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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Dec 23. 2020

[넷플릭스] 겨우, 서른(2)

우리는 그 누구도 재단할 수 없고, 결정에 대해 개입할 수도 없다.

상하이에서 8년 차 자취를 하고 있는 만니는 미실이라는 명품 매장에서 6년 차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만니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드라마 속 만니가 만난 사람들은 일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우리 같이 구경해봐요. 실제로도 사진처럼 이렇게 아름다운지요."
출처 : 넷플릭스


미실 매장으로 청바지 차림의 여자가 시장바구니를 동여맨 채 들어왔다. 매장 안 직원들은 한눈에 봐도 물건을 사지 않을 사람으로 보여 큰 신경을 쓰지 않지만 만니는 그런 손님에게 성심성의껏 물건들을 소개해준다.

여자는 매장을 두리번거리더니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처럼 결연한 얼굴로 더 비싼 물건은 없는지 묻는다. 만니는 조심스레 진귀한 보석들을 설명하는데 만니의 설명을 천천히 듣던 손님은 100만 위안(약 1억 7천만 원)의 보석 한 세트를 사고 싶다 말한다.


"어떤 삶을 사는 여자든 모두 꿈을 꿀 권리는 있다고 생각해요."

만니의 한마디가 여자의 마음을 울린 걸까.


"우리 같이 구경해봐요. 실제로도 사진처럼 이렇게 아름다운지요."

생각지도 못한 구매에 만니는 어안이 벙벙하고, 이 소식을 들은 매장 점장까지 태도를 바꾸며 여자를 환대한다.

그런데 손님은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며 다시 들려 결제하겠다고 하고 매장을 떠난다.


그리고 그날,

매장에서 바지 몇 벌이 사라졌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히 여자 손님을 의심하게 된다. 만약 그 여자가 명품 옷을 입고 도도한 얼굴로 그 보석을 예약하고 갔다면 바지가 없어진 것은 다른 직원이 실수했거나 재고 처리를 잘못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을 바라볼 때 그 사람 자체가 아닌 그 주변을 보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고, 세상에 어두운 뉴스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의심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여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행동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세상이라.. 씁쓸하다.


출처 : 넷플릭스


바지는 밤새 찾았으나 나오질 않았고, 여자는 며칠 후 다시 찾아와 보석을 결제한다.


여자는 결혼 후 남편과 억척스럽게 일을 하며 살아왔고, 잠도 줄여가며 일한 결과 조금씩 사업이 안정화되었다. 운이 좋아 자신의 땅을 국가에서 가져가며 보상금까지 받아 돈에서 완전히 해방되게 되었다.

그런데 남편의 외도가 생겼고, 그 여자를 데려와 이혼을 요구했다고 한다.

명품으로 치장한 여자를 보니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서글퍼졌고 지킬 가정도 없어진 여자는 이혼 합의금으로 그 목걸이를 구매한 것이다.


출처 : 넷플릭스


만니는 이런 일을 겪으면 충동적으로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실적 때문에 그 말을 천천히 삼키고 카드를 결제한다.

이번 실적이 생기면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일들을 겪게 되고 감정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시간이 지나 그 행동을 후회할 수도, 아직도 해묵은 감정이 풀리지 않은 채로 씩씩댈 수도 있다.

후회하든, 후회하지 않든 그 행동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조언이나 해결을 해주기에는 다른 사람의 인생도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만니였다면 한번 더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손님에게 해주었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했더라도 여자의 결정이 바뀌었을까.

그 결정이 무엇이든 반짝이고 화려한 보석세트를 가진 여자의 행복이 선명하게 그려지진 않는다.

그저 그 여자가 더 이상 다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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