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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Nov 25. 2019

꼰대가 되기 싫은 당신을 위한 2가지 처방

<바른마음>_조너선 하이트_웅진 지식하우스

* 커버 이미지 출처: 처음처럼x그림왕 양치기


누가 꼰대인가?


오늘날의 밀레니얼 세대들, 90년대 생들이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계속 볼 사람이 아니라면 이들이 하는 말쯤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정, 직장에서 이들을 만나면 상황은 굉장히 복잡해진다. 누구일까?


바로 꼰대들이다.


* 출처: 미생 13화 중


네이버 지식사전에서 ‘꼰대’를 검색하면 그 의미가 다음과 같이 나온다.


꼰대;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최근에는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검색


위 내용에서 말하는 꼰대의 조건은 ‘권위적인 사고이다.  조금 더 구체화해 볼 필요가 있다. ‘권위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어떤 행위나 발언이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고, 위압적인 강요를 수반할 경우 우리는 이를 ‘권위적’이라고 말한다.


조금 명확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애매하다. 그럼 이번에는 실제 일상생활에서 ‘꼰대’들이 하는 대사를 생각해보자. 수도 없이 많은 대사들이 줄줄이 나오겠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네 생각이고”, “그냥 까라면 까!” ,”나 때는 말이야...” 이 대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폐쇄성’이다.


자신만의 관점과 세계에 단단한 장벽을 쌓아놓고, 타인이 감히 이 울타리를 못 벗어나게끔 강요하는 것이 꼰대의 조건이다. 이러한 ‘폐쇄성 ‘사고의 경직성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좁은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자신의 세계관에서 이미 답을 정해놓고 그 답을 강요하는 것이 꼰대의 속성이다. 심리학에서는 답을 정해놓고 합리화하는 것을 ‘확증적 사고라고 말한다.


무엇이 꼰대를 만드는가?: 확증적 사고


도덕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세밀하게 연구한 조너선 하이트의 명저, <바른 마음>에서는 확증적 편향에 대해 논하는 부분에서 ‘필 테들록 (Phil Tetlock)’의 이론을 인용한다. 필 테들록은 인간의 추론과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방식은 ‘탐구적 사고다. 이는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는 관점들을 공평하게 헤아려 보는 추론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확증적 사고다. 확증적 사고란 특정 관점을 합리화하기 위해 기울이는 일방적 사고 과정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 답에 대한 근거들을 이리저리 찾고 논리적으로 조합해냄으로써 자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사고 과정을 뜻한다. 합리적인 척하기 위한 비합리성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확증적 사고’에 빠지면 꼰대가 된다. 그나마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고수하는 과정에서 그럴듯한 근거라도 덧붙인다면 다행이다. 근거 조차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핵심은 답을 정해놓고 이에 맞게 사고 논리를 편집하는 사후적 해석 방식(확증적 사고)이 꼰대들의 추론 방식이다.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은 비슷한 맥락에서 확증적 사고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음을 여러 가지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2가지를 샘플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실제로 자신이 피실험자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답을 해가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확증편향에 대한 2가지 실험


웨이슨의 4장의 카드 과제

실험자는 피실험자들에게 E, K, 4, 7이 적혀있는 4장의 카드를 보여준다. 이 카드의 앞 면에는 알파벳이 적혀있고, 뒷면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적혀있다. 실험자는 이 카드의 앞, 뒷면에 적혀있는 문자와 숫자들이 일련의 규칙적 관계가 있음을 설명한다. 그 규칙은 ‘카드 한 면에 모음(A, E, I, O, U)이 적혀있으면 뒷면에는 짝수가 적혀있다’는 것이다. 그다음 실험자는 피실험자들에게 이 규칙이 실제로 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4개의 카드 중 어떤 카드를 뒤집어서 확인해야 하는지를 물어본다.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친다면 정답은 E 혹은 7이 적힌 카드를 뒤집어 봐야 한다. 모음인 E를 뒤집었을 때 짝수가 적혀있으면 위 명제는 맞는 것이다. 또한 홀수인 숫자 7이 적힌 카드를 뒤집어 봤을 때, 짝수가 아닌 홀수가 적혀있으면 위 명제는 참이다. (논리학적으로 대우 명제에 해당) 하지만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숫자 4가 적혀 있는 카드를 뒤집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피실험자들이 정답을 맞혔는지가 아니다. 자신이 답을 선택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답이 맞는지 얼마나 확신하는지에 이 실험이 진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놀랍게도 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오답을 선택한 모든 피실험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었고, 오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답이 맞다는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서 웨이슨은 우리는 모두 순간적인 직관에 의해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 답이 왜 맞는지를 정당화함으로써 사후 합리화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판단이 내려지면 그 근거를 하나둘 만들어내 그것들이 자신이 내린 판단의 설명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근거라는 것들은 사실 사후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p97


웨이슨의 2,4,6 문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자가 피실험자에게 3개의 숫자가 나열된 수열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수열의 조합들은 일관된 공통 규칙을 지닌다는 것을 밝힌다. 그렇게 어떤 규칙을 따르는 수열의 조합을 샘플로 몇 가지 보여준다. 그다음 피실험자들은 이 규칙을 맞힐 때까지 실험자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일종의 스무고개인 것이다.


