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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Dec 19. 2019

나는 이 책을 읽고 결혼을 결심했다

서평_<러브 팩추얼리>_로라 무차_로크미디어(being)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


“연령, 성별, 국적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이 이에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초점을 더욱 좁혀서 생각해보자.


누군가 내게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주위를 둘러봐라. 그중 가장 행복한 사람과,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라. 물론 그들의 행복 혹은 불행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랑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사랑은 간접적으로라도 그들의 행복과 불행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인기가요 순위를 알 수 있는 ‘멜론 TOP 100’의 리스트를 살펴보라. 이 리스트에 포함된 노래 가사들의 주제와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직접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 70% 이상은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특히 대중예술 갈래 중 하나인 가요의 흥망은 가사의 주제와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높다. 노래가 청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가 흥행의 결정요인이기 때문이고, 공감대 형성은 언어적 요소인 가사에 많은 부분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모두에게 중요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가사 소재는 가요의 흥행공식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볼 때, 분명 사랑이 행복/불행에 가장 밀접한 요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사랑을 공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사랑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하에서 직접 경험이 제한되어 있을뿐더러, 공부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간접경험 조차 제한되어 있다.



물론 ‘사랑은 글로 배울 수 없다.’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당연히 사랑은 간접경험으로만 배운다고 완벽히 알 수는 없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죽네 사네 해보고 나서야 사랑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직접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게다가 앞서 말했듯 우리의 인생은 너무도 짧다. 이렇게 짧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을 제대로, 그리고  잘하기 위해서는 간접 경험을 통한 학습이 필수다. 그만큼 중요하니까 글을 통한 간접경험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파트너와 나 자신을 더 존중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사랑도 학습의 영역에 속하고, 노력을 통해 개선시킬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간접경험과 직접 경험이 버무려질 때 우리는 더 잘 사랑할 수 있다. 사랑도 공부해야만 비로소 사랑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로라 무차 작가가 저술한 <러브팩추얼리>에는 사랑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광범위하게 소개된다. 그중 사랑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아서, 연인과의 관계에서 혼란을 겪은 알렉산드루의 인터뷰 내용은 리마커블하다.


“저는 제가 다른 분야들, 그러니까 제 일과 제 학문적인 삶에 관한 한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할 수 있는 말도 별로 없는 생소한 상황에 직면하니, 제 행동도 제대로 정당화시키지 못하고 그녀의 생각을 분석해 볼 수도 없는 거예요. 쓸 수 있는 어휘도 전혀 없고 생각 자체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속수무책이 된 거죠.
- <러브 팩추얼리>, 로라 무차, 로크미디어, p108 -


저자는 또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랑을 유지하기로 선택한 것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므로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로라 무차의 생각에 백번 공감한다.


[사랑의 교과서 <러브 팩츄얼리>]


나는 좋은 책을 선정할 때 2가지 기준에 따른다. 첫째, 외적 적합성. 둘째, 내적 정합성이다.


외적 적합성이란, 어떤 이론이나 모델이 현실에 적용했을 때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에 대한 것이다. 내적 정합성이란, 이론이나 모델 자체가 논리성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좋은 책이란,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 자체로 논리적이어야 하며, 책 밖을 벗어난 현실 세계에서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나는 그 책을 명저라고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로라 무차의 <러브 팩추얼리>는 명저다. 로라 무차는 이 책을 쓰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외적 적합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대륙을 400km 넘게 돌아다니며, 8세부터 95세에 이르기까지 남성, 여성, 성소수자들을 직접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적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 뇌과학, 심리학, 철학 등의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사랑에 대한 우리의 행동 및 사고패턴을 여러 관점에서 조망했다.



이 책의 완성도는 주석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고문헌을 기재한 페이지만 73페이지에 달한다. 얇은 시집 한 권 두께인 셈이다. 그러니 어찌 이 책이 명저가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러브팩추얼리>는 사랑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사랑에 대해 다룬 책은 널렸다. 하지만 이 책만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으며, 학문적 기반과 사례가 상세히 기재된 책은 현재로서는 찾아볼 수 없다.


[사랑의 유형: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로라 무차는 이 책에서 사랑의 종류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번째 사랑의 유형은 ‘욕정이다. 말 그대로 욕정, 성욕, 성적 충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각종 호르몬과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종족보존의 수단이다.


 번째 사랑의 유형은 ‘로맨틱한 사랑이다. 이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며, 욕정의 조건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를 수반한다. 로맨틱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이상화로 시작하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시들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로맨틱한 사랑은 짧게는 12~18개월간 지속된다는 주장도 있다.


 번째 사랑의 유형은 ‘동반자적 사랑이다. 이는 차분하고 안정된 사랑이다.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성숙한 사랑이다. 로맨틱한 사랑과의 극명한 차이점은 동반자적 사랑은 우정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욕정보다는 상호 간의 보다 깊고 편안한 감정상태가 평화롭게 유지되는 단계이다.


로맨틱한 사랑은 우리에게 흥분과 불안감을 남기지만, 동반자적 사랑은 우리에게 차분함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아마 그 때문에 두 사랑은 목적까지 다른 지도 모른다.
- <러브 팩추얼리>, 로라 무차, 로크미디어, p58 -


[애착 이론: 무엇이 우리의 사랑을 결정하는가?]


