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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Oct 06. 2019

Amazon에서 '존버'해서 얻은 것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_박정준


[당신의 회사는 스승입니까?]


    나의 주변에는 전문직, 공무원, 국내 대기업, 글로벌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들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을 '스승'이라고 존칭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스승'은 자신을 가르쳐서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사람을 존칭 하는 표현이다. 회사가 스승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 박정준 저자는 자신이 12년간 근무한 직장 '아마존'을 '스승'이라고 칭한다.


무엇보다도 아마존은 내게 스승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라는 작은 제자가 아마존이라는 희대의 스승 어깨너머로 배운 가르침의 묶음이다.

그동안 아마존은 내게 일터와 급여를 제공했고, 사업의 기반이 되었으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많은 가르침을 말이 아닌 행동과 결과로 전해주었다. 이 관계에는 주종도, 갑을도, 승패도 없다. 수폐자와 수혜자, 승자와 승자, 그리고 스승과 제자가 있을 뿐이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p327 -


이 책에서 저자는 아마존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마존의 성장 DNA를 상세하고 구조적으로 밝혀낸다. 그리고 12년간의 근무를 통해 배운 성장의 방법론을 개인의 삶과 본인의 사업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이 '아마존'이라고 말한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대체 무엇이 매일매일이 지긋지긋하기만 한 직장을 '스승'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게 한 것일까?


취업을 바랐던 20대의 나와 아마존으로부터 독립한 지금의 나, 아마존은 그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중략) 오히려 주체적이고 생명력 있으며 비옥한 삶을 살기 위한 아마존의 원리들과 방식들이 정유가 되어 남았다. 그리고 이것들은 우리 각자의 유니크한 삶의 맥락 위에서 다르게 적용될 때 비로소 그 힘을 가진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p12 -


[이 책이 특별한 이유 3가지]


    자세한 서평에 들어가기 앞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가 왜 특별한 책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밝히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출처: https://thenextweb.com/insights/2017/06/06/amazon-fights-poverty-prime-discount-food-stamps/


1. 조직 성장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한 명이 쓴 책


    우선 박정준 저자는 아마존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이력이 있는 분이다. 12년이라고 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아마존 직원들의 평균 근속 년수는 1년 남짓이기 때문이다. 12년이면 전체 직원들 중 근속연수 기준 상위 2%에 해당된다. 그런 점에서 박정준 저자는 아마존의 폭발적인 성장과정을 직접 지켜보고, 가장 오랫동안 이에 헌신한 사람들 중 한 명인 셈이다.


2. 다양한 부서 경험으로 객관성을 확보한 책


    무엇보다 박정준 저자는 아마존 내에서도 개발자, 마케팅 경영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가 등의 5개 직무에서 근무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특정 부서의 시각에서만 아마존을 살펴본 편향된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저자의 이력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3. 실제 아마존에서 근무했던 한국인 실무자가 쓴 책


    사실 아마존에 대한 책은 부지기수로 많다. 하지만 경영학자나 기자 등의 외부자가 저술했거나, 내부자라 해도 기라성같이 높은 직급에 있는 간부 이상급 사람들이 쓴 책들, 혹은 그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서술된 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실무자로 근무한 입장에서 바라본 아마존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한국인이 말이다! 그렇다 보니 현실적이고 공감되며 한 문장 한 문장이 피부에 와 닿는다.


[This is Amazon way]


    아마존이 성장하는데 주요 요인이 된 문화적 요인들과 구체적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데이원(Day1) 정신, 도어 데스크 정신, Integrity를 중시하는 문화, 업무수행능력에 초점을 둔 평가, 모든 질문을 허용하는 문화, 소비자로부터 거꾸로 시작하는 사고방식, 플라이 휠, 기술적 채무 정신, 6 pager 회의방식, 스크럼 프로세스 등을 예시로 든다. 그중에서도 나는 스크럼 프로세스와 6 pager 회의 방식이 가장 인상 깊었다.


1. 스크럼 프로세스 (Scrum process)


     '스크럼(Scrum)'은 럭비 게임에서 공격팀 선수들이 공을 중심으로 만드는 진영을 뜻하는 스포츠 용어다. 럭비 경기는 공이 공중에 뜬 상태에서 땅바닥에 닿기까지의 구간을 주기로 하여 진행된다. 이 구간을' 스프린트(Sprint)'라고 부른다. 여기서 스프린트는 한국말로 '전력질주'라는 의미이다. 각 '스프린트'마다 게임은 중단된다. 이때 팀은 다시 '스크럼'을 짜서 전력을 가다듬고 전략을 재정비하여 다음 '스프린트'로 나아간다. 


    이에 착안한 스크럼 프로세스(Scrum process)는 특정한 업무를 3~4개의 업무 대단위로 쪼개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프린트 구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다음 각 스프린트 구간마다 해결해야 할 중간 과제를 세부적인 업무단위로 나눈다.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주로 벽이나 화이트보드에 '할 일(To do)', '진행 중 (In progress)', '테스트 중 (QA)', '완료 (Done)' 등으로 나눈 뒤 세부 업무를 포스트잇으로 붙여놓는 상황판을 만들어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팀원들은 각 스프린트마다 스탠딩 미팅을 진행하면서 각자 할 업무들을 배정한다. 각 스프린트가 끝날 때마다 각자가 진행한 업무 상황을 교류한다. 그리고 다음 스프린트에 해당되는 업무를 각자에게 배정하면서 점진적이면서도 신속하게 업무를 수행해나가는 것이 스크럼 프로세스다. 정말 신선한 방식의 업무 처리 과정이었다. 이는 단순 상명하달식의 수직적 워터폴(Waterfall) 방식이 아니다. 업무를 짧은 단위로 나누어 업무수행과 성과를 투명히 하면서 유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팀워크 중심의 프로세스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의 프로세스에 해당된다.


