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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ovator Mar 08. 2020

깡패같은 세상에게 당하지 않는 철갑멘탈을 만드는 방법

서평_<작은 것의 힘>,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트리시 레너드 커틴



[야속하고 잔인한 세상?]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푸념하던 적이 있었다.


    좌로 뒤척이고 우로 뒤척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대체 세상이 어찌 나에게 이러냐"며 씩씩거리던 때도 있었다. 술에 절어 세상을 욕하다가도 그것마저 지칠 때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며 좌절하는 것이 익숙한 날들도 있었다.



    살다보면 세상이 참 야속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나쁜 일은 깡패처럼 몰려다니며 우리를 흠씬 두들겨 팬다. 더이상 맞는 것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 쯤이면, 세상은 나의 너덜너덜한 목덜미를 잡고 게임판에 억지로 앉혀놓는다. 그렇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불리한 패를 들고 열심히 싸워내지만 세상을 상대로 이기기에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또 다시 쳇바퀴처럼 지옥같은 사이클이 반복된다.


[현자타임이 오면 깨닫는 것들]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서 그 날을 다시 회상해보면 어이가 없을 때가 부지기수다.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혼자서 씩씩거리고, 쓸데없는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를 어두운 방에 가둬놓고 문고리를 걸어 잠근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은 늘 그대로였다. 냉정히 말해서, 실상 문제의 근원은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나에게 있었던 때가 8할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준비운동도 없이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100미터 달리기처럼 냅다 뜀박질한다. 그러다 발에 힘이풀려, 스텝이 엉키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씩씩거리며 마라톤 트랙에 침을 뱉어가며 욕한다. 참 바보같은 짓이다.


    이처럼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니 다행히도 '자극'에 대한 '반응'은 우리의 선택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힘든 진짜 이유는 '자극' 그 자체보다 '반응'에 있을 수도 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우리의 대응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대응 방식에 우리의 성장과 자유가 달려있다. - 빅토르 E. 프랭클 -



['작은 것의 힘', 수용전념치료 상담 전문가가 내놓는 처방]


    책 <작은 것의 힘>의 저자이자 상담 심리학자인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과 트리시 레너드 커틴은 책을 통해 우리에게 현실적이면서도 당장 실천 가능한 '자극에 대한 반응 선택' 방법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불행이라는 압박의 사슬을 벗어 던지고 행복한 삶을 용기있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과 트리시 레너드 커틴은 '수용전념치료 (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hy)'의 전문가다. ACT는 심리적 유연성을 가지고 자극을 수용하면서도, 현명하게 행복을 선택하는 상담심리학의 기법인데, 이는 우울증과 불안감부터 만성통증과 중독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적이고도 실용적인 방법이다. 

ACT의 기본 전제는 마음이 경직되어 있으면 고통을 겪거나 힘들어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때때로 심리적 경직성의 함정에 빠진다. 그건 마음을 짓누를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다. ACT의 목적은 이런 상황에 좀 더 유연한 정신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작은 것의 힘>,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 / 트리시 레너드 커틴, Andromedian, p22 -


    그들은 마음의 상처가 있거나, 세상의 무거운 압박에 짓눌려 무기력해진 수많은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여 적극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바로 옆에서 치료해왔다. 바로 앞서 말한,  '수용전념치료'의 방법론에 입각해서 말이다. 따라서 그들이 쓴 책 <작은 것의 힘>은 비단 상담심리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론에만 치중되어 있지 않다. 수많은 사례들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스스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들을 우리에게 전격 공개한다.



[작은 것의 힘]


    저자들은 책 <작은 것의 힘>을 통해 '너무 힘겨울 때, 사소한 행동에 집중하라!'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사소한 행동에 집중하는 작은 것의 힘'은 무엇일까?


