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세상 -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덩케르크
#엄마말이 맞았어
세상에는 어지르는 놈 따로, 치우는 놈 따로 있다..
날아오는 총알 한 발 맞을 일 없이 지도에 핀이나 꽂으며 전쟁을 결정하는 인간들과
그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는 인간들이 다르다는 것에 화가 난다..
정말 그렇게 부족한가.. 이제 막 꿈을 키울 생명들을 싸움도 아닌 총알받이로 죽음 앞에 쏟아부을 만큼 필요한 게 뭔데..
이름도, 무엇이 될지도,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는 바스러진 생명들.
내가 어릴 때나 군인 아저씨였지.. 너무 어리고.. 참담하다 ㅠㅠ
#인간이 발전시킨 과학이 인간을 향한 무기로
지구에서 가장 고등한 뇌를 가진 인간들이 더 정확하고 더 파괴적인 무기 개발에 초고학력 인재들을 투입한다.
가까운 사람 중 방위산업 쪽 연구원 분이 계시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도, 물을 수도 없지만 무기 개발 연구를 한다는 말에 '대박 재미있겠다!!’를 외쳤던 과거의 내 입을... ...
그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덩케르크를, 오펜하이머를 봤을지 물어봐야겠다.
그걸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보통 사람들처럼 별생각 없이 영화는 영화려니 할까.
개인 인생으로는 엄청난 업적이고 더 벌고 더 잘살아야 할 책임도 있으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맞으니까.
인간을 편하게 해 줄 기술만큼 인간을 죽일 기술도 끝없이 발전한다.. 이게 진보인가.
#두려움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많은 감정들이 있다. 공포, 분노, 화, 조급, 무시, 배제, 초조, 불안, 긴장...
대부분 신체적 반응이 동반되고 때문에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전장에서 이름을 남긴 인간이 다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아비규환인 와중에 '판단'과 '선택'과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옳고 그름을 떠나 대단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 두려움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며 핑계 삼아 판단과 선택을 미루고 있진 않은가.
#참상..
누구 건지도 모를 적혈구로 넘실대는 시뻘건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모자란 숨을 들이마실 때 들어온 피비린내가 잊힐까.
겨우 땅에 발 디디고 나오자마자 모래처럼 터져 흩뿌려진 누군지도 모를 살덩어리들을 비처럼 맞으며 제정신일 수 있을까.
1을 위한 무한의 생명낭비는 어떤 명분을 붙여도 짜증 나지만,
무엇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남긴 메시지는 전쟁의 참상.
똑똑히 보고 "전쟁하지 마라"가 아닐까.
#인간의 능력인간의 무력
역사라는 시간은 그냥 전쟁이었다. 인간은 무엇과 든 계속 싸워왔더라.
공동의 적이 없으면 지들끼리 땅 따먹겠다고 싸워...
내게 주어진 시간들에서 나름 발버둥 치고 있는 나는 무엇과 싸우나,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건가.
내 능력껏 통제 가능한 것을 하나씩 늘려간다 해도 세상이 손에 쥐어지진 않는다.
믿기지 않는 능력으로 못할 짓이 없는 인간은
자의로 생명을 버리기도, 타의로 죽음 앞에 내몰리기도 자연 앞에 무너지기도..
능력만큼이나 허무한 무력함이 공존한다.
#이름 있는 자이름 없는 자
이름이라도 남은 자, 이름마저 남지 않은 자.
영화 속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주인공이 바뀌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전우를 말리기는커녕 슬픈 눈빛조차 보내지 못하던 이들도
그저 모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폭탄과 총알이 쓰나미처럼 쏟아지는데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퍼붓는지도 알 수 없다.
실제 전쟁이 나면 적군보다 아군을 더 많이 죽인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진 건 각자의 생명줄에 달린 운 뿐인가 싶은, 이름도 삶도 무엇도 의미 없는 듯 죽으라고 내몰린
‘몇 만 군인’이라고 떠드는 숫자 속에 묻혀버린 생명들..
이름 값 하라고들 하는데,
그 값 하려다 이름마저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결국운인가
높이보다 깊이가 느껴지는, 바다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하늘이 있다.
쨍하고 맑은 하늘만 좋아하던 20대를 지나,
아직도 비 먹은 먹구름은 별로던 30대를 지나
우중충하고 부슬부슬 때로 비를 뿌려도 좋은 시절이 왔다.
작년 괌의 바다 어느 한가운데서 찍은 사진이다.
물속 깊은 절벽 사이로 파도가 만들어낸 이안류를 뚫고 육지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헤엄쳐나가니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사방이 수평선인 바다가 펼쳐졌다.
돌아오는 길 1/1000도 담기지 않는 순간을 그래도 남기겠다고 꺼낸 카메라.
이 날 이 순간 나는 내 짝꿍 덕분에 완벽하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인간이었다.
영화 중간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긴장되고 씁쓸한 와중에 왜 이리 아름다운가..
나도 분명 이런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이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덩케르크를 보다 이 장면이 생각나 다시 찾아본 사진에서
바다로 뻗은 교량을 보며 불편한 긴장감을 느끼게 될 줄은..
누군가에겐 평화롭고도 흐린 날씨마저 축복인 그저 아름답기만 했던 바다가
누군가에겐 다신 근처도 가고 싶지 않은 지옥보다 못한 악몽일 것을 생각하니..
나의 지금도 지정학적 호시절이 슬슬 막을 내리는 듯,
지도의 경계를 떠나 지구 곳곳에서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사람도 지구도 역대급으로 아픈 것만 같은 때를 살고 있긴 하지만..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만큼이나
어느 때에 어느 곳에 나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또한 그저 다 운인가 싶다.
#다른 공간 다른 사람 같은 세상
육지에서 1주일, 바다에서 1일, 하늘에서 1시간
하나의 세계에서 모두 각자의 시간을 산다.
어느 곳에서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기로 결정하는가에 따라
나와 세상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나와 또 다른 인간이든, 나와 세상이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든.
가까이 있지 않아도 아무리 멀어도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무엇을 위해서든 그것이 결국 나와 내 소중한 것들을 위한 시간들이 되겠지.
그러니 지나는 순간들에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들을 남길 것.
#어차피 모두세상의 리더
전쟁 한복판에 아무것도 모를 그 많고 어린 생명들과 함께
책임과 리더십이라는 것을 장착한 인간들이 있다.
명령을 받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맡은 책임'이라는 것을 해내야만 하는
눈앞에 던져진 아마도 이성은 마비되었을 인간 무더기를 가능한 쓸모 있게 통제해야만 하는 존재 또한 같은 인간이다.
주인 잃은 정신을 입으로 쏟아내는 듯한 비명 사이로
무엇이 달라 그들은 자신 있게 호령할 수 있을까.
군중인 인간과 리더인 인간이 과연 나뉘는가.
사업도 그렇고 인생이 그렇고 경중 따질 것 없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인간이 각자 자기 세상의 리더가 아닐까.
누구를 죽게 두고 누구를 구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의 고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 인생의 리더로서 모든 결정의 순간들에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해나갈 것인가.
누구도 맞지 않고 누구도 틀리지 않다.
각자 내 세상의 리더를 자처해 각자의 세상에 최선의 책임을 다할 것.
내 맘대로 주인공은 파리어��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이미 일어나 버린 전쟁이지만..
참담함 속에서 배운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은 것만 해도 최선을 다한 선택이고,
어느 하나 좋을 리 없는 선택지들 중에서도 최선을 택했을 리더들도 있었다는 것.
모두 각자의 세상에서 리더로서, 오늘도 최선의 결정을 하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