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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Dec 02. 2019

우리가 서로를 죽일듯이 싸우는 진짜 이유

서평_<바른마음>_조너선 하이트_웅진 지식하우스

9 뉴스에 매일 등장하는 이것


9시 뉴스를 틀어보면 90% 이상이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에 대한 내용이다. "무엇이 우리가 집단을 이루게끔 만드는가?" 그리고 "각 집단들은 무엇 때문에 서로 싸우는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서로 싸우는 역사는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현 인류의 출발 단계인 초창기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잘 나타나 있다. <사피엔스>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종이라는 집단이 어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어떻게 지구 상에서 살아남았고,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로 진화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망한다.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지만 결국 앞서 던진 질문의 해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인류(사피엔스)는 협업을 통해 생존하는 사회적 종이다'라는 것이다.


<사피엔스> 읽고 가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바른 마음> 읽어보라

이미지 출처: yes24

이렇듯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집단을 이루어 협업하고 경쟁하여 생존했는지를 역사적 서사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우리는 왜 집단을 이루어 서로 싸우는가?", "집단경쟁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면, 좀 더 현명하게 싸우는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내리고 있지 않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우리의 본성 밑바닥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주는 책이 바로 조너선 하이트의 명저 <바른 마음>이다.


조너선 하이트, 그는 누구인가: 도덕 심리학자? 정치학자? 경영학자?


이미지 출처: ebs1 인문학 특강 중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2012년 미국 국제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중 한 명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에서도 2013년 '세계의 사상가'로 선정할 만큼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도덕철학자, 심리학자이다. 조너선 하이트의 전공분야는 보다 세밀한 차원에서 '도덕심리학'이라고 볼 수 있다. '도덕심리학'이란 다소 생소한 학문분야이다. 도덕심리학의 연구주제는 도덕이 개인의 내면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전되는지에 대해 관찰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윤리학이나 정치학과도 굉장히 밀접한 심리학 세부분과이다. 재밌는 것은 도덕심리학을 전공한 조너선 하이트가 2011년부터 현재까지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것이다. 경영학과 도덕심리학이 어떤 유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심리학에 대한 그의 연구의 총체인 <바른 마음>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경영학과도 굉장히 밀접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른 마음> 구성과 핵심 주제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주제를 다루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인간 본성에 대해 틀어진 시각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다음 도덕성이 여러 가지 감정적 토대, 문화적 상대성, 다양성을 거치면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과학적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명확히 밝힌다. 나아가 앞선 논의의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가 집단을 이루어 서로 싸우는 원인을 고찰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주제별로 설명한다.


경영학이든, 정치학이든, 경제학이든 모든 학문의 근본적 연구주제는 '문제 해결'에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들은 '집단 갈등'의 변형된 형태이다. "각 집단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모든 학문의 연구주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덕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2016년 미국 대선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니 정치학 교수로 전직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그런 점에서 <바른 마음>은 그 누가 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아니 오히려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인 <바른 마음>의 부제는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이다. 저자는 우리가 집단으로 나뉘고 상호 간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각자의 '옳음'이 다르다는 사실에 있다고 밝힌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저자는 각 부의 도입부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비유법을 활용한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제시한다.


[1부]

제1원칙: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다음이다.

핵심 비유: 둘로 나뉜 마음은 코끼리 위에 기수가 올라탄 모습이고, 기수의 역할은 코끼리의 시중을 드는 데 있다.


[2부]

제2원칙: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핵심 비유: 바른 마음은 마치 여섯 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혀와 같다.


[3부]

제3원칙: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핵심 비유: 인간의 본성은 90%는 침팬지, 나머지 10%는 벌과 같다.


기준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주로 직관이나 감정에 의해 결정되고 사후 합리화로 정당화하는 결과라는 것을 1부에서 설명한다. 여기서 직관은 코끼리이고, 이성은 기수라고 비유를 한다.

기수가 아무리 코끼리를 조종하려고 해도 거대한 코끼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조종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이 내용을 증명해낸다.


2부에서는 조너선 하이트가 본인의 연구를 통해 밝혀낸 ‘도덕성 기반 이론’을 논한다. ‘도덕성 기반 이론’은 우리의 도덕 체계가 총 6가지의 모듈로 체계화할 수 있음을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설명한 것을 말한다. 결국 우리의 도덕 체계는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과 적응에 의해 구성되었음을 증명한다. 이 6가지 모듈들이 각 상황과 맥락에 따라 마치 혀의 미각 수용체처럼 융합되고 충돌하면서 도덕적 판단기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꽤나 충격적인 사실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뇌과학이나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우리의 가치관은 이미 유전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에 각자의 상황과 맥락이 더해지면서 수정, 보완되고 완성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집단성(이타심)도 있음을 설명한다. 핵심 비유에서 말하는 침팬지의 본성은 이기심을 뜻하고, 벌의 본성은 이타심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종교, 정치의 갈래에서 이기심과 이타심이 2부에서 말한 6가지 도덕성 수용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아는 만큼 나아질  있다: 메타인지를 높이는 , <바른 마음>


저자는 이렇듯 우리의 민낯을 샅샅이 파헤쳐서 우리의 진짜 모습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의 '메타인지'를 높여주는 책인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직면해야 합당한 해결책이 나온다. 그런 관점에서 조너선 하이트는 7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의 2/3 이상을 이 작업에 할애한다. 그다음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결국 '아는 만큼 나아질 수 있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가  이렇게 어려울까?  책은  까닭을 밝히기 위해서  것이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웅진 지식하우스, p16-
 책에서의  바람은 여러분과 함께 여행을 하는 ,  도덕심리학의 관점을 가지고 인간의 본성과  역사를  바퀴  둘러보는 것이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웅진 지식하우스, p17-
정치와 종교로 인해 일어나는 그 모든 과열, 분노, 편 가르기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 그 자리를 경외심, 놀라움, 호기심으로 채우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중략) 이 책이 나옴으로 해서 앞으로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섞인 가운데서도 도덕, 정치, 종교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일상적이고, 예의 있고, 재미있게 오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데에 이 책이 힘을 보태기를 바란다.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웅진 지식하우스, p18-



제발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결국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과도 같은 이 책에서 조너선 하이트가 독자들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각자의 옳음이 정당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것은 인간 본성이다. 각자의 ‘옳고 그름’의 기준은 직관과 느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으며, 유전적 코드와 사회적 맥락,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하나의 절대적 옳음을 추구하기보다는 상대적 다원주의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라서 도덕적 판단기준이 동일한 개인들이 모여서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집단 속에서 서로 뭉치기도 하고, 타 집단을 배척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다방면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본성을 인정해야 한다. 나의 옳음만을 독선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타인의 옳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서로의 도덕 매트릭스를 이해하고 대화하며 공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다 합리적인 다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서로 잘 지낼 수 있게 함께 노력해보자.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웅진 지식하우스, p5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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