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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Nov 14. 2019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타인의 영향력'

서평_<타인의 영향력>_마이클본드_어크로스

한줄평

집단 속에서 개인은 얼마나 약해지는가? 또, 집단 속에서 개인은 얼마나 강해지는가? 사회심리학 연구들의 집합체이자 정수!


핵심문장

집단 정체성이 자기 정체성에 앞서고 협력이 자율성에 앞선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 <타인의 영향력>, 마이클 본드, p327-


서평


사회적 동물: 우리는 '나' 이기 전에 '누군가'의 '~'이다.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한 가지 명제가 있다. 우리는 절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 한 번도 특정 집단에 속해있지 않았던 적이 없다. 굵직하게 나눠보자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회사 등 항상 어떤 집단 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는 당장 누군가의 아들, 딸이자, 남편이나 아내의 동반자이고, 옆 집의 이웃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존재는 사실상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정의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철저히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사회성', '사회적 동물'이라는 표현은 너무도 많이 들어온 표현이라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기회는 드물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너무 단순하고 당연해서 그저 진부한 표현 정도로만 생각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는 타인이 우리 (혹은 집단이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완벽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남에게 조종당한다.

-<타인의 영향력>, 마이클 본드, p10-


우리는 일상에서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끌어낸 감정을 느끼고, 우리가 믿는 대로 (또한 믿지 않는 대로) 선택한다고 여긴다. 대부분 착각이다.

-<타인의 영향력>, 마이클 본드, p27-


    책 <타인의 영향력>의 부제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나에게 스며드는가'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제목에 모두 담겨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타인과 나, 집단과 개인의 역학관계가 어떤 사회과학적 연관성을 가지고 형성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다. 책을 읽다 보면 "이게 정말이라고?", "에이 설마! 진짜로?"라는 생각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툭툭 걸린다.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종의 민낯을 사회심리학이라는 도구로 낱낱이 해부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이 명저인 2가지 이유: 과학적 근거 + 작가의 필력


    저자 마이클 본드는 영국 왕립학회 수석 연구원을 지냈으며, 저명한 저널리스트다. 저자의 이력만 살펴보더라도 이 책의 강점 2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과학적 / 학문적 배경과 근거가 철두철미하다.

한 문장의 주장을 하더라도, 특정 개념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결코 대충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법이 없다. 저자는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사회과학적 실험 근거를 몇 개씩이나 덧붙여서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에는 최근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밝혀낸 여러 가지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굉장히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인용, 주석을 정리한 페이지만 해도 거의 50~60 페이지에 달한다. 그러니 이 책 한권만 제대로 읽어도 최소 논문 50개 이상을 흡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는 필체가 이 책의 큰 강점이다.

앞서 말했듯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연구가 사례로 제시된다. 매우 복잡하게 설계되고 행해졌을 연구들을 비전공자 문외한 사람들이 보아도 하나도 어렵지 않게 잘 정리했다. 각 연구의 배경, 시사점, 의미하는 바, 한계점 등을 쉽게 정리했다. 그리고 그 사례들을 저자가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들과 착 달라붙게 결부시킨다. 마이클 본드는 직업이 저널리스트다. 그러니 필력과 문체는 이미 검증된 작가다.


이 책의 구성: 옴니버스식 사회심리학


    총 8장으로 구성된 <타인의 영향력>은 먼저 군중심리가 어떻게 발현되고, 우리가 무의식 중에 타인을 행동과 인식을 모방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그다음 집단에 동조하는 현상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연대의식과 응집력이 발휘하는 긍정적 결과들을 알려준다. 반면 집단의 동조 의식이 광기의 사회적 맥락과 결합하면 개인과 사회가 어떤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설명한다. 평범한 사람도 특정 상황에서는 악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 부분은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섭다. 뿐만 아니라, 반대급부로 그런 상황 속에서도 소수의 영웅이 탄생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힌다. 마지막으로는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고,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서 조망한다.


    책에서는 '개인과 사회', '자아와 타자의 관계'라는 대주제를 다양한 소주제로 쪼개서 옴니버스식으로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책을 읽다 보면 각 소주제들의 상호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에필로그 부분에서 저자는 자신의 집필 의도를 다시 한번 밝히고, 각각의 소주제들을 통해 결국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이 부분에서 각각의 파편으로 쪼개져있던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점으로 수렴한다. 그때 느낄 수 있는 쾌감과 통찰은 굉장히 짜릿하고 유익하니 <타인의 영향력>은 가히 명저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핵심 주제: 집단 속에서 개인이 이성과 합리성을 지켜내는 방법


    저자가 결국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1. 타인은 우리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한다.

2. 타인은 우리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완전히 모순적이다. 그만큼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다. 또한 모든 사회과학적 현상들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순적인 메시지 사이에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우리는 타인과 집단이 만든 거대한 파도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휘청거린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인생이라는 바다를 함께 헤엄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이들로부터 단절되면 우리는 약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타인과의 네트워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집단에 속할 수밖에 없고 속해야만 한다.


    다만 우리는 개인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평균적인 패턴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집단에 속했을 때 개인이 맞이하게 되는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높일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을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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