이 책에서 사랑의 유형과 다양한 실사례를 분석하는 학문적/이론적 기반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요하게 차용하고 있는 이론은 ‘애착 이론이다.


애착 이론은 존 볼비(John Bowlby)가 창시한 이론으로서, 우리의 애착 행동들은 어린 시절 스스로의 생존을 돕기 위해 발현된 패턴이 있다는 내용이다.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유아기 시절, 우리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 들러붙어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진화론에 뿌리를 둔다.


애착 스타일은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번째 애착 스타일은 ‘안정형 애착이다. 이들은 타인과의 친밀감에 익숙하고, 타인을 신뢰한다. 따라서 다정다감하고 소통능력이 뛰어나며, 필요시 도움을 청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번째 애착 스타일은 ‘불안형 애착이다. 이들은 애정에 굶주려 있고, 관계에 대한 걱정이 많아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며, 사소한 위협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번째 애착 스타일은 ‘회피형 애착이다. 이들은 관계에 대해 의식적으로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편이며 독립심을 이상화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본심에 위배된다. 마음속으로는 관계를 갈망하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해결형 애착은 특정한 애착 스타일이 없이 비일관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유형이다.


로라 무차는 각자가 지니고 있는 내적 모델인 애착 스타일에 따라 연인과의 사랑 유형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우리의 내적 모델들은 아주 강건한 데다가 평생 우리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준다. 이는 그 내적 모델들이 잠재의식적인 것인 데다가, 우리는 그 내적 모델들의 토대를 언어 능력이나 특정 기억들을 갖기 훨씬 전에 쌓는다.
- <러브 팩추얼리>, 로라 무차, 로크미디어, p110 -


당연히 성숙한 사랑을 할 확률이 가장 높은 유형은 파트너 모두가 ‘안정형 애착’인 경우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애착 유형은 상대 파트너에 의해서 변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화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환경이 바뀌면 ‘안정형 애착’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행복한 사랑을 위하여]


위 내용들을 조합하면, 결국 우리에게 꼭 맞는 반 쪽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며,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2013년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남성들의 경우 31%, 여성들의 경우 26%가 모든 사람에게는 이 우주 안에서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씩밖에 없다고 믿었다. 미국에서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세에서 29세까지의 독신자 가운데 무려 88%가 어딘가에 자신을 기다리는 ‘소울메이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 <러브팩추얼리>, 로라 무차, 로크미디어, p212 -


하지만 저자는 그 누구도 우리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며, 이런 생각은 환상임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행복한 사랑을 위해서는 대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83세의 노신사 헨리의 인터뷰에 깊은 인사이트가 담겨있다.



“모와 나는 지금 62년째 결혼 생활 중이에요.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절대 헤어지지 않았죠. (중략) ‘좋든 싫든’. 우리가 늘 말하던 건데요, 우리가 여태껏 관계를 유지해 온 비결이죠.”
- <러브팩추얼리>, 로라 무차, 로크미디어, p331 -


사랑을 하다 보면 좋은 순간도 있고 싫은 순간도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던 사랑하는 이가 정말 미워 죽겠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이 넘게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모와 헨리는 좋든, 싫든 (서로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로라 무차가 주장하듯 사랑도 기술이다. 그런 점에서 모와 헨리는 사랑의 기술을 잘 알고 관계에 노력을 기울여 ‘동반자적 사랑’을 완성한 좋은 사례이다. 결국 ‘좋을  서로에 대해 헌신해야 한다. 헌신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상대를 관계로 끌어들이는 ‘개인적 헌신’과 상대가 떠나지 못하게 막는 ‘실제적 헌신’으로 구분된다. 특히 ‘8장. 좋든 싫든’에서 헌신과 믿음이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싫을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11장. 좋은 싸움’에서 세부적인 방법론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핵심은 행복한 사랑은 결국 양자 간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고 결혼을 결심했다]



나는 내년 7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애착 스타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행히 나와 여자 친구는 모두 ‘안정형 애착’ 스타일에 가까운 유형이었다. 그래서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었고,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면서 사랑을 단단히 키워나갈 수 있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더불어 궁극적으로 행복한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사랑에 대해 학습하고 노력해야 함을 느꼈다. 그리하여 ‘동반자적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 내 결혼의 목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란 무엇이고, 건강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고 나서도 짙은 여운에 한참이나 사색을 했다. 그러고 나서는 “이 사람과 결혼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나의 결혼에 대한 확신을 다시금 할 수 있었다.


결국 사랑은 선택이고, 좋은 선택을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고, 용기 있게 결단해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며, 결혼은 더욱 그러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터뷰어 철학자 사이먼 블랙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랑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과 역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만일 두 사람 사이에 인 소용돌이가 어느 정도의 기간과 역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순간적인 착각 또는 공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그 모든 걸 뒤늦게야 깨닫습니다.”
- <러브팩추얼리>, 로라 무차, 로크미디어, p218 -


의미 있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지향하는 사랑, 즉 동반자적 사랑을 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더 사랑할 수 있다.


깊고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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