'작은 것의 힘'이 제시하는 생활방식은 당연하게 여기는 가정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자기가 원하는 존재와 위치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좀 더 깊이 들여보라는 것이다. -p48-

'작은 것의 힘'은 실현하기 어려운 미래의 큰 변화를 약속하기보다 지금 당장 작은 변화를 이루어 내게 한다. -p57-

'작은 것의 힘'을 간단히 표현하면, 행복한 중간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일관성 있는 지향 행위를 하는 것이다. -p77-

'작은 것의 힘'에서는 감정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우리가 감정에 대응하는 여러가지 작은 방법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다스리는 힘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기도 한다. -p128-

'작은 것의 힘'은 고통을 제거한 삶이 아니라, 고통을 중심으로 조금씩 확장된 삶이다. -p184-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본질적으로 전부 동일하다. 자기가 원치 않는 내적 경험이 무엇인지 과도하게 파악하려고 하거나 지나치게 회피할 때가 언제인지 깨닫고, 스스로를 연민하는 중도를 향해 작은 한 걸음을 내디딜 필요가 있다. -p137-



    그렇다면 왜 작은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일까? 실상 우리를 짓누르는 다양한 문제들은 작은 것들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괴물이다. 마찬가지로 행복이라는 것 또한 작은 것들이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선물이다. 삶의 문제이건, 행복이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면 어찌해 볼 엄두가 안난다. 하지만 작은 것들을 하나씩 차분하게 바꿔나가고 만들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평온한 마음으로 인생이라는 주머니에 문제거리는 덜어내고 행복을 주워담을 여유가 생긴다. 따라서 우리는 작은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작은 물방울이 만들어낸 파동이 물살이 되고 파도가 되어 바다를 이루듯 모든 거대한 것들은 작은 것에서 출발하니 말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4가지 핵심개념]


'작은 것의 힘'을 일상 생활에서 활용하려면 알아야 할 사전적인 개념이 몇 가지 있다.


(1) 가치관



    책에서는 우리에게 먼저 '가치관'을 명확하기 밝히라고 주문한다. 가치관을 폭넓게 조망하고 세부적으로 파악하여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원하는 지향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닻과도 같다. 무겁고 단단한 닻을 심해에 내려놓으면 아무리 바람이 세차게 불고, 파도가 우리의 배를 집어 삼키려해도 절대로 멀리 휩쓸려가지 않는다. 언제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닻과 같은 기준점이 가치관인 것이다. 책에서는 가치관을 찾는 방법 5가지를 제시한다.


1. 남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2. 사랑하는 이들이 여러분을 묘사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하길 바라는가?

3.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는가?

4. 당신에게 가장 주요한 세 가지 속성은 무엇인가? (예: 친절함, 편견없는 생각, 동정심 등)

5. 세상에서 여러분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2) 지향행위 & 회피행위



    그 다음으로 알아야 할 개념은 '지향행위'와 '회피행위'이다.

지향행위에는 자신의 가치관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이 모두 포함된다. 지향행위는 단기적으로는 불편함을 수반할 수 있찌만, 항상 장기적인 성취에 다가갈수 있게 해준다. 회피행위에는 불편한 경험을 피하기 위해 어떤 가치관에서 멀어지게 하는 행동이 모두 포함된다. (중략) 또 잠재적인 거부나 실패를 피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도 회피행위에 포함된다. 

- <작은 것의 힘>,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 / 트리시 레너드 커틴, Andromedian, p55 -

결국 기준점은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모든 행위는 '지향행위'이며, 가치관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모든 행위는 '회피행위'라고 보면 된다.


