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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Dec 09. 2019

유시민이 말하는 ‘제대로 공부하는 2가지 방법’

서평_<공감필법>_유시민_창비

[공부란 무엇인가?]


대학교를 졸업하던 날,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입시와 자격시험 위주의 학습만을 강조해온 교육환경 탓일까? ‘공부’라고 하면 ‘어떤 자격이나, 점수를 받기 위한 학습의 과정’이라고 협소하게 정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공부를 협소하게 정의하면 ‘학습’은 학교라는 문턱을 벗어나는 순간 끝이다. 하지만 유시민은 그의 저서 <공감필법>에서 공부를 보다 광의의 의미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개념이에요.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17 -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감으로 직접 경험하거나 신문, 방송,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하는 모든 것에서 정보, 지식, 생각, 감정을 읽어내어 교감하고 공감하고 비판하고 대립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공부입니다.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90 -


위 정의에 따르면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으로 변모한다. 오히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내던져졌을 때,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공부가 되어 버린다. 학생 신분을 벗어나면서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광의의 의미로서의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마찬가지로 유시민의 저서 <공감필법>에 잘 나타나 있다.


[유시민이 말하는 제대로 공부하는 2가지 방법: 독서와 글쓰기]


유시민의 <공감필법>은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공부의 시대’ 특강에서 연사로 초대된 유시민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강연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책은 “현시대에 필요한 공부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가?”에 대한 유시민의 색채로 꾹- 꾹- 눌러 담은 책이다. 실제 강의를 듣는 것처럼 구어체로 쓰여 있고, 명문장가답게 유시민의 사고 흐름이 논리적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함부로 펼쳐 들었다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서 역사에 앉아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나서야 역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책이다.


이미지 출처: 유시민의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41


유시민은 공부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경험하고, 이해함으로써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작업’으로 넓게 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강조한다. 그는 공부방법으로 따지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고 확신한다.


사실 독서와 글쓰기는 여러 공부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하나의 공부 방법이 아니라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14 -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책 속에 심어놓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인간과 나 자신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한 면이고, 그렇게 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로 옮기는 글쓰기는 공부의 다른 면입니다.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58 -


[Input: 독서]


유시민은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 세계의 본질, 그 사람이 찾은 삶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들어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세계에 대한 정보를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input 하는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 이처럼 독서를 통해 정보와 작가의 감정이 input 되면, 독자의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유발된다. 일종의 촉발제가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동양의 고전 ‘논어’에서 공자도 독서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비단 유시민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 듯하다.



‘나는 일찍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밥도 먹지 않았고, 밤이 새도록 잠도 자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별로 유익한 것은 없었고,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못했다(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 無益, 不如學也).’ -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 중 -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


유시민은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서는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에 그치지 말고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고 저자의 시각에서 텍스트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비판적 읽기’, ‘비평’은 정확한 독해를 바탕으로 할 때 제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온전히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으로 독서하는 방법이자 독자의 의무다. ‘비판적 읽기’, ‘비평’은 그다음에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텍스트를 비판하려면 먼저 그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중략)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머무르면서 오로지 비판할 거리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텍스트를 읽으면 비평다운 비평을 쓰지 못합니다. 비평하는 사람이 지적, 정서적으로 발전하기도 어렵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죠.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42 -


[output: 글쓰기]


유시민은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해서는 반드시 글쓰기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서 어떤 정보와 작가의 메시지, 감정을 input 했으면 반드시 output으로 이어져야 온전한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자 텍스트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과 감정도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 모든 것은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76 -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글쓰기는 정보의 input을 통해 발현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붙잡아두는 행위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어떤 형태이건 독서를 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사고 과정을 요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 발현된다. 이성과 감정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과 감정은 흐르는 강물과도 같아서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고 색깔을 바꾸면서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 강물을 그릇에 담아놓지 않으면 그대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듯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과 감정은 문자 텍스트, 즉 글로 잡아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은 공부는 독서와 글쓰기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를 게을리하면 공부의 축 하나가 빠진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글쓰기 위한 방법]


효과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시민은 <공감필법>에서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개별적 경험을 일반화, 보편화하는 방식으로 글을 쓸 것. 이 말을 내 식대로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개별적 경험은 나만의 경험으로서 특수성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관심을 자극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새로운 것, 신기한 것,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어 있다. 반면에 독자들은 자신과 유사한 공통점을 가지는 것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고개를 돌린다. 야속하다. ‘대체 어쩌란 말이냐!’ 유시민의 대답은 ‘둘 다 취하라’는 것이다. 개별적 경험이라는 특수성으로 관심을 끄는 것에서 시작해서 일반화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마무리하는 것. 그것이 읽히는 글쓰기 전략이다.