실험자는 우선 ‘2, 4, 6’ 과 ‘4, 6, 8’, ‘102, 104, 106’ 의 조합을 샘플로 보여줬다. 그다음 피실험자들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 ‘3, 5, 7’, ‘103, 105, 107’도 이 규칙을 따르나요?” 실험자는 “그렇다”라고 말했다. 피실험자들은 “그렇다면 정답은 2씩 커지는 3개의 연속된 숫자의 조합이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실험자는 “틀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위와 같은 질문과 대답을 반복했다.


이 실험의 핵심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설에 위배되는 숫자 조합을 만들어 검증해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2, 4, 5’는 이 규칙에 따르나요?”, “그렇다면 ‘2, 4, 3’은 이 규칙을 따르나요?”라고 물었다면, 정답이 ‘그저 점차 증가하는 수들의 조합’이었다는 것을 쉽게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이 실험에서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미리 자신이 세워놓은 가설 범위 밖에서 자신의 생각을 재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증편향에 사로잡히면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강요와 권위가 부여되면 꼰대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우리는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그것을 확증하는 식으로 새로운 증거를 찾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p141


확증편향은 우리의 사고를 경직시킨다. 자신이 미리 정해놓은 답을 벗어난다면, 다른 사고의 흐름을 원천 봉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쇄성이 지속되어 습관적인 사고로 자리 잡으면 그만큼 세계관이 좁아진다. 이처럼 세계관은 점점 좁아지는데 권력과 지위만 계속 높아진다면? 한 마디로 꼰대가 된다는 뜻이다.


방심하다 꼰대 된다


꼰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인즉슨, 일부러 꼰대가 되려고 노력한 꼰대는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예시로 든 2가지 실험은 우리 모두 확증적 편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럴 수가... 나도 틀렸는데, 그럼 나도 꼰대인가?’라는 무시무시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 모두는 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각심만 가지면 된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우리 모두 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는 정도면 된다. 그렇다면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 우리는 어떤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할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2가지 독서법


앞서 언급한 꼰대의 특징과 구체적인 조건을 정리해보자. 꼰대는 '사고의 폐쇄성, 사고의 경직성, 좁은 세계관'의 특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들은 확증편향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확증편향을 이겨낼 수 있다면,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꼰대가 되기 싫다면, '사고의 개방성, 유연성, 넓은 세계관'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한 '의식적 노력' 중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에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2가지 독서법을 소개한다.


불편한 책을 읽어라


책을 읽다 보면 굉장히 불편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크게 2가지 중 하나다. 첫째,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배치되거나 대립된 책을 읽을 때. 둘째, 내가 접해보지 않았던 영역의 책을 읽을 때. 이 두 가지의 불편한 독서 나의 세계관을 넓혀주는 좋은 교재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자기 나름의 규칙과 원칙들을 세워나가게 되어 있다. 자신만의 세계관이 생기는 것이다. 세계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스스로의 세계관을 가진다는 것은 선택에 있어 일관적인 규칙과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진리가 없듯, 나의 세계관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설령 있다고 한들, 세상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어제의 진리가 오늘의 진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철옹성 같은 세계관의 경계에 높은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만 살다 보면 꼰대가 되기 쉽다. 이러한 경계를 의식적으로 깨부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다른 세계관을 계속 주입해야 한다. 불편한 감정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기존의 세계관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경계를 넓혀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주입되다 보면 세계관은 변하게 되어있다. 외부 세계의 변화에 적합하게 변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을 자주 읽는 것은 꼰대가 되는 것을 예방하는 약과 같다. 계속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독서모임에 나가라


읽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독서모임에 나가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나누는 자리,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재밌는 점이 있다. 똑같은 책을 읽고서도 서로의 생각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이 참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독서모임의 구성원들은 되도록 다음과 같은 조건에 부합하면 좋다. 첫째,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될수록 좋다. 단, 구성원들의 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한다. 세계관의 유형 스펙트럼이 넓을수록, 압박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각을 나눌 수록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다독가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수록 좋다. 독서모임 구성원 중 적어도 2명 이상은 다독가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연령과 직업군에 상관없이 다독가라면 다양한 세계관을 접해서 경계를 넓혀나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독서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다른 의견들과 생각들이 충돌하면서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중재자 역할을 잘해줄 것이다.


위에서 말한 2가지 독서법은 결국 ‘다양한 생각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다. 꼰대가 되고 싶어서 꼰대가 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확증편향 빠지기에 굉장히 취약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의식적 노력이 없으면 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어느 순간 점심식사 시간에 후배 사원들이 눈치를 보며 내가 앉은 테이블 주위를 기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도 모르게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진 않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책을 집어 들고  참고 읽어라.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독서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라. 확실한 것은 사람들은 꼰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의식적 노력을 통해 꼰대의 탈을 벗어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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