다 읽은 내용을 장기기억에 저장할 수 있으니 서평의 최고 수혜자는 서평자 자신인 것이다.


    둘째, 사회적 효용이다. 서평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행동이다. 따라서 완성된 서평은 대중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요즘은 개인 블로그, 브런치,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나의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키기에 용이해졌다. 이렇게 글을 써서 다양한 채널에 노출시키면 토론의 장이 열린다. 나의 글을 대중들이 댓글로 평가하거나 피드백해준다. 이를 통해 반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거나 논리적 담론을 통해 나의 견해가 옳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채널에서는 '공유하기' 기능이 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바이럴이 매우 쉽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좋은 서평을 읽고 쓰면서, 좋은 영향력이 확산되면 나의 수준도 올라가고 사회의 교양수준도 올라가는 것이다.

서평의 증가는 곧 건강한 공론장의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우리가 좀 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데 보탬이 되겠지요. (p170)

서평쓰기는 단순한 개인적 도락을 넘어서서 강력한 정치적 행위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이 좋은 책을 읽고 멋진 서평을 쓰는 것은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는 교양 혁명의 첫 걸음입니다. (p170)

우리의 서평이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도 건강해질 겁니다. 우리가 쓰는 오늘의 서평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 (p171)

누군가 이렇게 논리적으로 서평을 쓰고, 다른 누군가가 그 서평을 통해서 그 책을 읽는 눈이 열리면 모두가 더 나은 자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p37)

[서평의 구성: 요약 & 평가]


    구체적으로 서평은 무엇을 쓰는 것인가? 저자는 서평의 핵심은 요약과 평가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약없는 서평은 맹목적이고, 평가 없는 서평은 공허하다. 따라서 책의 각 장마다 이야기하는 핵심 메시지를 간파하고 그것들을 모아 전체적으로 큰 틀의 주제를 요약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요약이 잘못되면 자연히 평가도 틀어지게 되어 있다. 잘못된 요약에서 올바른 평가가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렇게 요약을 완성하면 평가를 해야한다. 평가를 한다는 것은 달리말해 비교를 한다는 것이다. 비교를 위해서는 기준을 세워야 하며 사회적 맥락과 다른 책들, 지식체계와의 연결망을 고려하여 그 책이 위치해야할 곳에 적절히 자기매김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말로 평가는 곧 맥락과 연결짓는 것을 뜻한다. 정리하자면 서평은 요약과 평가로 이루어지는 글쓰기이다.


[잘 쓰기 위해 잘 읽는다는 것]


    서평을 잘 쓰는 비결은 무엇일까? 잘 읽어야 한다. 잘 읽는다는 것은 '정독'을 의미한다. 저자는 서평가라면 한 번을 읽더라도 제대로 세밀하게 읽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재독을 여러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메모하며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다보면 사유의 편린이 발생하는데, 이는 빠르게 휘발되므로 떠오르는 즉시 적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메모를 해야 하는 대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는 문장

발췌한 문장이 촉발한 나의 사유


사실 쉽게 말하자면, 책을 정독하면서 메모한 위 두 가지 사항들을 논리적으로 배열하는 것이 서평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하나씩 본문이나 각주에 표기하고 특정한 부분에 밑줄을 긋다보면 메모가 쌓이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읽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서평을 위한 독서는 정독이 기본입니다. 특히 마음에 와 닿거나 불편하게 다가온 본문을 옮겨 적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이렇게 발췌하고 평가하는 글이 축적되면, 그게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계속 발췌하고 해석하는 가운데 일관된 형상이 잡힙니다. (p152)


[How보다 중요한 What, Who, Why]


    이 책의 제목은 <서평 쓰는 법>이다. 하지만 서평을 쓰는 방법(How) 보다는 서평은 무엇이며(What), 누가 써야하고(Who), 왜 써야하는지(Why)에 대해 다룬다. 방법론이라기 보다는 필요성과 효용성을 서술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How 보다 Why, What, Who에 힘을 실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서평은 공장처럼 같은 형식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애초에 서평이 추구하는 이상향은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고 토론을 통해 발전하는 민주주의적 다원화에 있다고 본다. 다양한 토론과 설득, 공방이 다채롭게 이루어지려면 서평가들의 서평에는 각자의 개성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 그리고 설령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이를 깨우치는 것은 수많은 습작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고리타분한 형식과 공식이 오히려 본질을 가리고 지속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작은 어렵다. 하지만 배워서 나도 받고 남도 주기 위해서는 무조건 써내야만 한다. 우리 모두 지금 당장 서평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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