출처: https://hygger.io/blog/how-to-use-scrum-task-board/
아마존의 각 팀은 베조스 회장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아래 스크럼 프로세스를 통해 당장의 중요한 일들을 처리해 나간다.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다 함께 아마존이 그리는 큰 그림을 조금씩 완성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계획과 실행을 구분하고 방향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당장의 할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 거대한 제국이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는 이유이자 내가 닮고자 하는 아마존의 방식이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p283 -


2. 6 Pager 회의방식


    아마존은 회의방식 또한 굉장히 신선하다. 아마존은 회의를 진행할 때, 프레젠테이션 툴을 활용하지 않는다. 회의를 주관하는 담당자는 슬라이드 대신 A4 6장 분량의 내레이션식 문서를 작성한다. 회의 주제에 따라 여러 가지 포맷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도 이 6페이지의 줄글을 읽고 안건과 주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작성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회의자료로 PPT 슬라이드를 준비한다. 누구나 경험해보았겠지만 슬라이드를 작성하면 화려한 차트와 복잡한 표로 중요한 사안을 의도적으로 감출 수 있다. 혹은 그 반대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부각되면서 논의의 방향성이 흐려질 수 있다. 발표자의 의도적 조작이 가능한 발표자료인 셈이다. 하지만 6 pager 방식에서는 이러한 틈이 없다. 발표자에게는 힘들지만 참여자에게는 쉬운 방식의 회의인 것이다. 자연히 모두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활발한 토론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처음 15~30분 동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6 페이저를 각자 탐독한다. 중간에 질문이 있거나 이해가 가지 않거나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바로 묻지 않고 각 페이지에 펜으로 메모하며 끝까지 읽는다. 모두가 내용을 다 읽고 메모를 마치면 첫 번째 페이지로 돌아가서 내용 순서에 따른 활발한 논의가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이 메모한 질문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발언하며,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전체가 다 함께 참여하여 본질, 곧 관련 안건이 회사와 고객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혁신에 대한 심도 있는 회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p198 -


[Welcome to the Amazon jungle]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아마존의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굉장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경쟁구도와 능력 중심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이 로켓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모든 업무방식이 투명하게 진행되며, 굉장히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각자의 능력치를 발휘하기 때문에 업무량과 달성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말했지만 평균 근속연수가 1년이라는 것은 한편으로 아마존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마존이라는 이름 그대로 정글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마존은 최고의 인재들을 뽑고 경쟁시키며, 또 그들의 능력과 노력만큼의 실질적 보상을 해주는 곳이다. 아마존의 모든 사원은 다소 냉혹한 이 정글에서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자질과 노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도 더 눈에 띄는 이에게는 그에 걸맞은 보상이 돌아간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p81-


[태도가 전부다]


    이러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이런 환경에서 본인의 역량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아닐까 싶다. 다른 말로 하자면 '태도'인 것이다. '태도'가 '동기'를 만들고, '동기'가 확고하면 '성장'을 '지속성'있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저자는 아마존에서 12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좌절과 무기력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토록 간절하고 감사했던 아마존의 매일매일이 그렇게 무겁고 괴로울 수가 없었다. 특히 '내가 왜 여기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더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중략)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듯 견디고 있었지만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은 왠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유가 모조리 무산되는 것 같아 두려웠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p9-


    이에 대해 저자가 책에서 깨달은 내용을 나의 언어로 바꾸어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생각하라.

    저자는 삶이라는 보다 큰 시각에서 직장생활을 조망하면 의미가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한 회사에 취업해서 일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재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단순히 생계에 필요한 것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기에는 이 시간이 너무 허망하다. 따라서 직장생활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훈련과 배움의 과정이라고 여겨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장생활은 일종의 '도제'의 시기인 것이다.


2.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좇아라.

    삶을 일직선상에서 하는 달리기로 생각하면 승자와 패자, 경쟁 그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일직선에 축을 하나 더하여  다차원으로 생각하면 각각의 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특별함으로 자리 잡는다. 그 점들이 모여서 조화로운 전체가 되는 것이다.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좇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고 직장생활을 보다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든다.


4. 모든 것은 히든 애셋으로 남게 된다.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여 열심히 하다 보면 그 과정 자체가 히든 애셋으로 남게 된다. 당장에는 의미도 없고 내 삶에 도움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 과정을 제대로, 열심히 행한다면 나의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새로운 진주 구슬은 반드시 시련과 인고의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살면서 이유를 알지 못하고 그저 힘들게 열심히 해내야 했던 많은 일들은 '나'라는 주머니 속의 다양한 구슬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찾아올 때 잠시 멈추어서 가진 구슬들과 처한 상황을 잘 보고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지 신중히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p308 -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태도'를 결정하고, 그 '태도'가 '동기'가 된다. '동기'가 있으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나아갈 수 있는 '지속성'이 생긴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글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이렇게 아마존에서의 직장생활을 통해서 저자가 느꼈던 것들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부분이 이 책의 백미다. 비단 아마존이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는 샐러리맨이라면 모두가 갖춰야 할 마인드셋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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