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세상 -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화 몽상가들
#불편한 게 그들인가 나인가
영화 몽상가들을 보며 지배적이던 매우 위태롭고 불편하다는 생각,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읽으며 그 불편함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불편할만해서 불편한 것인지,
불편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불편한 건지.
순수하고 솔직한 걸까 모자라고 위태로운 걸까.
이 불편함은 화면 속에서 오는 걸까 내 머릿속에서 나온 걸까.
그들의 자유로움이 불편한 거라면
나는 자유를 잃은 걸까..
#규제의 부재
먼저 본 지인이 영화가 매우 야하다고 절대 혼자 보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혼자 보게 된 몽상가들.
다 보고 난 감상평은 매우 불편하고, 나도 나이 들었나 보다..라는 것.
생각해 보니 염려와는 다르게
보는 내내 화면의 살색 비율 대비 선정적이라거나 야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고,
‘아.. 얘들을 도대체 어쩌면 좋아..’ 하다가 끝이 났다.
규제 없는 자유가 창궐한 인류의 모습이
그 자체로 매 순간이 재앙 전야제인 듯 보여 위태롭고 불편했던 걸까.
나름 철들지 않으리 생각하며 살아온 나도
쌓인 시간만큼 규제와 규칙들에 갇혀
규제 없음이 오히려 불편할 지경이 된 틀에 박힌 인간이 된 걸까.
#순수함은 아름다운가 위태로운가
말만 가르쳐 놓은 모글리 같은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청년들.
사실 그대로 두어도 잘 살 텐데
두고 보자니 참으로 위태롭고 불편해 보이는,
그 자체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망치든 왜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보지 못할까.
이상형이 이상형이듯,
이상 속의 자유도 그저 그렇게 이상 속에나 존재하고
적당히 사회화된 자유만 주어진 상태가 오히려
‘인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인위적임에 절여진 나의 관점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
살색이 난무하는 와중에
‘쟤들을 어쩌나..’
하는 신박한 감상평이 남은 손에 꼽을 영화다.
#있는 그대로가 낯설어진 인간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
존재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 인간.
‘그래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에 갇혀 좋아 보이기 위한 포장에 열 올리는 인간처지에 대한 연민처럼도 들리고,
강박적으로 따르게 되었을 뿐 인걸 알고 또는 모르면서
‘난 원래 이랬어’ 하듯 고고한 척하는 인간에 대한 조롱 같기도 하고.
분명 보통 인간들은 보지 않으려, 포장해서라도 외면하려 애쓰는 부분을 굳이 파헤쳐 잊지 않도록 글로 써놓은 것 같다.
#진정 무엇을 위한 혁명인지 아는 이가 있을까
누군가 혁명은 인구 피라미드 최하층 전원이 집결한다고 해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세력이 그들을 사용할 때 비로소 혁명이 된다고 했다.
순수한 이상으로 시작되었어도 결국 세상 권력의 무기가 되고 마는 듯한 혁명들.
이상을 따라갔다 해도 감당 못할 자유를 외친 혁명은 아니었을까.
#변화도 혁명도 다 때가 있다
아름다운 만큼 잔혹하고, 찬란한 만큼 무의미하다.
모든 변화와 혁명도 결국 ‘때’가 있지 않을까.
결국 일어날 것들은 때가 되면 일어날 뿐이다.
#가벼움=참을 수 없음
가볍기 때문일까, 가벼울 수 없기 때문일까.
인생의 무게를 지지 않으려는 그 내면의 철벽이 결국 가장 무거운 것은 아닐까.
가볍기 짝 없어 보이는 인간의 고뇌는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듯하다.
#가볍거나 무겁거나 존재하는 인간자체 그대로
가끔 한 번씩 문득,
익숙하던 것들이 아주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고양이랑 살다 보니 고양이는 더러움은 알아도 찝찝함은 모른다.
원하는 것도 싫은 것도 확실히 알지만, 부끄러움은 없는 게 확실하다.
화장실 청소를 해주려면 굳이 들어와서
누가 보든 상관없이 있는 힘 껏 힘주고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볼일을 본다.
더러우면 집사 네가 나가라는 듯.
조준 실패로 발에 묻은 건 미친 듯이 털어내면서도, 그 발을 또 핥아 닦는다.
발에 묻는 건 더럽고.. 먹는 건 괜찮니..?
무튼, 인간 신생아들도 그 시절엔 엄마 눈 똑바로 보며 볼일들 보더라.
그런데 그런 인간은 몇 년 더 살면 화장실에 들어가 문 닫고 볼일을 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나올 땐 없었던 ‘부끄러움’을 배운다.
이 교육의 필요에는 매우 동의하지만
왜 인간은 당연한 것을, 심지어 분리도 불가능한 살아가는 과정의 한 부분인 것을
부끄럽다고 느끼면서 까지 숨기려는 존재가 되었을까.
문득 왜인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왜’는 대부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도대체..’로 끝나곤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밀란 쿤데라.
어느 부분에서는 내가 가졌던 ‘왜’라는 질문과 비슷한 관점을
끝까지 놓지 않고 인간을 관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입부터 내용은 그렇게 끌리지 않아 진도가 안 나가다가
하나하나 인물이 묘사되는 것들을 보며,
참으로 주옥같이 뼈 때리는 고뇌의 명언들을 읽으며,
이건 소설의 탈을 쓰고 등장인물 몇몇을 들어
인간의 다름, 인식과 차이, 배움과 의식 수준이라고 포장된 가려져있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파헤쳐
‘이게 진짜야..‘ 하며 늘어놓은
밀란쿤데라의 인간도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절대로 가볍지 않은
#밀란쿤데라인간도감
위태롭고 불편하고 어쩐지 불안하기도 한 세상.
자유를 찾아 누리고 싶으면서도, 정작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오늘도 인간도감 속 한 페이지의 인간으로,
내 순간들을 나로서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