(3) 안전지대, 자기관리 영역


    저자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안전지대'를 넘어서면서도, '자기관리 영역'안에 머무르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지대란 편안한 상태에 안주하거나,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힘든 상황이 주어졌을 때, 늘 하던대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것, 혹은 집에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세상과 단절되는 것 등이 안전지대에 속하는 영역이다. 저자들은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전지대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나는 것도 부작용이 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로 넘어가게 되면 지속가능한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가 바꿀 수 있고, 실제로 행동하여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이 자기관리 영역이다. 예를들면 힘든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해외여행을 가서 평온한 마음을 되찾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조망하며 마음을 챙기는 것은 안전지대로부터 벗어나는 긍정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무기력함과 허무함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그런 점에서 안전지대로부터 벗어났지만 자기관리영역을 한참 넘어선 행동영역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안전지대'을 벗어나면서 '자기관리 영역'에 속하는 방법은 예를들어 어떤 것이 있을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한 걸음 벗어나면서도 여전히 자기 관리 영역 내에 확실히 뿌리를 내리려면,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들을 전부 종이에 적어보자. 하지만 바로 상대방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는 말자.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자기가 쓴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보자. 그러면 자신의 생각과 반응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생길 것이다. 10분씩 기다리는 데 익숙해지면 사람들에게 자기 기분을 말하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을 점점 늘릴 수 있다. 

- <작은 것의 힘>,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 / 트리시 레너드 커틴, Andromedian, p35 -


(4) 5분 탈출



    이제 '작은 것의 힘'이 말하는 주요 핵심개념들을 모두 파악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일종의 행동 지침 가이드를 세울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행동가이드를 '5분 탈출'이라고 말한다. 안전지대에서는 벗어났지만 자기 관리 영역 안에는 확실히 포함되는 어떤 일을 5분동안 하는 것이다.


중압감은 시작도 끝도 없는 원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이미 뭔가에 압도당한 상태이기 떄문에 자기를 압도하는 대상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느끼고, 또 아무것도 못 하니까 계속 압도된다. 5분 탗룿ㄹ은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5분간 그 원을 깨뜨리는 작업이다. - <작은 것의 힘>,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 / 트리시 레너드 커틴, Andromedian, p22 -


[나만의 5분 탈출 가이드]


    이 책에서는 위과 같은 5분 탈출 방법을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여러가지로 제시한다. 방법이 굉장히 많이 제시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적용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에게 맞는 현실적인 내용들을 몇 가지 추린 다음 나만의 '5분 탈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만의 '5분 탈출' 방법을 아래와 같이 8단계로 정리했다.

1. 문제로부터 비롯된 원치않는 감정이 휘몰아칠 때면, 잠시 숨을 크게 고르며 명상을 통해 머리와 마음을 비워낸다. 중립적이고 중도적인 마음상태를 유지하여 객관성을 되찾기 위한 방법이다.

2. 원치않는 감정을 잘못된 것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하면 우리는 생각의 덫에 빠지게 되고, 좌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3. 자신의 가치관을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것을 가치있다고 여기며,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4. 자신이 처한 문제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가치관을 고려하여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를 글로 적어본다.

5.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목록 리스트를 지향행위와 회피행위로 구분하여 정리해본다.

6. 회피행위는 목록에서 제거하고 지향행위만 남겨놓는다. 그 중 내가 당장 취할 수 있는 행동, 다시말해 '안전지대'로부터 벗어나지만, '자기관리 영역'에 있는 행동들을 2~3가지 뽑아낸다.

7. 파악이 끝났으면 지금 당장 행동에 옮긴다.

8. 상황이 종결된 뒤, 모든 단계를 글로 적어낸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글로 써내고 크게 읽어본다.


[작은 것들로 만든 탄탄한 철갑옷을 둘러라!]



    삶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더 날카롭고 매서운 시퍼런 칼날로 우리의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올 것이다. 이 때, 무방비 상태로 당하다가는 크게 다치고 말 것이다. 책 <작은 것의 힘>은 우리에게 작지만 단단한 철갑을 제공한다. 이 철갑을 이렇게도 제련해보고 저렇게도 제련해보면서 튼튼한 갑옷을 만드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더이상 세상에게 얻어맞기만 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을 통해 모두가 멋진 갑옷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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