둘째, 어휘를 공부하라 (책을 다독할 것). 유시민은 어휘는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기틀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복싱에서는 기본기인 스텝을 잘 밟아야 하고, 영어도 기본기인 단어를 알아야 원어민처럼 회화할 수 있다. 글쓰기의 기본기는 문장도 아니고 언어의 최소 단위인 어휘에 있다. 유시민은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깊이를 결정한다.”라고 말한다.


셋째, 하루에 한 문장씩. 유시민은 항상 메모할 필기구와 수첩을 휴대할 것을 권한다. 생각은 문자로 담아내지 않으면 흩어지기 마련이고, 많이 써볼수록 글쓰기 실력은 향상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메모할 수 있는 준비물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공부를 통해 얻을  있는 3가지]


그래 좋다. 공부가 무엇인지도 알겠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얼추 알겠다. 근데 대체 공부를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단 말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이 책에서 일목 요연하게 별도의 한 챕터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공감필법>의 여러 군데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책을 꼼꼼히 읽었다면 다음과 같이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공부를 제대로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준거틀, 기준이 생긴다. 가치관 혹은 세계관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앞서 말했듯, 공부는 세상을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 결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삶은 후회보다 행복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얼마나 공부했느냐가 내가 발 디딜 수 있는 세계의 범위를 결정한다. 얼마나 공부했느냐가 내 인생의 의미를 결정한다. 읽는 만큼 판단의 기준이 명확해질 것이다. 기준이 명확하면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힘들 때 현실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때마다 우리는 무언가에 기대고 의존하고 싶어 진다. 이때 현실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독제는  믿을 만한 누군가의 조언이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의 인맥과 시간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고, 책장에 빼곡히 늘어서 있는 책들을 살펴보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값진 조언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게 된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라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면 어디에든 기대려고 합니다. 종교에 기대기도 하고 멘토에 기대기도 하고 술에 기대기도 합니다. 저는 책에 의지합니다. 이것저것 해봤지만 제일 믿을 만한 것 역시 책이더라고요.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68 -


셋째, 공부를 제대로 하면 즐겁다. <논어>의 첫 문장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바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이다. 그 뜻을 풀이하자면,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니 기쁘지 않겠는가’ 정도로 해석된다. “공부가 재미있다니...”, 미친 소리라고 여겨질 법도 하다. 이렇게 공부가 재미없는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속단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현실과 동떨어진 공부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공부를 싫어한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여 나와 세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공부로 이어진다면 즐겁지 아니할 수 없다. 공부를 한 만큼 거울 속의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이 바뀐다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두 번째로는 단순히 공부를 충분히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책을 몰입해서 읽다 보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울림의 한 문장을 만났을 때, 이 감정을 추스르지 않고서는 더 이상 책을 읽어나가기가 힘겨울 때. 유시민은 이를 ‘결정적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여러분은 혹시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책 읽다 말고 도저히 계속 읽을 수가 없어서, 읽던 책을 가슴에 댄 채 ‘아’ 하고 한숨을 내쉬는 경험 말입니다. 이런 순간을 자주 경험하셔야 합니다. 감정이 너무 강하게 일어나서, 그걸 가라앉히기 전 까지는 텍스트를 더 읽어갈 수 없는 그런 순간을 누리자는 겁니다. 저는 이것이 공부와 독서의 ‘결정적 순간’이라 믿습니다. (중략) 이런 순간을 체험하지 못하는 인생은 불행한 겁니다. -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p84 -


‘결정적 순간’은 원초적인 즐거움 그 자체인 것이다. 너무 당연한 진리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쓸수록 이런 순간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독서와 공부의 즐거움도 부익부 빈익빈인 것이다.


[읽고 쓰는 만큼 공부다!]


정리하자면 유시민이 말하는 공부는 자신과 세상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모든 활동이다. 결국 우리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결코 실망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공자님께서 입이 닳도록 말씀하신 행복의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만큼 세상이 넓어지고, 쓰는 만큼 지혜로워진다. 공부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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