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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Dec 27. 2020

[넷플릭스]겨우, 서른(3)

우리에게 두려운 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자신이 노력했다고 해서 남의 노력을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에요"



출처 : pixabay 어느 쇼핑 매장


하루하루 열심히 근무하는 만니에게 어느 날 큰 사건이 발생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만니는 손님들을 응대했고, 그중 한 남자 손님이 만니를 통해 물건을 구입한 후 구매 영수증을 만니의 카드에 적립하라고 하면서 저녁을 제안했다. 하지만 만니는 남자 손님의 바지 주머니에 결혼반지가 있는 것을 알았고 원래 직원이 손님의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은 규율에 어긋나는 일이라 단호히, 그리고 예의 있게 거절했었다.


그런데 얼마 뒤, 그 영수증으로 만니의 카드에 포인트가 적립되었고 미실 본사에서 그 일을 알게 된 것이다. 만니가 보석을 판매한 이후 슈퍼바이저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만니는 절대 자신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증거가 너무 확실히 있었고, 알리바이를 증명하려 찾아간 남자 손님은 오히려 자신이 만니에게 찝쩍댄 것이 탄로 날까 봐 만니를 내친다. 만니는 하루 안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자신의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만니에게 천운이 발생한다.

우연히 이전에 작은 돈을 빌려준 관리 직원과의 인연이 실마리를 풀어준 것이다.


미실을 관리하는 회사의 사원이 이전 만니에게 돈을 빌려 만니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포인트를 적립하는 센터 근처를 지나가다 어떤 여자가 만니의 이름을 말하는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만니라는 이름이 중국에서도 조금 독특한 이름이어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또 그런 이름을 들으니 신기해서 기억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저 선량한 마음으로 도와줬던 일이 몇천 배는 크게 돌아오게 되었다. 참 사람 인연이라는 것은 너무 신기하고, 나의 사소한 행동이 가져오는 일들이 천운이 될 수도 반대로  더 큰 수렁으로 빠뜨릴 수도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 주위의 사람들 덕분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예기치 못했던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있었다.

물론 모든 일의 해결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주변의 소중한 인연들과 친구들은 그 짐을 지고 있는 나를 응원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인 것 같다. 나 또한 다른 이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범인은 만니의 승진을 못마땅하게 여긴 같은 미실의 직원이 꾸민 일이었다.

자신의 친구를 시켜 만니의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한 것이었고 자신의 일인 것이 들키게 되었을 때도 사과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 또한 하루 13시간을 서서 일하고 승진을 2년이나 기다렸는데 만니는 우연히 큰 건을 잡아 승진을 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지만 만니는 자신도 노력했다고 응수한다.


출처 : pixabay 누구에게나 시간이 같은 결과를 불러오진 못한다.


"자신이 노력했다고 해서 남의 노력을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에요."

직원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가고 만니 또한 자신에게 회사가 하려고 했던 것을 직원에게 그대로 처리해달라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일을 겪게 되었을 때 만니의 결정을 내릴 것 같다. 그 직원은 이전에도 계속 만니를 괴롭히며 내치려고 했었고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며 영업을 한다는 비수 같은 말을 던지기도 했던 직원이었다.


'그 직원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하기엔... 그 직원은 너무 못된 짓을 해버렸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자신의 노력이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내려오게 만드는 악랄한 취미를 가진 그 직원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그 직원은 어딜 가도 또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겠지.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만니는 자신을 도와준 샤오첸에게 저녁을 대접한다.(샤오첸과는 이 인연으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한번 언급하도록 하겠다.)


저녁을 먹으며 만니는 요즘 사람들은 번거로운 건 다 피하려고 하고, 자기 일이 아니면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데 샤오첸의 제보로 자신의 인생을 건졌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 이 도시는 꿈과 유혹으로 가득 차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에 발 붙이러 오고, 또 그만큼 떠나는지 볼 수 있어요. 작은 컵에 물은 계속 쏟아지는데 그럼 물은 넘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여기 남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고요"


자신의 무게를 늘려서 급류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만니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다를 게 있을까. 20대와 30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즐기기보다 학점, 토익, 자격증, 어학연수, 대학원, 투잡.. 등

숫자에 갇혀 사는 이 시대의 나와 그들을 보며 조금 더 힘내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8년을 살아도 상하이에 소속감이 들지 않는 만니,

10년을 살아도 서울에 소속감이 들지 않는 나

나의 집은 내 마음속에 있다.




출처 : pixabay 나의 가장 원대한 꿈, 내 집 마련하기


상하이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모든 집은 매매와 월세로 되어있는데 어느 날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화가 온다. 한 달 7천 위안에서 8천5백 위안으로.(..?)원화로 140만 원 정도의 월세인데 상하이의 중심부에 있고 꽤 넓은 집이라고 해도 나에겐 너무 놀라운 금액이었다. 그래서 만니가 8년 차인데도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고 한 것이 한 번에 이해가 가더라..


"물건을 사기 힘든 건 그 물건의 가격 때문이 아니다. 그 물건을 다 들고 이사하기가 힘들어서다. 오르는 집세보다 더 사람을 두렵게 하는 건 끊임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원히 이도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만니의 독백에 너무 큰 공감이 일어나 나도 모르게 맞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나 또한 짐을 하나씩 늘릴 때마다 이사 걱정을 한다. 그래서 한 개의 물건을 사면 한 개의 물건을 버린다.

언제쯤 내 짐을 오래 둘 수 있는 집을 얻게 될까. 나의 영원한 숙제이다.


그래도 만니의 삶에 즐거운 이벤트가 생겼다. 슈퍼바이저로 승진을 하게 되면서 얻은 유럽 크루즈가 그것이다. 그 안에서 만나는 만니의 사랑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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